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앞두고 잠깐이나마 팀장을 맡았던 시기였다. 팀장들 가운데서는 막내에 가까웠다. 아마 부서장 주재 회의였을 것이다. 각 팀이 돌아가며 주요 업무를 보고했고, 그중 한 팀에서는 A대리가 다녀온 출장 결과가 안건이었다.
그 일은 다른 팀에서도 알고 있을 만큼 중요한 건이었다. 팀장들은 사전에 그 출장 결과 보고서를 다 읽은 상태였고, 평가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결같았다. 일을 너무 훌륭하게 해냈고, 보고서 역시 대리가 작성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잘 정리되어 있다는 말들이 오갔다. 서로 한 마디씩 칭찬을 거들었다.
팀장들의 대화를 들으며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 칭찬을, 과연 그 대리 본인에게도 했을까. 그러지 않았을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런 말을 직접 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잘못한 일에 대한 질책은 빠르고 분명했지만, 잘한 일에 대한 평가는 대개 사람 없는 자리에서 소비되곤 했다. 그 문화에는 여러 이유가 섞여 있었을 것이다. 지역적인 정서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칭찬받을 일이 없는 사람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냥 오래된 무심함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런 분위기가 늘 마음에 걸렸다. 잘못한 일에 대한 지적만큼이나, 잘한 일에 대한 칭찬도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야 자신이 지금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계속 같은 방향으로 가도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과에 대한 보람은 그럴 때 비로소 생긴다고 믿었다. 다만 팀장들 가운데 막내였던 내가 그 문화를 크게 바꿀 수는 없었다.
그래서 회의실에서 오간 칭찬을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A대리 자리로 갔다. 말을 꾸미지 않았다. 출장 업무를 정말 잘 해냈고, 보고서도 훌륭했다는 것. 그리고 회의를 하던 팀장들 모두가 같은 의견이었다는 사실까지 그대로 전했다.
그 말을 듣던 그의 표정을 나는 잊지 못한다.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감동한 얼굴이었다. 아마 그 순간 그는 자신이 해온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을 것이다. 불과 몇 분도 걸리지 않은 말 한마디였지만, 그에게는 일하는 방향에 대한 확신 하나가 더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장생활에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란, 그런 순간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회사 밖에서도 칭찬을 실천하려고 한다. 식당에서 유난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누군가에게 기대 이상으로 친절한 응대를 받았을 때, 그에 대한 감사와 칭찬을 꼭 구체적으로 전하려 한다. 칭찬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놀란 표정을 짓는다. 예상치 못한 말에 순수한 표정이 비친다. 그 표정은 그날 회의 뒤에 만났던 A대리의 얼굴과 닮았다.
재미있는 건, 칭찬을 들은 사람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한 나 역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칭찬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