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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l 26. 2016

경영자총협회 김동욱 본부장

최저임금, “기대했던 것 보다 두 배 높게 결정”

경총 김동욱 기획홍보본부장.   ©중기이코노미


- 시급 6470원이다. 노동계에서 주장한 최저임금 1만원에 비하면 선방한 것 아닌가.


개인적으론 아쉽다. 임금이란 노동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결정되는 가격이다. 가격이 높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높다는 것인데 지금 노동수요는 높지 않은 편이다. 대내외 경기도 좋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에만 세 차례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2.7%로 잡았다. 브렉시트도 있었다. 반면 물가는 안정돼 있지 않나.


7.3%는 굉장히 높은 인상률이다. 이명박 정부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 이번 정부에서는 (이전 정부와 달리)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때 “노동소득분배 사항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올려달라”는 문구가 붙었다.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게 대선공약이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최저임금이 올라서 경제사정이 나아졌는가 하면 아니다.


일반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3~4%대인데 최저임금은 2000년대 이후 연평균 8.6%씩 올랐다. 이제는 일반 근로자 임금과 비슷하게 올라야 한다. 지금까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해오지 않았나. 차도 3~4시간씩 쉬지 않고 달리면 엔진 과열로 고장이 난다. 최저임금도 과열로 폭발 직전이다. 규정 속도대로 가야 한다.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7.3% 인상이라는 숫자를 지킬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된다.


- 최초안에서 동결을 주장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거라고 보진 않았을 것 같다. 수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어디까지로 봤나.


그렇게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소상공인들을 생각하면 단 10원이라도 낮게 정하는 게 중요했다. 아무리 많이 봐도 3~4% 정도가 맞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두 배는 높게 결정됐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 올해는 협상 시작 전부터 ‘최저임금 1만원’ 구호가 널리 퍼져 있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달랐겠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가지고 몇 달간 선전홍보 활동을 했다. 국민들 뇌리엔 ‘최저임금 1만원’이 박혔다. 얼마나 귀에 쏙 들어오는 구호인가. 야당에선 3~4년 안에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여당조차 많이 올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최저임금이 얼마나 많이 올랐고, 지불하는 주체들이 얼마나 힘들게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지 설득하려 했다.


- 노동계에서는 2~3인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은 근로자가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최저임금법 4조를 봐도 가구 단위가 아닌 ‘근로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라고 돼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일하는 곳은 주로 편의점, PC방, 주유소, 카페다. 여기에는 용돈벌이로 일하는 사람도, 생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근로자가 있다는 점을 안다. 그렇다고 최저임금이 2~3인 가구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가의 다른 사회보장제도로 이들의 생계를 보조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가구 생계비로 최저임금을 정하지는 않는다.



-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난항이었다. 노사 모두 공익위원안이 나오기 전까지 수정안을 내놓지 않는 등 팽팽하게 대립했다.


노동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1만원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보다 강하게 나왔다. 여소야대라는 총선 결과에 고무됐던 것 같다. 국회에서 노동문제를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구성도 여당이 6명, 야당이 10명이다. 최저임금위원회 내내 노동계가 언제 뛰쳐나갈지가 걱정이었다. 우린 노동계가 수정안을 내면 낼 생각이었는데 그쪽에서 안 낸다고 했다. 단독으로 수정안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동결에서 시작하니 기껏 올려봐야 1~2% 인상 밖에 못 낸다. 만약 그렇게 냈다면 노동계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열망을 사용자들이 무시했다”며 사퇴한다고 했을 거다. 경영계는 경제지표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국민과 공익위원들을 설득하고자 했다.


-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안 된다는 근거는 뭔가.


소상공인 때문이다.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이 가장 많았을 때는 700만명에 이르렀는데 지금은 550만명까지 줄었다. 한국은 OECD 국가 대비 소상공인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상공인이 임금근로자로 편입되는 게 맞다. 그러나 소상공인이 줄어들 동안 임금근로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실직했다는 의미다. 최저임금을 부담하는 주체는 소상공인인데 이들도 최저임금 근로자보다 사정이 나을 게 없다. 나을 것도 없는 이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을 부담하라는 건 넌센스다. 한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4분의 1은 최저임금보다 수입이 낮다고 한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 최저임금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건가?


물론이다. 최저임금은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다. 임금을 시장에만 맡겨두면 미숙련 근로자,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근로자는 생계 꾸릴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그러니 국가가 가격을 통제해 높게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잡으면 노동시장에서 초과공급이 생긴다. 일할 사람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24시간 편의점에서 알바 3명이 8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최저임금이 오르면 점주는 알바 한 명을 해고하고 그 시간에 본인이 일을 하거나 기존 알바의 근무시간을 줄일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최저임금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실제로는 저소득 근로자들에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 자료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분 효과는 저소득 근로자보다 중산층 이상에게 돌아가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소득격차를 줄이자고 주장하는데 통계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얘기다.


- 최저임금을 지역별, 업종별로 차등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세세분류 1147개 중 6개 업종만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게 적용해보자는 거였다. 전체 업종 인상률이 6%라면 편의점, 카페 등 6개 업종은 3%를 올리는 식이다. 한국은 지역, 나이, 업종, 국적에 관계없이 최저임금이 동일하다. 미국은 지역별로 다르고, 일본도 지역과 업종에 따라 다르다.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리트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숙식도 따로 제공한다. 이들에게 더 많은 인건비를 지불한다는 의미다.


- 최저임금위원회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올해 협상 후 근로자위원 전원이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익위원 중 한 명도 사퇴의사를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론까지 불거지는데. 


지금 위원회는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 총 27명이다. 배석인원까지 포함하면 50명가량이 한 회의장에 있다. 숫자가 너무 많다. 소규모로 해야 잘 되지 않겠나. 노동계 태도도 비생산적이었다. 수정안을 못 내겠다고 주장하며 계속해서 필리버스터를 했다. 최저임금연대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바라는 근로자들의 염원을 담아 백일장을 했는데, 거기 나온 시나 수필을 계속 읽는 거였다.


소모적인 최저임금위원회를 지금과 같이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최저임금은 실업급여, 장애인고용지원금, 탈북자지원금 등 수많은 제도와 연동돼 있다. 최저임금에 따라 국가 예산이 조 단위로 왔다 갔다 한다. 노사 의견을 수렴해 정부가 정했으면 한다. 최저임금은 정치가 아닌 경제 문제다. 국회로 가면 결국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 표보다 근로자 표가 많으니 결국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 전체 사업장 중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장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이 10%가 넘는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반드시 지키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우리도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해 최저임금을 준수해야 한다는 계도 활동을 한다. 그렇다고 노동계가 주장하듯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명단을 공표하는 방식은 아니라 본다. 대부분이 최저임금 근로자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소상공인들이다. 그렇게까지 하는 건 아니다.


왜 그들이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지 않았던 1990년대에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1%도 안 됐다. 악덕사업주 빼곤 다 지켰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너무 시장균형에서 이탈하니 미만 사업장이 나타나게 된 거다. 시장상황에 맞도록 안정적으로 인상해야 준수율도 높아질 거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7월 25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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