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친화 기업인 외국계… 제도도 많고 도움도 많았지만
필자가 임신사실을 알리는 것은 평범한 임신이었다면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육아 휴직을 쓰는 걸 눈치 봐야 하는 분위기도 문화도 제도도 아니었기 때문에.
다만… 계획에 없던 결혼과 임신이었기 때문에 상사에게 갑자기 떨어진 날벼락같았으리라.
그래서 임신 초기 회사와 직속 상사에게 임신 사실을 한사코 알리지 않았다.
(물론 이후에 알려지고 난 다음에 아이가 있는 워킹맘 선배들은 체형 변화와 낯빛을 보고 임신을 지레짐작해 왔다고 귀띔해 주었다)
다행히도 임신 극초기에만 회사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아야 했고, 그 이후에는 딱히 이렇다 할 입덧은 없어서 임신 초기에도 무사히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다.
임신 초기 제일 힘들었던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잠과 만성 피로감, 그리고 체형 변화.
다산한 워킹맘 선배들은 눈치를 챘다고 했을 정도로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체형 변화가 매우 있었다.
코로나 첫 해, 재택이 자리 잡기 시작했던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에 그나마 출퇴근의 피로에서나마 해방될 수 있어 다행이었달까.
그래서 워킹맘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도 아니면 개인적으로 이용해 보지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이용해 보고 싶었던 임신 초기의 배려 제도를 적어보고자 한다.
1. 임산부 뱃지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지역구 보건소에 가면 임산부 뱃지를 받고, 요즘은 지하철 임산부 석이 꽤 많이 잘 비워져 있어서 이 뱃지를 달고 있는 임산부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임신한 필자의 사촌동생도 임신 확인 후 바로 받은 게 임산부 뱃지였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워킹맘이라면 꼭 지니고 다니면 티가 나지 않을 때도 배려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2. 정규 연차 외 병원 방문에 대한 휴게 시간 보장(태아 검진 휴가)
임신 초기에는 2주마다, 안정기에는 4주마다, 중 후기에 접어들면 또 2주마다 병원을 가야 한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생각보다 자주 돌아오는 병원 검진.
임신 초기에는 아는 것도 없고 궁금한 건 많고, 갈 때마다 달라진 모습의 초음파를 마주하는 게 그렇게 신기해서 병원 진료를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사실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2주마다 시간을 몇 시간씩 빼는 건 K직장인에게 꽤나 어려운 일이다.
나중에 회사 내규를 읽어보며, 병원 진료시간은 연차 외에 별도의 휴게시간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제도를 다 알고도 사용을 못하는 환경인 건 분명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3. 임신 초기/말기 근무시간 2시간 단축
사실 제일 써보고 싶었던 제도는 역시나 근무시간 단축.
당시, 회사가 다시없을 정도로 바쁘기 시작했던 터라 아마 제도를 알았어도 쓰지 못했을 것 같지만
임신 12주까지, 그리고 임신 36주 이후 두 시간의 근무 시간 단축 신청이 가능하다
그리고 최근(2025년 2월 23일부터) 12주 이내와 32주 이후까지로 해당 제도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사실 30주가 넘어가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출퇴근 길이 힘들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에 제도 확대는 정말 환영한다.
두 시간 단축을 앞에 붙일 수도, 뒤에 붙일 수도, 아니면 앞에 1시간, 뒤에 1시간으로 할 수 있다.
회사의 근무 환경과 상사와의 상의 끝에 결정할 수 있다.
2,3번의 제도를 이용하고자 했을 때 이를 거부하는 사업주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사항이다.
물론 임신을 하고 육아휴직을 들어가야 하는 사실 때문에 팀원들에게 회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눈치가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가장 힘든 시기를 거치는 임신 초기에는 조금 더 배려를 당연하게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