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마음

봄이 오려하고 있다.

by James Kim





“내가 세상에 와서 한 일이라곤

오로지 울고 싶을 때

그 울음을 참은 것이 전부였다.

나무는 꽃을 따라 울고

꽃은 바람을 따라 울고

바람은 이승의 별자리를 따라 운다.

그러니 나도 울리라.

당신의 울음을 들어주는

來生의 바람 한 잎.

저쪽에서 내게로 불어온다.


-류근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에서

독립 만세를 목놓아 부르던 3.1절은 어제 지나가고 오늘은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아침은 왜 이리도 고요히 흐르는지 가만히 바라보니 슬퍼진다.

겨우내 헐벗고 메마른 언 땅의 대지 위에 봄비가 천천히 조금씩 스며들어 잠들어 있는 땅의 정령을 깨울 것이다. 목련 나무 가지에 피어나는 솜털이 도톰한 꽃망울들은 점점 크기를 키워나가며 하얀 속살을 터트릴 준비를 할 것이다. 산수유나무 가지에도 작은 물방울 같은 맺음 들이 알알이 맺히어 노란 꽃잎을 내보내려 진통을 겪고 있다.


봄이 오려하고 있다. 계절이 순환하려 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늘 그렇듯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모든 것들이 천천히 변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들은 그대로 남아서 모두에게서 천천히 잊히거나 썩어서 사라져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변해야 한다. 변해야 살아남는다.

나는 오늘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자연과 세상 만물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나의 모든 것들에 대한 존경은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른 진실의 감사함이다.


Tony Robbins는 ‘감사(感謝, Gratitude)’에 대해 다음처럼 말한다.


어느 것에라도 감사할 수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감사하고, 타인의 시선에도 감사하다.

무엇이든 감사할 수 있다.

감사하는 순간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난다.

집착을 멈추게 된다.

사람들의 괴로움의 대부분은 기대에서 비롯된다.

기대를 감사로 바꾸어 보라.

그 순간에 삶 전체가 변화한다.

그 순간 고통은 끝난다.


이 세상 살아오면서 남에게 크게 해 끼치지 않고, 남으로부터 크게 손가락질받을 일 하지 않았으니 감사하다.

이제껏 남을 크게 미워하지 않고, 남으로부터 크게 빚진 거 없었으니 감사하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그때그때 보고 즐겨왔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내 주위에 내가 아는 사람들을 내가 볼 때 반갑고, 그들도 나를 보고 반갑다 하니 정말로 감사하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먹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유와 기회를 갖게 되니 감사한 일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가까운 동네 도서관에서 언제든 빌려 볼 수 있어 마음속 깊이 감사하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볼 수 있도록 아직도 눈이 밝고 또렷하여 감사를 표시한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감사들이 모여 하루를 보람차게 밝혀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마음이 고요히 충만해지는 것은, 이미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것들을 알아보는 순간부터 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감각, 햇살이 어깨 위에 내려앉는 따뜻함,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남기고 간 여운까지도 모두 삶이 건네는 조용한 감사의 선물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멀리 있는 무지개를 찾아 헤매기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숨 쉬고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모든 것에 깊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드린다.

감사는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매 순간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는 하루 속에서 또 한 번 감사의 이름을 찾아 불러 본다.


‘감사 예찬’


- 이해인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 나는 길입니다.

감사만이

보석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납니다.

감사만이

기도입니다.

기도한 줄 외우지 못해도

그저

고맙다 고맙다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 날

삶 자체가

기도의 강으로 흘러

가만히 눈물 흘리는

자신을 보며

감동하게 됩니다.


비가 내리는 이른 봄날의 휴일은 이렇게 슬픔과 변화와 감사가 교차하는 가운데 천천히 흘러갑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새싹들이 돋고 꽃눈이 움트면서 저 멀리 남도로부터 꽃소식이 들려올 겁니다.

꽃이 피고 봄바람이 불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변화와 감사가 가득할 것입니다.



Monday, March 2nd.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