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받은 사람의 인식
“그때까지 내 교육은 산의 리듬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리듬 속에서 변화는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순환일 뿐이었다.
매일 아침이면 같은 해가 다시 솟아올라
계곡을 가로질러 산꼭대기 뒤로 넘어가곤 했다.
겨울에 오는 눈은 언제나 봄이 되면 녹았다.
우리 생활도 순환에 따랐다.
매일의 순환, 계절의 순환.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듯했지만
순환의 원이 완성되고 난 뒤
돌아보면 아무것도 변화한 것이 없었다.”
Tara Westover [Educated]에서
Tara Westover에 의해 쓰인 ‘Educated’는
2020년 우리나라의 한 출판사에 의해서 ‘배움의 발견’으로 발간되었다.
Tara Westover는 1986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극단적인 몰몬교 신자이자 억압적인 아버지와 헌신적이지만 무지한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6년간 공교육을 거부하는 아버지로 인해 전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간신히 홈스쿨링을 통해 기본적인 학습을 익혔다. 그랬던 그녀가 기초 교육 과정을 모두 건너뛴 채로 대입자격시험(ACT)을 거쳐 기적과 같은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 브리검 영 대학을 졸업하고 케임브리지와 하버드 방문 연구원을 거쳐 2014년 그녀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의 원제는 ‘Educated’이다. Educated는 명사가 아닌 ‘교육을 받은’의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책의 제목을 단독 형용사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명사가 아닌 형용사로 제목을 삼았는지 이해가 간다.
‘교육을 받은’ 사람과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의 가치관과 생활관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광복 직후 남한 지역의 문맹률은 12살 이상 전체 인구의 약 78%를 차지했다. 6.25 전쟁을 치른 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헐벗고 굶주리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식들을 교육받도록 하기 시작했다. 교육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교육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 교육을 받지 못한 그들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식량이 부족하고 살림살이가 힘들어도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 공부시켰다.
1960년대 초등학교(그 당시 국민학교)는 한 학급당 학생 수가 60~80명, 많게는 100명에 달하기도 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등교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점심시간에 시커먼 보리밥과 김치와 깍두기 범벅 도시락을 친구들과 함께 먹으며 공부했다. 그 가벼운 도시락도 가져오지 못해 굶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가만히 우물가나 수돗가를 찾아가 맹물로 배고픔을 달랬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한때 중학교 입학시험이 존재했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지거나 도저히 중학 과정 입학금과 수업료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가정의 아이들이 초등교육만을 마치고 농사일을 시작하거나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가정에서는 아무리 가난하고 힘이 들어도 어떻게 해서든 자식을 교육시키려 노력하였다. 교육이 곧 가정을 일으켜 세울 힘의 원동력이라 믿었다. 어쩔 수 없이 식구가 많고 살림이 궁한 가정에서는 큰아들인 장남은 가정을 이끌고 동생들을 보살필 존재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신에 동생들과 특히 여자 형제는 장남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고등교육을 받은 선택된 그들은 공무원을 비롯한 각종 사회지도층의 자리를 차지하여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전쟁 후 단기간에 우리나라는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곧장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교육의 힘’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OECD나 UN에서는 문맹률 3% 미만 지역을 모두 문맹률 퇴치 1위라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당연히 이 범위 안에 들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기준 OECD회원국 경제순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 Economist 시사지 발표)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에 이어 문화적으로도 전 세계에 점차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한국 문화의 대중 매체에 있어 K-POP,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와 함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하여 한국문학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류가 막강해 짐에 따라 싸이와 BTS와 같은 아이돌에게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말하며 문화의 힘에 대해 일찍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또한 우리는 한나라의 성장과 경제발전을 측정하는 스포츠 행사에 있어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하고,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함과 동시에 4강 신화를 이루어냈으며,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치른 세계 5번째 국제 스포츠 이벤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경제, 문화, 스포츠에 이르는 선진국 대열에의 합류에 이어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그 가난해서 힘들고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에도 자식들을 공부시킨 “교육의 힘”이다.
이제 우리는 배고픔을 걱정하지 않고, 돈이 없어 교육받지 못하는 시기에 살고 있지 않다. 풍족한 물자와 넉넉한 살림살이가 우리의 행복을 가르는 척도는 아니다.
출세하기 위해, 개인의 영광을 위해 교육을 강조하는 행위는 왠지 무지스러워 보인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했다. 환경이 변하였으니 의식 변화도 함께해야 한다.
이제는 21세기 대한민국 선진국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폭넓은 지식배양으로 지혜력을 함양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한 짧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대신 차분히 시간을 내어 양서를 읽음으로 문해력(literacy)을 높여서 진정한 의미의 문맹을 퇴치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상을 가져야 한다.
Saturday, September 20th.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