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헤어짐

인생은 지나가는 삶의 연속이 아니다.

by James Kim





“자비(慈悲 Mercy)는 거울과 같다.

내 생각에 자비는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갖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자비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자비다.

자비를 베풀면 그것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 브라이언 스티븐슨


브라이언 스티븐슨(Bryan Stevenson)은 뉴욕 대학 로스쿨 교수이다.

2012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TED 강연에서 <우리는 불의에 관해 말해야 합니다 We need to talk about an injustice>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펼쳤다. 주체성의 중요성과 미국 사법 제도의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말한 이 강연으로 저자는 TED 역사상 가장 긴 기립 박수를 받았다.

2014년 첫 저서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Just Mercy』을 출간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브라이언 스티븐슨과 자비에 대해 대담하면서 용서에 대해 다음처럼 말했다.

“용서 (Forgiveness)는 과거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는 것이다.

용서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시간을 앞으로 나아가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나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좋든 나쁘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 과정 가운데에서 아름다운 만남과 이별도 있지만, 불편함과 배신의 헤어짐도 존재한다.

그 모든 만남과 이별은 결국 우리를 다듬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되어, 때로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때로는 다시없는 기쁨의 순간으로 마음속에서 존재한다. 상처와 기쁨의 흔적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배신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 기억들을 외면하거나 지워버리려 하기보다, 그것이 남긴 의미를 천천히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그 안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의 흐름이 숨어 있고, 그때의 선택과 망설임, 그리고 서툴렀던 상대에 대한 마음의 진심 전달이 고요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거나 다르게 행동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가능성을 상상하지만, 결국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때의 아픔은 나를 무너지게 했던 순간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기 위해 나를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 시간으로 남고, 기쁨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서 삶을 견디게 하는 온기로 머물고 있다.

그래서 인생이란 단순히 지나가는 삶의 연속이 아닌 것이다. 인생이란 잊히지 않는 과거의 것들과 함께 계속해서 나를 새롭게 빚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고, 사랑하고, 미워했던 치열한 과정을 겪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 느리지만 거듭하여 우리에게 다가온 만남과 이별의 시간들이 모두 나의 인생의 인연과 업보로 남게 된 것이다.

이제 지나온 모든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에 대해 조용히 따뜻한 미소를 보낼 시간이다. 그 미소는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니다. 어설펐지만 그때의 나를 품어주고, 그 시절의 인연에게도 모든 게 서툴렀던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라는 부탁의 표현이 담겨있다.


비록 어떤 인연은 아쉬움으로, 어떤 기억은 아직도 희미한 통증으로 남아 있을지라도 나는 과거가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는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이제는 붙잡지 않아도 될 것은 놓아주어야 한다. 굳이 되돌리지 않아도 될 것들은 그대로 흘려보내야 한다. 남겨진 것들 속에서 의미를 길어 올릴 수 있는 것들은 거기에서 여유를 배워가야 한다. 그렇게 마음이 정리된 자리에서 차분히 세상을 관조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삶이 지속되는 한 언젠가 또 다른 이별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것을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스쳐간 모든 인연들에게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늘 준비하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자세와 마음가짐은 지나온 시간에 매이지 않게 한다. 그 시간들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보이지 않는 마음 다짐의 중심이 된다.

그렇게 매 순간을 마지막인 듯 소중히 여기며, 동시에 다시 이어질 것처럼 담담히 흘려보내는 법을 배워간다.


한때는 한 사람의 전부였든 이름들이 점차 기억의 가장자리로 물러나고, 또 다른 이름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 모든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바라보았던 순간들이다.

그 진심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빛으로 남아있다. 그 빛은 삶이 어두워질 때마다 길을 비추어 주고,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용기를 건네준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을 슬퍼하기보다, 그 안에 스며 있는 사랑과 온기의 흔적을 오래도록 간직한다. 그렇게 간직된 기억의 추억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내면을 고요히 적시며 천천히 다가오는 마음의 힘이 된다.

그 마음의 힘은 우리를 다시 사람에게로 이끌 수 있는 끈의 역할을 한다.

낯선 인연 앞에서도 마음의 문을 닫지 않게 한다. 언젠가 또다시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온다 해도 크게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따뜻한 이해로 그 시간을 받아들이게 한다.

결국 우리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의 파도 위를 건너며, 잃어버린 것보다 남겨진 것들을 더 깊이 사랑할 줄 아는 존재로 조금씩 자라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Love and Connection’


여기서는 아무도 혼자 살 수 없다.

지금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인간 정신의 깊은 곳에서

우리를 분발하게 한다.

힘, 사랑, 용기, 사랑, 친절, 사랑,

정말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악은 항상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선 역시 언제나 존재해 왔고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 마야 안젤루 (Maya Angelou)




Tuesday, February 24th.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