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고 하면 무척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럼 이야기한다.
아 제가 먼저 하겠다고 한 게 아니고 부모님이 권유하신거라서요
행복하지 않다고는 했지만 학교를 그만둘 수 있다는 발상이 고작 중1, 중2 머리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의 복인지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비교적 열린 마음을 가진 부모님 덕에 내 스스로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것처럼 부모님이 아닌 가까운 가족 역시 나의 삶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분들이기에 설득 혹은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비단 우리집의 이야기만은 아니겠으나, 무척이나 보수적인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를 설득시키기란 무척 어려웠다. 지금도 이게 나의 힘으로 설득이 된것인가, 시대적 결과물인가 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애들(나의 부모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 결정했겠지' 하고 무조건적 지지를 해준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집안 어른들의 걱정을 산 것은 사실이다. 그분들의 허락이나 승인을 받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의도치 않게 아빠와 할아버지 간에 큰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1. 대학을 갈 수 있나
2. 나중에 사회에 적응 못하면 어떡하나
3. 애 공부를 누가 시킬건가
4. 평범하게 살 수 없나
등등등
사람들이 쉽사리 홈스쿨링, 혹은 자퇴를 결정하지 않는 이유일수도 있고 이러한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이성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왜 유난스럽게 남들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하냐' '그래서 뭐가 되겠냐' 등등 학교 안 가면 큰일 나는 것이라 생각한 어르신들 세대의 역정에 가깝긴 했다.
자퇴와 홈스쿨링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기 시작 한 것은 중학교 2학년 1학기, 그래서 방학을 지내는 동안 집안 어른들 설득 작업에 들어 갔다. 그 분들이 반대를 한다고 해서 홈스쿨링의 결정을 접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해를 시켜드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요즘 애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불쌍한데요, 좀더 행복해 지려고 하는 거에요. 다양한 경험도 더 많이 할 수 있구요.
학교에서도 생각보다 낭비되는 시간이 많아요
손녀딸을 좀 믿어 보세요 잘 할거에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설득하는 일은 내가 직접 하기 보다는 부모님의 몫이었지만, 내 스스로는 어떤 성과 같은게 바로 나는 것이 아니기에 하면서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기 위해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기에 앞서 날선 대화도 많이 나누고 시작한 이후에도 크게 탐탁치 않아 하셨지만 할아버지의 태도가 급격히 달라진 것은 '죽음의 트라이앵글' 보도였다. 요즘 친구들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2000년대에 수능, 내신, 논술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며 '죽음의 트라이앵글' 세대라 불리던 내 또래가 있었다. 당시 이를 비관한 고등학생이 자살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많이 되었다. 이러한 보도를 접한 할아버지는 점차 홈스쿨링을 받아들이고, 날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할아버지의 자랑인 손녀딸이 되기도 했다.
누구라도 자퇴를 선택하려 할 때, 주변의 성원과 지지만을 받고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를 설득해서 지지를 받고 아름답게 시작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하겠다고 고집만 부려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홈스쿨링과 자퇴에 대한 확신 혹은 용기, 이유가 있어야 한다. 무작정 치기어린 마음으로 '아몰랑 그만둘래,' '아 내가 한다는데, 학교가 가기 싫다는데'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기에 홈스쿨링의 과정은 생각보다 외롭고 생각보다 힘겹다. 홈스쿨링은 학교처럼 매일 마주치는 동반자들이 없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네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도 자기 확신 혹은 트레이닝이 되는 장점이 있다. '그만두겠어요!'라는 통보보다는 꼭 먼저 대화의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 대화의 과정에서 하고싶다고 했던 이도, 반대했던 이도 포기하는 순간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이면 좋겠다.
인생은 언제나처럼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치열한 고민과 대화 끝내 내린 결정이 내 인생에는 가장 최적의 선택이었음을 믿는 그 과정을 꼭 거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