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도 지나치면 민폐가 된다

by 이진호

어려서부터 나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베풀고 살지는 못하더라도 신세 지는 일은 없이 살라는 가르침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호의도 되도록 사양하는 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 기준이 늘 옳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배려라고 믿었던 태도가 오히려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지나친 사양이 상대를 서운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한 장면이 하나 있다.


회식 자리가 끝나고 헤어지는 상황이다. 나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비슷한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 일행이 나를 태워주겠다고 한다. 나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늘 그렇듯 끝까지 사양한다. 편하게 이동하는 것이 나쁠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신세를 지는 게 마음에 걸려서였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입장이 바뀐 상황에서도 나는 괜찮다며 필요 이상으로 권하곤 했다. 상대의 사양을 그저 예의상 하는 말로 여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양이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경험도 있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누군가 나에게 차를 태워주겠다고 호의를 베푸는 상황. 다른 점은 그 사람이 편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거다. 겉으로는 같은 사양을 하지만 내 마음은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다. 상대는 내 속도 모른 채 괜찮다며 끝까지 권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끝까지 사양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불편을 감수하고 함께 가는 것.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야, 호의를 베풀 때 끝까지 권하는 것이 늘 도리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호의를 건넬 때, 필요 이상으로 권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두 번 권하고, 상대의 대답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배려를 줄인 것이 아니라, 상대의 속마음을 존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받는 태도도 달라졌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호의를 보일 때, 무조건 사양하지 않는다. 잠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고 나라도 기꺼이 했을 호의라면, 지나치게 사양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충분히 고마워한다. 말로, 태도로, 마음으로. 그 호의가 헛되지 않도록.


어려서 배운 ‘폐 끼치지 말라’는 말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다만 예전처럼 무조건은 아니다. 대신 상대의 말뿐 아니라, 말하지 않은 이유까지도 조심스럽게 헤아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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