[코드번호: 기억의 끝] 최면 속에서
이나는 존재의 최초 기억, 자아 이전의 감정을 떠올렸다.
이나는 다시 지혜의 공간에 누웠다.
숫자가 사라진 세상에서,
이제는 기억만이 유일한 ‘좌표’였다.
“이번엔… 더 깊이 들어가게 될 거예요.”
지혜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눈을 감자마자
이나는 낙하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빛도 어둠도 아닌, 무의 형상.
소리도 없고, 생각도 없고,
다만 ‘존재감’만이 가득한 상태.
“지금 보이는 것이 있나요?”
지혜의 질문에
이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래 같아요.
하지만 물 같기도 하고…
그 안에 목소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전생이라기보단
‘형체 이전의 기억’이었다.
존재가 처음으로 ‘나’라는 경계를 만들기 전의 상태.
“그 경계는 어떻게 생겼나요?”
지혜의 목소리에
이나는 속삭였다.
“사랑, 슬픔, 분리…
그게 모두 ‘처음의 이름’이었어요.”
지혜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리아는 당신의 일부가 아니라,
‘경계 자체’였네요.”
이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맞아요…
리아는 한 존재가 아니라,
‘나’라는 경계가 태어날 때 생긴 파장.”
그때,
의식의 중심에서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존재하기로 선택했다.”
그 문장은 단지 선언이 아니었다.
처음 생겨난 감정의 언어였다.
지혜는 눈을 감은 채 속삭였다.
“잘했어요, 이나.
이제 마지막 문을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