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학습이다.

나의 젊은 청춘, 그때는 몰랐었다

by James Kim






“나는 늙어서 더 행복하다.

젊었을 때는 아주 많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불행한 게 아니라,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행복도 연습이다.

행복도 학습이다.


-나태주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 에세이에서


인생사 모든 것은 오직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의미로 화엄경에 실려있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행복과 불행이 상황에 따라 또는 환경에 따라온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행복과 불행은 마음에서 지어내는 것. 그 누구도, 어떠한 상황도 날 행복하게 할 수 없고 불행하게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법륜스님이 늘 하시는 말을 예로 들면, 우리가 달을 보고 슬픈 감정을 느꼈다고 가정하자. 그럼 달이 나에게 슬픔을 준 것일까? 아니면 자기 스스로 슬픈 것일까?


어쩌면 달은 그저 하늘에 걸려있는 커다란 거울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 달을 보며 첫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언제인가 먼저 간 친구의 뒷모습을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카드 대금 낼 날짜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달을 쳐다본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듣고 돌아선다. 달의 입장에서 보면 아마도 꽤 억울할 일이다. “나는 그냥 떠 있었을 뿐인데 나를 보는 사람들은 왜 저마다 울고 웃고 난리일까?” 하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상황에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다. 공원을 산책 나왔는데 비가 내릴 때, 어떤 이는 “산책길에 비가 내리다니 오늘 기분 망쳤네”하며 인상을 찌푸리고, 어떤 이는 “산책길에 비가 내리니 사람도 적어 호젓하니 낭만적이네”하고 좋아한다.

같은 바람이 불어도 어떤 이는 머리가 망가지고 스산한 느낌이 든다고 속상해하고, 어떤 이는 봄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고 기뻐한다.

세상이 우리를 흔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 마음이 의미라는 색연필을 꺼내 세상을 색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행복이란 거창한 사건이나 행운이 아니라 마음이 슬쩍 방향을 트는 작은 트릭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불행도 마찬가지로, 현실이 주는 불편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붙여 놓은 이름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공사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생각의 창문을 조금씩 조절해 보는 일 아닐까.

오늘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게 된다면 이렇게 한번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은 내가 그대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그러면 달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겠지만, 아마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더 다정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젊은 사람이 늘 여유롭고 느긋한 행복을 느끼면서 만족하며 사는 경우는 드물다. 젊었을 때는 성취하고자 하는 욕심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바쁘게 살다 보면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도 어렵다.

젊음은 어쩌면 아름답게 피어나는 가녀린 꽃이 아니라 불꽃에 더 가까운 시간인지도 모른다. 가만히 향기를 내기보다는 뜨겁게 타오르며 어디론가 나아가려는 시간, 스스로를 증명하고 실천하고 아직 오르지 못한 산을 바라보며 마음이 먼저 숨이 차오르는 시절이다. 그래서 그 청춘 시절의 얼굴에는 여유 대신 긴장이, 만족 대신 갈증이 머무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토록 분주하게 달려가던 날들 속에도 사실은 작지만 진정한 행복들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목표를 향해 애쓰던 그 성실한 하루하루,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던 고단한 어느 날 새벽,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을 단련하던 시간들이 이미 젊은이의 시간을 빛내주던 행복 속에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젊음이 가득했던 시절에는 아주 많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불행한 게 아니라,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시절의 나는 불행 속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불행이라는 생각 속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아직 가지지 못한 것들만 바라보느라 이미 내 손안에 들어와 있던 것들을 보지 못했고, 아직 도착하지 못한 곳만 생각하느라 이미 여기까지 걸어온 길의 의미를 헤아리지 못했다.


젊음이란 부족해서 괴로운 시간이 아니라, 가능성이 너무 많아서 불안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무엇이 되어야 할지 몰라 마음을 흔들어 놓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가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 시절의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행복을 확인할 틈 없이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그때의 나는 불행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성장하는 중이었고, 인생이 나를 단련시키던 한가운데를 힘겹게 지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 시절의 청춘이었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여러 가지로 힘이 들고 어려웠을 텐데 잘 버티어 내주었고, 생각보다 꽤 괜찮게 살아내주었다고.”


지금 나는 행복과 만족에 대해 연습과 학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행복과 만족감이 마음속에 가득해 온다.

행복이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내 옆에 앉는 손님이 아니다. 행복은 매일 마음속에 의자를 하나씩 내어주며 맞이하는 습관 같은 것이다. 젊었을 때는 행복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면 이제는 스스로 행복이 머물 자리를 정리하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서두르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오늘의 나에게 주어진 작은 평온 하나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내 옆에 자리한 행복에 감사한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행복은 멀리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것을. 만족도 많이 가져야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때 조용히 피어나는 감사의 감정이라는 것을. 마치 늦은 오후 창가에 않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아무 일 없는 하루를 고맙게 여길 수 있는 마음처럼 말이다.

아마도 인생이라는 여정은 여전히 크고 작은 파도를 보내오겠지만, 이제는 그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잔잔한 마음의 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커다란 행복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마음 하나를 잘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고 조용히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감사 예찬’


-이해인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 나는 길입니다


감사만이

보석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납니다


봄이다.

아프지 마라.



Thursday. March26 th.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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