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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Sep 19. 2016

벤디스 조정호 대표

세상에 없던 식권을 만들다

㈜벤디스 조정호 대표<사진=벤디스>


모바일 식권 서비스 회사 ㈜벤디스가 ‘시리즈A’ 투자로 35억원을 유치했다. 투자자는 KDB산업은행, 우아한형제들, 네이버다. 시리즈A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단계로 통상 투자금액은 10~20억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에도 본엔젤스와 우아한형제들로부터 7억원을 유치했다. 2년간 투자받은 금액은 총 42억원. 척박한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에선 괄목할만한 성과다. 투자자들은 벤디스가B2B(기업간 거래)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높게 샀다.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B2C에 집중하고 있는데 반해, 벤디스는 기업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즈A 투자 유치가 알려진 직후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벤디스 조정호 대표를 만났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지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조 대표는 “이번에 유치한 35억원으로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핵심 인력도 충원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최초로 모바일 식권을 만들었으니 앞으로도 선두자리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카페·패스트푸드점서도 쓸 수 있는 스마트식권   


‘식권대장’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식권을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게 만든 앱이다.<사진=벤디스>


‘식권대장’은 단순한 서비스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식권을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게 만든 앱이다. 요즘도 사무실 밀집지역 식당에 가면 입구에 ‘○○회사 식권 받습니다’, ‘장부 거래합니다’ 등을 적은 안내문을 볼 수 있다. 배달음식 주문에 신용카드 결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뚝딱인데 식권만은 여전히 종이장부에 머물러 있었다. 조정호 대표는 거기서 사업 기회를 봤다. 


식권대장이 처음에는 식권을 대체하기만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카페, 패스트푸드 등 프랜차이즈와도 제휴를 맺었다. 고칼로리 점심식사가 부담스러운 직원은 근처 커피숍에 가서 커피나 샐러드로 식사를 대신한다. 여성 직원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는 전언이다.


사용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서비스를 바꿔나가고 있다. 초기엔 여럿이 함께 밥을 먹어도 가맹점에 가면 한 명씩 차례로 스마트폰을 보여줘야 했다. 식권 이용자인 직원들도, 가맹점주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함께 결제’ 기능이다. 한 회사에서 한 명에게 식대 포인트를 몰아줘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계산시간은 대폭 줄었다. 이 기능은 특허 출원도 해 놓았다.


현재까지 확보한 고객사는 약 80곳이다. 올해 들어서만 한국타이어, SK플래닛, 제주항공, 에어부산, 나이스신용평가, 한미약품 등 대기업과 계약을 마쳤다. 입소문이 나 이제는 기업들로부터 먼저 문의가 온다. 수익모델은 식권발행 기업과 가맹점인 식당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다. 양쪽 모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율은 기업과 가맹점을 합쳐 결제금액의 5%선이다.


첫 거래처 확보까지는 험난했다. B2B 사업의 관건은 레퍼런스다. 사업 제안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날아오는 질문은 “어느 회사가 하고 있는데요”다. 상대가 대기업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식권처럼 결제규모가 큰 사업을 스타트업에 덜컥 맡기기란 쉽지 않다.


“처음에는 기업들이 얘기를 잘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공신력이 있는 회사가 아니었으니까요. 우리 내부에선 좋은 서비스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고객사를 이해시키는 과정은 어려웠습니다. 서비스 자체가 전에 없던 것이라 생소하기도 했고요”   


 ‘식권대장’의 가맹점주용 앱 <사진=벤디스>


2013년 사업 초기에 레퍼런스가 돼 준 회사는 NBT다. 휴대폰 잠금화면에 광고를 노출시켜 이용자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리워드앱 ‘캐시슬라이드’의 운영사다. NBT 역시 당시에는 스타트업이었지만 지금은 연매출이 600억원에 이르는 탄탄한 회사다. 조정호 대표는 “NBT가 같은 스타트업이라 믿고 계약해준 것 같다. 덕분에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술 접대 없이 B2B 영업…고객사 80곳 확보” 


초기엔 주변의 우려도 컸다.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선배들은 “한국에서 B2B사업을 하려면 술 영업과 접대가 필수적”이라며 겁을 줬다. 조 대표는 “막상 시장에 뛰어들고 보니 그렇지만은 않았다. 벤디스가 젊은 조직이고, 식권대장이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점을 어필하니 기대 이상으로 신선하게 봐줬다. 술 접대 한번 없이 고객사를 확보해왔다”고 자신했다.


영업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창업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조 대표는 직장생활 경험이 없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다 돌연 진로를 틀어 창업을 했다. 조 대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일에 자신 있었지만, 막상 사업을 해보니 친화력이 좋은 것과 영업은 다르더라. 상대가 느끼는 불편을 잘 포착해 우리 서비스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했다.


벤디스는 국내에서 처음 모바일 식권 서비스를 시작해 아직까지 시장의 독보적인 1위다. 주변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아직까지 위협할 정도의 유의미한 경쟁사는 없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경쟁사가 생겨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도 했다. 겉으론 단순해 보이지만 한 꺼풀만 벗겨 봐도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식권은 전 직원이 매일 쓰는 서비스입니다. 운영 노하우가 필수적이죠. B2C 시장처럼 후발주자가 들어와 광고비를 쏟아붓는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경쟁사보다는 우리 사업의 본질에 신경을 쓰려합니다. 미국 최대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의 설립자 폴 그레이엄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경쟁사 때문에 망하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만약 망한다면 그건 회사 내부적인 문제 때문이지, 경쟁사 때문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사업은 올해로 4년 차다. 고객사나 매출 면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게 사실이나 한눈을 팔지는 않을 생각이다.   


조정호 대표는 “좋은 서비스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전에 없던 서비스라 고객사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식권만 해도 아직 갈 일이 멉니다.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식대 운영정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식권대장을 찾는 기업들이 더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사업 영역 확대에 대해 고민하곤 있지만 일단은 여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점먹튀’ 제도…‘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소통 중시 


조직 규모도 커졌다. 4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22명까지 식구가 늘었다. 스타트업치고는 큰 규모다. 불어난 직원 수만큼 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입사지원자들의 이력도 달라졌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입사한 직원들도 있다. 조 대표는 “벤디스와 나를 보고 합류해줬으니 좋은 업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했다.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 중이다. 점심 먹고 튀기의 줄임말인 ‘점먹튀’도 그 일환 중 하나다. 직원 생일이나 입사기념일엔 점심을 먹은 다음 해당 직원이 바로 퇴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눈치 보지 않고 기분 좋게 퇴근할 수 있어,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 조직원 목소리를 듣기 위한 창구도 열어놨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메일로, 직원들이 익명으로 회사와 대표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전용 창구다. 접수된 질문은 한 달에 한 번 전체회의 때 대표가 답변을 한다. 질문 종류도 다양하다. 투자진행 상황이나 사업모델 같은 묵직한 주제들이 있는가 하면, 팀원 소개팅 결과를 묻는 가벼운 질문도 있다.


여느 수장들이 그러하듯 조 대표 역시 가장 어려운 건 사람 문제라고 말한다.


“사업 과정에서의 모든 것이 어렵지만 그래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사람입니다. 팀원, 고객사, 가맹점 사장…. 결국 비즈니스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힘든 점도 많지만 즐거움이 훨씬 큽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온전히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천직 같아요”


원문보기

http://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1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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