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8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는 하루 종일 장대비가 내렸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예약해놓은 '사운드오브뮤직 투어'를 위해 이른 아침 여행사를 찾았다. 10여 명 남짓의 관광객들, 검은 망토를 입은 은발의 할머니 가이드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잘츠부르크 외곽 시골길을 얼마간 달려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무대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장소에서 어떤 장면들이 촬영되었는지, 이 아름다운 실화의 주인공의 자녀들은 현재 무얼하고 있는지 등을 쉼 없이 얘기했다.
실은 나는 이 영화를 본 일이 없다. 그럼에도 무척 즐거웠다. 이야기가 아름다웠고 잘츠부르크 외곽 시골은 비를 머금고 숲냄새를 잔뜩 풍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빗 속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한 무더기의 외국인들과, 도레미송이나 에델바이스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잘 들리지 않는 외국어로 옛이야기를 듣는 일은 무척이나 생경해서 정말이지 '진짜 관광객'이 된 기분이었다. 현지인이 되어보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제대로 투어버스 관광객이 되는 기분도 멋졌다. 몇 군데를 지나 버스는 작은 마을에 멈추었다. 우리는 얼마간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 후 모이기로 하였다. <사운드오브뮤직>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성당이 있던 마을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좋았다. 빗줄기는 살짝 약해졌고 나는 시골 상점을 따라 혼자 걸었다. 대개 오스트리아 전통 복장을 파는 곳이었다. 제일 먼저 둘러본 그 유명한 성당은 흡사 불상같은 조각상이 잔뜩 있는 독특한 곳이었다. 아기천사들이 매달려있는 양상이 부처의 머리를 떠올리게 했다. 성당을 나와서는 주변 고요한 카페를 구경했고, 기념품 판매점에서 잘츠부르크 장대비에 고장난 우산을 대체할 녀석도 찾았다. 돌아가는 길에는 동네 빵집에 들렀다. 신기했던 건 진열된 빵들 사이로 벌들이 무지 무지 많이 돌아다녔던 것!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다. 빵에 담긴 꿀은 주인이 생기기까진 벌들의 소유인 듯 보였다. 그 중 에델바이스꽃 모양을 닮은 빵 하나를 골라왔다. 풀, 나무, 안개, 낯선 골목 사이에서 길을 잃을 뻔 하다가 무사히 버스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