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Nazim Hikmet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A True Travel"
The most magnificent poem hasn’t been written yet
The most beautiful song hasn’t been sung yet
The most glorious day hasn’t been lived yet
The most immense sea hasn’t been pioneered yet
The most prolonged travel hasn’t been done yet
The immortal dance hasn’t been performed yet
The most shine star hasn’t been discovered yet
When we don’t know anymore what we are supposed to do
It’s the time when we can do true something
When we don’t know anymore where we are supposed to go
It’s the start when the true travel has just begun.
나짐 히크메트 Nazim Hikmet (1902~1963)는 낭만적 혁명가로 불리는 튀르키예의 첫 현대 시인이며 소설가이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다닌 후 터키(튀르키예의 옛 이름)로 돌아왔으나 좌파로 몰려 13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 이 기간에 많은 시와 희곡을 썼으며, 석방 후 모스크바로 망명했다. 터키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는 전 세계 50개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아 왔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당신은 혹시 혼자라는 느낌이나, 늙어간다는 느낌이나, 아니면 뭔가 놓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A True Travel)’을 천천히 노래하듯이 읽어보라.
이제까지 당신이 써온 많은 시와 글과 말속에서 당신의 훌륭한 시는 아직 씌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이 불렀던 노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히크메트는 이렇게 그의 시를 시작하고 있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열정을 불태워 젊음을 노래해야 할 그가 가장 열악한 환경인 교도소에서 청춘을 보내면서도 그는 굴하지 않고 그의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며,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수행평가와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구직활동에 목을 매고 더 좋은 환경의 직장을 찾고 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신혼의 부부들은 마이홈을 위한 힘든 과업의 투쟁을 해 나가고 있다.
허리가 한 번 꺾인 중년은 직장에서 승진을 위해, 소상공인은 불황에 은행융자금 이자 불입 일자가 다가올 때 가슴을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모두에게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다.
나짐 히크메트는 힘든 고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의 청소년, 젊은이, 신혼부부, 그리고 중년의 고비를 겪고 있는 직장인들과 이곳저곳에서 무너지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 가련하고 힘없는 중생들이 도저히 길을 몰라 헤맬 때, 낙담할 때, 그리고 주저앉으려 할 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시인은 말한다. 그때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라고.
시인 나짐 히크메트는 그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1년 전인 1962년에 쓴 ‘내가 사랑한다는 걸 몰랐던 것들’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프라하와 베를린을 잇는 기차 창가에 앉아 있다
밤이 내린다
한 마리 지친 새처럼
연기 자욱한 젖은 평원 위로 밤이 내리는 것을 내가 좋아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해 질 녘을 지친 새에 비유하는 걸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대지를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대지에서 일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대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나는 대지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은 분명 나의 정신적 사랑이리라
그리고 강들을 나는 언제나 사랑했다
내가 하늘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구름이 끼었든 맑든
내가 나무를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모스크바 근처의 페레델키노에 있는 헐벗은 너도밤나무들을
내가 길들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전혀 몰랐었다
심지어 아스팔트 길도
바퀴 뒤로 보이는 길을 사랑한다는 걸
내가 꽃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감옥에 있을 때 친구들이 붉은색 카네이션 세 송이를 보내 주었는데도
지금 막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별들도 사랑한다
내가 우주를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내 눈앞에서 반짝이며 눈이 흩날린다
내가 태양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내가 바다를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내가 구름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내가 비를 좋아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기차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가르며 흔들린다
내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좋아한다는 걸 나는 전혀 몰랐었다
엔진에서 불꽃이 튄다
불꽃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내가 그토록 많은 것들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예순 살이 되어 프라하—베를린 간 기차 창가에 앉아 그것을 깨달을 때까지
마치 돌아오지 못할 여행처럼 세상이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 나짐 히크메트, <내가 사랑한다는 걸 몰랐던 것들> 부분 발췌
나는 이제부터라도 내 주위에 사랑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따뜻한 시선으로 다시 한번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나는 흔히 가까이 있는 사랑은 잘 보지 않았을뿐더러 하찮게 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내 주위에 내가 사랑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아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고 느끼는 가을밤이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다.
내가 저물어 가는 가을날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몰랐었다!
Monday, November 10th.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