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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l 26. 2016

최저임금위원회 류경희 부위원장

“최임위는 최적의 방식…勞使 협상 의지 문제”



     

류경희 최저임금위원회 부위원장   ©중기이코노미


- 열네 차례 전원회의를 했지만 노사 수정안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유독 힘들었을 것 같다.


최저임금위원회를 하며 눈 실핏줄이 다 터졌다. 한번 회의를 시작하면 최소 10시간, 길면 16시간까지 했다. 다른 위원들도 모두 힘들었을 거다.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모두 고생했다.


- 근로자위원 전원 사퇴에 이어 공익위원인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같은 공익위원으로서 사퇴 배경을 짐작해본다면.


근로자위원도 그렇고 공익위원도 그렇고 아직 공식적으로 사퇴서가 접수된 건 없다. 사퇴 배경은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기사를 토대로 추측해 보자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정치적으로 운영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윤 위원은 올해 처음 들어왔다. 노사가 치열하게 공방 하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을 수 있다. 공방의 내용도 합리적인 토론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 전원회의 현장은 어땠나.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나?


일반적인 토론하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두 당사자 간의 협상이니 여러 전략이 있고, 의도적으로 강하게 얘기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이 윤 위원에게는 낯설게 느껴졌을 수 있다. 나는 노사관계 쪽 일을 15년 이상 해왔기에 피로감을 덜 느끼는 편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는 두 번째다.


-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를 비교해 본다면.


지난해 최초안으로 노동계는 1만원을, 경영계는 동결을 가져왔다. 노사 간 격차가 컸지만 세 번의 수정안이 나와 많이 좁혀나갈 수 있었다. 올해는 수정안이 한 번도 안 나왔다. 걱정스러운 건 향후에도 이런 국면이 계속될 것 같다는 점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선 ‘최저임금 1만원’이 고유명사화됐다. 노동계에서 강하게 주장할수록 대안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경영계는 수정안을 준비했지만 노동계에서 안 낸다 하니 “우리만 낼 수 없다”며 버텼다.


- 공익위원들 간에도 최저임금 수준이나 결정 방식을 두고 견해차가 컸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조율했나.


공익위원들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각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사람들이고, 전문지식에 대한 자존감도 강하다. 다른 위원이 이렇게 하자고 한다고 따라가지도 않는다. 각각이 생각하는 최저임금 수준도 차이가 크다. 공익위원들은 각각이 생각하는 최저임금 수준을 회의에서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노사가 충분히 논의해 의견을 좁힐 수 있게 조정하고자 했다. 회의 절차와 진행방식에 대한 부분은 공익회의로 합의를 봤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 노동계에서는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와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계가 전원 퇴장한 가운데 표결을 진행했어야 했나.


표결 당시 최저임금위원회는 심의기간을 이미 18일이나 넘긴 후였다. 그런데도 노사는 1만원과 동결 사이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결단을 내야 했다. 그래서 13차 전원회의 때 밤 11시까지 노사 최종안을 받아 자유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쪽이 내지 않으면 낸 쪽만 가지고 표결을 하겠다고 미리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원회가 무기한 길어지고, 최저임금위원으로서 국민들에게도 제 역할을 못하는 거라고 판단했다.


- 최종회의 때 노사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했나.


공익위원 4명이 각각 노사 위원들의 방을 찾아갔다. 어느 정도 인상안을 내면 공익위원들로부터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동계에 가서는 1만원을 제출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라고 했다. 경영계에 가보니 소상공인 위원들은 2.6%, 나머지 위원들은 4%대를 거론했다. 공익위원들은 “그 정도 인상률은 동의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니 채택되고 싶다면 최대한으로 높이라”고 조언했다. 경영계는 조금 높이고 노동계에서 많이 낮추면 노동계 쪽 안이 채택될 것이라고도 했다. 노동계는 이런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며 집단 퇴장했고 경영계는 7.3% 인상안을 냈다. 사용자위원 중 소상공인 대표 2명은 인상률이 높다며 퇴장했다. 결국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을 진행했다.


- 최저임금위원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기엔 위원이 너무 많다는 얘기도 있다.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총 27명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많은 편인 건 맞다. 일본은 중앙과 지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중앙이 21명, 지방이 15명이다. 독일과 영국은 노동, 경영, 공익 3명씩 총 9명이다. 프랑스는 최저임금 자문위원회가 있는데, 5명의 공익위원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이 많으니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최저임금위원회 제도 개선에 방안에 얘기도 꾸준히 나온다. 노동계는 당사자주의를 고수하되 공익위원 선정방식을 바꿔야 한다 말하고, 경영계는 정부가 정하라고 한다.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당사자 위주의 최저임금위원회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권고하는 가장 선진화된 방식이다. 제도적으로만 본다면 가장 완결성이 높다. 문제는 운영방식인데 장점을 제대로 못 살리고 있다. 참여하는 노사공의 의지 문제라고 본다. 제도가 문제라기보단 구성원인 위원들의 의지와 협상문화, 신뢰의 문제다. 현재 교섭 구조는 공익위원에게 너무 많은 짐을 부과하고 있다. 노사 모두 결과를 수긍하기보단 비난한다. 공익위원들끼리는 자조 섞인 말로 ‘욕먹는 하마’라고 한다. 노사 모두가 협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 전체 사업장 중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장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이 10%가 넘는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반드시 지키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저임금 마냥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지면 미만율도 높아진다. 최근 들어 미만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미만율이 낮아져야 제도가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는 거라 볼 수 있다. 노사정은 최저임금 미만율을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는지에도 집중해야 한다. 미만율이 10%가 넘는 건 사회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는 없다.


- 최저임금 준수가 노사정이 공동으로 노력할 문제인가? 사측에서 지키면 될 것 아닌가.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더라. 미만율이 높은 사업장은 크게 둘로 나뉜다. 60세 이상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과 20세 미만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이다. 때문에 영국에선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고 있다. 10대 근로자는 일정 비율을 감액한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한국은 미성년자 알바든 50대 가장이든 똑같은 최저임금 적용하고 있지 않나.


또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의 대부분은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다. 이들 모두가 악질적인 사업주는 아니다. 고의적으로 임금을 착취하는 사업주가 있을 수 있지만 한계기업이라 못 줄 수도 있다. 소상공인들은 특히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최저임금 미만율을 낮추기 위해 근로자 연령이나 업종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게 맞는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 공익위원에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장단점이 무엇이라 판단하고 있나.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들이 소비를 늘리면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반대로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한계선상에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해야 한다. 두 측면이 있는데 어느 쪽이 더 큰지에 따라 견해가 갈린다. 확실한 건 OECD에서도 권고하듯 적정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에 도움이 된다. 적정 수준이 얼마인지가 관건이다.  

다만 최근에는 최저임금 자체가 너무 무거워졌다고 느낀다. 중요 소득원인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게 맞지만 지금은 최저임금으로 사회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바람이 있다. 최저임금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노사 간 임금관계인데 여기에 정책적 기능까지 더하는 건 정부가 할 일을 기업에 떠넘기는 거다. 최저임금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정책 수단과 결합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7월 25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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