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드러났던 아이들의 성향
네 식구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길이었다. 늘 그렇듯 뒷자리 카시트에 앉은 아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문득 계기판을 보니, 남은 기름이 충분하지 않아 주유소에 들러야 했다. 아이들은 차 안에서 내가 주유하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주유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지원이가 물었다. 아마 주유기가 어떻게 주유량을 측정하는지, 아니면 어떻게 정해진 금액만큼 맞춰 멈추는지 같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원이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짐작으로 답을 해주었다. 그 답은 아이가 궁금해하던 것이 아니었다. 지원이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게 아닌데…”라는 답답함이 차 안을 채웠다. 나는 천천히 말해 보라고 달랬지만, 질문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던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와중에 지민이가 말했다.
“어차피 크면 다 알게 돼.”
아이답지 않은 말투에 나와 아내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지원이를 더 못마땅하게 했다. 이미 속이 상해 있는데, 엄마 아빠가 동생의 말에 웃고 있으니 말이다. 지원이는 더 짜증을 냈고, 지민이는 시큰둥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두 아이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원이는 고지식한 면이 있다. 모르는 것을 끝까지 알고 나서야 마음이 놓인다. 원칙을 찾고, 그 원칙을 지키려 한다. 좋게 말하면 단단하고 성실한 태도이고,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부족하다. 질문이 풀리지 않으면 쉽게 넘기지 못하는 아이였다.
반면 지민이는 임기응변이 좋다. 돌발 상황에서도 금세 해결책을 찾아낸다. 분위기를 빨리 읽고 그에 맞게 정리하는 재주가 있다. 좋게 말하면 순발력이 뛰어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깊이 파고들기보다 얕은꾀에 기대는 면도 있다.
처음엔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서로 다르게 자라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처음 마주한 세상은 완전히 달랐다.
지원이는 한때 부모의 관심을 온전히 받다가 그것을 동생과 나누어야 했다. 그 상실감은 아이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반면 지민이는 태어나자마자 언니라는 큰 존재 곁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야 했다. 이미 앞서가고 있는 언니의 그늘 속에서 자기 몫을 챙겨야 했다. 같은 집, 같은 부모와 함께였지만,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이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이미 그런 성격으로 자라왔다. 바꿀 수 있는 나이는 지났고, 굳이 바꿀 이유도 없다.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길을 찾아가면 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주유소에서 울던 아이와 창밖을 보던 아이. 그 둘의 모습은 다르지만, 나는 그 다름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