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이성 그리고 신념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를 위하여

by James Kim






“이성(理性)이 늘 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공동체와 소통하지 못하는 ‘닫힌 이성’은 그 자체로 비이성적이다.

폐쇄된 성안에서 저 홀로 고고하게 빛나는 신념은

독선의 도그마에 지나지 않는다.

신념(信念)은 겸손해야 하고 이성은 늘 열려있어야 한다.

‘열린 이성’이란 획일주의에 얽매이지 않는

소통과 다양성의 지혜일 것이다.

획일주의에 휘둘리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파시즘(fascism)의 불행을 겪게 된다.

파시즘은 처음부터 거칠게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전체주의는 부드러운 이념으로 시작되며,

뜻밖에도 가치 지향적이다.

그 가치가 이성을 짓누를 때 도그마(dogma)의 그늘이 덮쳐온다.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고문변호사)

December 3rd. 2012 ‘중앙시평’에서



오래된 필사 노트를 뒤적거리다 2012년 신문에 시평으로 실려있던 내용을 적어놓은 글을 읽었다.

공동체와 소통하지 못하는 이성은 닫힌 이성이며 그 자체로 비이성적이라는 말은 속세와 아집에 물들어 그동안 흐려졌던 마음을 번쩍 깨우는 힘이 있었다.


우리는 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 말처럼 상대방의 의견은 묵살하고 자기 자신만의 사고를 관철하려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겠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중간에서 끊고 자신의 말을 관철하려 큰 소리를 내어 위압하지는 않았었나 반성해 본다.

드러내놓고 그렇게까지는 안 했다 하더라도 은근히 상대방을 무시하며 속으로 비웃지는 않았을지 또한 반성해 본다.

이러한 행위가 결국은 남들과 원만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비이성적인 행위였음이리라.

폐쇄된 울타리 안에서 저 홀로 고고하게 빛나는 신념은 독선의 도그마에 지나지 않음을 미처 모르고 잘난 체한 적은 없는가 생각해 본다.

상대방보다 나이와 경험이 많아 세상을 더 오래 살아 보고 느낀 것이 많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더 어린 상대를 무시하고 의견을 묵살한 적은 없는가?


현기영 소설가는 그의 글에서 이렇게 스스로를 고백하며 반성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는 말이 사실이 아님을 나이가 들면서 깨닫는다. 탐욕스러운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노련해지고 오만한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후안무치해진다. 젊은 날의 상처는 더욱 예민한 치부로 남아 겹겹의 가시울타리를 두른 채 윤색되고 포장된다.

연륜을 무기 삼아 삿되게 목청을 높이고, 권위를 지키고 옹졸하게 편협해진다. 자신을 비우고 성찰하지 못하는 노년은 추하고 고독하다.

도둑처럼 슬그머니 찾아든 노년을 아프게 고백한다.


공자는 논어의 ‘위정’ 편에서 자기 성찰에 대해 이르기를 칠십 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 했다. 이는 나이가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는다는 공자의 회고로, 70세가 되면 자신의 의지와 욕망이 사회적·도덕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경지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이 말은 공맹 시대의 논어에서나 해당되는 말이고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해 점점 장수만세 시대로 나이가 점점 늘어가는 시국에 나이 먹어감에 대하여 언행에 늘 경계하고 유념해야 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열린 이성을 가지고 획일주의에 얽매이지 않는 소통과 다양성의 지혜를 육성하고 실천하는 일을 꾸준히 하여 나가는 일상의 생활이 필요하다.

맹목적인 종교적인 믿음이나 무조건 식으로 내 편은 옳고 상대편을 틀리다고 밀어붙이는 정치의 이분법적인 발상은 지나치게 한 가지로 흐르는 위험한 획일주의에 해당한다.

저 인간하고는 말이 안 통해 하면서 일방적으로 치부하고 언로를 완전 봉쇄하기보다는 훗날의 소통을 위해 실마리라도 남겨두는 여유가 필요하다.

현대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받고 인정받는 시대로 모든 양상이 바뀌고 있다.

공부만 잘해서 입신양명(立身揚名)하고 출세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개성을 살려 자기가 가장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어 보람을 느끼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일, 모두 각자가 그러한 일을 찾아내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사회, 다양성이 추구되는 사회가 건강하고 부강한 국가로 성장할 것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해 나간다면 그 사회는 획일주의 만연의 사회로 전체주의 국가이며 공산주의 국가이며 파시즘이 만연하는 개성이 사라진 회색 국가로 변질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다른 얼굴과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나가고 있는 다양한 존재이다.

밀란 쿤데라는 그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양한 인간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삶을 사는 일이 한 번뿐인 인생을 화려하고 다채롭게 만들어 재미있는 세상으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한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I think therefore I am)’라고 말했고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는 ‘나는 행동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I act therefore I am)’라고 말했다.

생각하지만 말고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새해가 모두에게 되었으면 한다.


2025년의 마지막 주말인 토요일 아침,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창문을 여니 찬바람이 스친다.

크게 심호흡을 하여 찬 공기를 깊숙이 마신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아침이다.


도그마 dogma


1. 명사: 독단적인 신념이나 학설.

2. 명사: 이성(理性)적인 비판이 허용되지 않고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교리(敎理)나 교의(敎義)


파시즘 fascism


1. 명사: 제일 차 세계 대전 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조직한 파시스트당(Fascist黨)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적 이념. (→나치즘, 전체주의)

2. 명사: 20세기에 등장한 독재, 전체주의 체제나 운동을 총칭함.






Saturday, December 27th.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