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바로 사는 일

평범한 날들을 소중히 여기며 삶이 조금씩 아름다워지고

by James Kim






“평소엔 느끼지 못하지만,

계단 길 끝에서 생각해 보면

무료하도록 평범한 일상의 삶이란

실은 행운의 연속인 것이다.

제대로 산다는 건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놓치지 않는 거야.

설혹 나쁜 시간이라 해도

그건 좋은 것을 선택한 것

못지않은 의미가 있어.

삶의 모든 시간은

똑같이 삶의 기회니까.”


- 전 경린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에서


우리는 매일 비슷하게 펼쳐지는 삶의 흐름을 지루해하고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갑자기 아파서 병이 들거나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겨 일상의 흐름이 깨질 때 아무 일 없이 흘러갔던 보통의 날들이 정말 좋았던 삶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지루하다고 느꼈던 그 평범한 일상의 반복된 시간들은 삶이 우리에게 건네준 가장 조용한 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사건이 없다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공백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를 지켜주고 있던 평온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아무 탈 없이 맞이하던 아침, 무심히 건네던 인사, 별다를 것 없어 보이던 하루의 풍경들, 그 모든 순간들은 화려하지 않았기에 소중함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바탕을 이루던 단단한 뿌리였음을 깨닫게 된다. 마치 늘 그 자리에 있어 존재를 의식하지 못했던 공기처럼, 평범한 날들은 우리 삶을 조용히 숨 쉬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바라는 진짜 변화는 어쩌면 전혀 다른 삶이 아니라, 지금 이 평범한 보통의 하루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열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 일 없는 하루를 아무 의미 없는 하루로 흘려보내지 않고, 무사함 자체를 하나의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의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한 반복이 아니라 잔잔한 기적이 된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행복은 멀리서 찾아오는 특별한 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 없이 오늘을 살아냈다는 사실 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 나에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의 시간을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놓치지 않는 것과 같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늘 우리 앞에 놓여 있으면서도, 늘 가장 쉽게 지나쳐 버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이미 지나가 버린 어제를 붙잡으려 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느라, 정작 손에 쥐고 있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흘려보내고 만다.

그러나 오늘을 산다는 것은 거창한 무엇을 이루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놓인 작은 일 하나에도 마음을 다해 정성을 기울이는 일일 것이다. 마시는 차 한 잔의 따스함, 봄볕에 피어나는 매화의 수줍은 개화,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무심한 표정까지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의미를 담아 조용한 미소를 보내는 감사한 마음. 그런 순간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삶이 된다.

그래서 삶을 잘 살아간다는 것은 먼 곳을 향해 달려가는 일이 아니라,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호흡과 마음의 결을 가만히 들여다볼 줄 아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시간은 더 이상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가는 의미가 된다.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그렇게나 원했던 소중한 내일 이었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해 보면 오늘이라는 하루는 나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기적처럼 나에게 잠시 맡겨진 시간에 더 가깝다.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 하루였을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회였고, 단 한 번만이라도 더 살아보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을 담은 하루였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을 대할 때 조금은 더 정성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대단한 일을 하지 못했더라도, 크게 웃지 못했더라도, 그저 무사히 하루를 건너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이미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시 한번 태양을 바라보고 부는 바람을 두 뺨에 느끼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주어진 하루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소중한 마음의 자세일 것이다.

오늘이라는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진심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 있음에 대한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감사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

결국 제대로 산다는 건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놓치지 않는 거다. 삶은 언제나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늘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되고 완성되어 간다. 더 좋은 날이 오면, 더 나은 조건이 갖추어지면 그때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마음속으로 미루어 두지만, 정작 삶은 기다려 주지 않고 바로 이 순간 속에서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산다는 것은 완벽한 때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아직은 부족하고 어설프더라도 지금의 나로 살아가는 용기를 내는 일일 것이다.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그 안에서 배울 것을 찾고, 피할 수 없는 시간이라면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길어 올리는 일, 그것이 바로 삶을 진실되게 사는 자세일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살아낸 사람의 시간은 길고 화려하지 않아도 깊어진 무게와 품격이 보인다. 그리고 그 깊이와 품격은 언젠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날, 나는 그래도 내 삶을 외면하지는 않았다고 조용히 말할 수 있는 단단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오늘을 잘 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삶을 함부로 지나치지 않는 일인 것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나에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아직 걸어가고 있는 나 자신의 삶까지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특별한 날이어서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 평범한 날들을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삶이 조금씩 아름다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A Psalm of Life’


Lives of great men all remind us

We can make our lives sublime,

And departing, leave behind us

Footprints, on the sands of time

- Henry Wordsworth Longfellow


‘인생 찬가’


위대한 사람들의 삶은 우리를 깨우치느니

우리도 장엄한 삶을 이룰 수 있고,

우리가 떠나가면서 시간의 모래 위에

발자취를 남길 수가 있음을

- 롱펠로우



Monday, March 16th.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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