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꿈이로다.

떠나는 바람은 집착하지 않는다.

by James Kim




“하늘에 해가 나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듯이 우리의 삶도

오전에는 웃고 오후에는 눈물을 흘린다.

원래가 인생은 고통과 슬픔이 전제된 고해요.

대립과 갈등이 내포된 화택(火宅)이다.

고통의 바다를 잘 건너가고,

욕망의 불을 잘 조절하며 견디면서 살아가면 Nirvana의 평화가 있다.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 김 형중

[시(詩)로 읽는 불교와 인생]에서


廬天地假形來

慙愧多生托累胎

玉塵一聲開活眼

夜深明月照靈臺

이 세상은 나그네 인생길의 하룻밤 주막

얼마나 많은 생을 나고 죽고 했는가

겨울밤 고사목 부러뜨리는 흰 눈 소리에 놀라 잠을 깨니

깊고 밝은 달만 내 마음에 비치네

위의 오도송은 〈소요당집〉에 나오는 선시다. 소요당(逍遙堂) 태능(太能, 1562~1649) 선사는 전라도 담양 사람으로 백양사, 금산사, 연곡사에서 교화를 폈다. 당대 불가의 양대 산맥인 부휴(浮休) 대사에게서 경전을 배우고, 뒤에 묘향산에 찾아가 휴정(休靜) 대사에게서 참선 공부를 해서 선법을 계승했다.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깜깜한 방 안에서 나오면 둥근달이 떠 있다. 내 마음의 문을 열면 보배창고가 있다. 눈을 뜨면 바로 월광(月光) 심주(心珠)가 비춘다. 항상 우리의 마음속에는 지혜의 광명인 불성이 빛나고 있다. 소요 대사는 깊은 산사에서 밤새 내린 눈[백설]이 쌓여 그 무게로 천년 고사목이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색성오도(色聲悟道)이다. 그리고 밤하늘에 떠 있는 둥근달을 바라본다. 내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는 본래마음인 자성[불성]을 발견했다. 견성(見性) 성불한 것이다.

소요 대사의 오도송은 무상한 인생을 살면서 참된 불성의 눈을 뜨고 살라는 가르침이다. 무상한 인생을 살면서 밤낮을 가리지 못하고, 거짓과 위선까지 보태서 살아간다면 그 인생은 허탕이다.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에서 발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어느 해 초여름날 시골길을 천천히 운전하며 농촌 길을 구경하듯 가고 있었다. 가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찰 표지판을 보고 절로 올라가는 길을 들어섰다. 비포장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만난 아담한 절집은 마당에 잔디가 깔려있었다. 절집 마당에 깔린 잔디는 왠지 포근함과 함께 들어서는 이를 반기는 듯하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사찰은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보통 새로 지은 사찰은 왠지 모르게 살짝 거부감이 드는 생소함이 있는데 이 절집은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절집을 두루 둘러보다 작은 연못을 구경하는데 키가 훌쩍 크고 잘생기신 스님이 나와 사찰 안내를 직접 자세히 해 주었다.

그 스님이 바로 그 절의 주지인 범일 스님이었다. 뛰어난 유머 감각을 가지고 대화를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는 위트가 가득한 스님이었다. 차 한잔 하시자며 책장에 책이 가득한 방으로 안내를 받고 거기서 나는 스님의 저서 2권과 김형중 불교시 평론집 ‘시로 읽는 불교와 인생’을 선물 받았다.

산속의 작은 산방 ‘서종사’로 시작하는 스님의 책에는 다음과 같이 객(客)을 대하는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는 글이 있다.


“지금 이 순간 함께하는 사람, 발을 디딘 여기가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또한 범일스님은 우리가 하는 일상의 업무에 대한 생각을 다음처럼 명료하게 책 속에 정리해 놓았다.

“일을 하되 일의 노예가 되지 않고 공부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일이 즐겁습니다. 세상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일에 부딪치든지 늘 공부하는 마음이어야겠습니다.”


나는 불자가 아니지만 스님은 매일 아침 정확하게 7시가 되면 카톡으로 하루를 여는 아름다운 언어로 된 글(일명 행복 뉴스)을 보내준다. 나는 매일 그 글을 읽고 하루를 경건하게 시작하는 차분한 시간을 갖는다.

범일스님이 보내 준 아름다운 글 가운데 ‘밤 친구들’(11월 8일)중 일부를 소개한다.

“고요한 밤 깊어 가는데

손님이 오신 듯 나가보니

마당이 가득 은은하다

할 일없이 이리저리

마루에 앉아

개울물 소리 귀를 기울인다

달빛도 소리 없이

물소리 속으로.....”


우리네 인생사 모두가 한낱 꿈과 같은 것을 우리는 지나치게 현실을 따라 사느라 너무 바쁜 시간을 갖는다.

남들보다 더 많은 재화를 가지려 늘 뭔가를 추구하고 조금이라도 뒤처진다 싶으면 불안하여 어찌할 줄을 모른다. 모두가 꿈속에 있는 것을 잡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겠다.

장자(莊子)의 ‘호접몽’에 나오는 꿈을 살펴보자.


“어느 날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온 세상을 훨훨 날아다녔다.

꿈속에서 완전히 나비가 된 장자는 얼마나 즐거웠는지 자신의 존재를 망각했다. 꿈에서 깬 장자는 ‘꿈속에서 내가 나비가 되었는지, 아니면 나비가 꿈속에서 장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서산대사는 ‘삼몽사(三夢詞)’에서 이렇게 꿈 이야기를 하고 있다.

“主人夢說客(주인몽설객)

주인은 나그네에게 꿈 이야기하고

客夢說主人(객몽설주인)

나그네도 주인에게 꿈 이야기하네

今說二夢客(금설이몽객)

지금 꿈 이야기하는 두 나그네

亦是夢中人(역시 몽중인)

역시 또한 꿈속의 사람이라네”


西山大師(서산대사)의 臨終偈(임종게: 입적하며 깨달음을 후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글)에서도 우리는 현실에서 너무 많은 욕심에 대한 배움을 얻을 수 있다.

千計萬思量(천계만사량)

천만 가지 온갖 생각들일랑

紅爐一點雪(홍로일점설)

붉은 화로 위에 한 점 눈송이로다


오상순 시인은 꿈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역시 시로 노래했다.

“꿈”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 저것이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깨어 무엇하리


나는 한국 비구니계의 원로이자 대한불교조계종 명사(비구의 대종사격)인 태허당 광우스님의 임종게를 가장 의미 있게 마음속에 각인하고 있다.

만추(晩秋)의 밤에 인생의 여정에 대해 함께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떠나는 바람은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왔다가 갈 뿐이다."



Friday, November 21s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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