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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l 26. 2016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

“사회 품격이자 근로자를 보는 수준 최저임금”

6470원. 2017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의 시급이다. 올해 최저임금인 6030원보다 7.3%가 올랐다. 최저임금 1만원을 외쳐온 노동계와 동결을 주장했던 경영계 모두 이 금액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방식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노동계는 근로자위원 전원사퇴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영계는 인상률 7.3%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한참 웃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그 어떤 해보다 진통이 컸다. 노사 모두 최초안을 내놓은 이후 단 한 번도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 노동계는 1만원을, 경영계는 동결을 고수했다. 공익위원안이 제시되기 전까지 노사가 한 번도 수정안을 내지 않은 것은 최저임금위원회 설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기간도 108일로 최근 10년 중 가장 길었고, 전원회의 횟수 역시 14회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중기이코노미는 최저임금위원회 세 주체인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을 한 명씩 각각 직접 만나 올해 최저임금 쟁점을 짚어봤다. 올해 근로자위원이었던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시각은 그 사회의 품격이요, 노동자를 바라보는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를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   ©중기이코노미



- 시급 6470원이다. 당초 노동계가 요구해온 1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불만족스럽다. 최저임금 수준도 기대보다 훨씬 낮게 나왔고 이를 결정한 기준도 자의적이었다.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는 가구 생계비를 중요하게 반영하라고 요구했으나 심의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논의 따로, 심의 따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심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공익위원들이 노동계는 배제했다. 사용자들에게 치우쳤다.


- 공익위원이 사용자위원에 치우쳤다고 본 근거는.


최종 의결된 인상률 7.3%는 택도 없기에 치우쳤다고 보는 거다. 노동계 퇴장한 상태에서 (표결을) 했으니 배제했다고 본 것이고.


- 왜 수정안이나 최종안을 내지 않고 퇴장했나. 최종회의 직전에 거론됐던 6500원대도 달성하지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방식이 문제가 있다. 최초안을 내라더니 바로 수정안을 내라고 했다. 위원회 운영방식과 제도의 문제를 부각하기 위해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 우리가 수정안을 내도 공익위원이 수용할 것이라는 신뢰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정안을 내면 1만원을 요구해온 명분과 신뢰, 제도 개선 기회를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 그래도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서라면 냈어야 하지 않나.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노동운동은 한해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다음도 봐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사회문제로 제기해 왔다. 최저임금 1만원을 확실하게 심었다고 본다. 정치권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하지 않았나.


-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인 생계비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우리는 2~3인 가구 필요생계비를 최저임금 산정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혼자 벌어 2~3명이 먹고사는 경우가 많아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금액을 생계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단신 비혼자의 실태생계비를 주장했다. 실태생계비는 실제 가구의 가계부를 보고 평균을 낸 값이다. 저소득 근로자의 실태생계비는 낮을 수밖에 없다. 벌어들이는 수입 자체가 적으니까.  


-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는 통화·조세정책으로 돈을 푼다. 경기가 과열되면 반대로 한다. 경기 어려울 때 긴축재정을 쓰면 경제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발상을 전환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럼 내수가 확대되고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타격이 갈 것이라는 우려도 알고 있다. 그래도 최저임금은 올려야 한다.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노사정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근로자들을 해고하거나 폐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임금과 고용의 관계는 오랜 논쟁거리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떨어지는 대체관계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론은 이론이다. 참고만 할 뿐이다. 임금과 고용의 관계에 대한 국내 연구는 많지 않고 외국에선 결과가 반반이다. 임금과 고용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임금을 올리면 오히려 고용이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 최저임금이 있고 주 최저임금이 있는데, 대폭 올린 주와 안 올린 주를 비교해보니 올린 주의 고용이 더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때문에 임금과 고용이 대체관계에 있다는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사용자는 해고의 유인을 느낄 수 있다. 개별사업장만 보자면 그렇다. 개별 사업장 담을 넘어 장기적으로 보면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은 확실한 내수 진작 기능이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소득 1분위(하위 10%) 가구는 돈이 생기면 무조건 쓴다.


- 노동계에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 저지로 해결할 게 아니라 동반성장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낸 걸로 안다.


대기업 초과이윤을 공유하는 방식 등을 써서 돈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게 해야 한다. 지금 오랜 가뭄에 땅이 다 갈라져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망하게 생겼다. 그런데도 자꾸만 펌프로 아래에서 물을 길어 올리려 하고 있다. 위에서 뒤집어엎어서 적셔야 한다. 경영계가 얘기하는 임금과 고용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그렇게 고용을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허구한 날 사람을 자르는가.


- 경영계에서는 지역, 업종별에 따라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자고도했다. 택시기사, 경비원, 편의점, PC방은 최저임금을 낮추자는 주장이다.


한국은 1일 생활권으로 지역에 따라 물가에 차이가 크지 않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 수준이다. 최저치를 여러 개로 두자는 것은 모순이다. 최저임금은 지역에 관계없이 하나로 정하고 지역 생활임금 수준에 맞게 노사 교섭에 따라 더 많이 주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업종별로 나누는 것도 안 된다. 지금도 3D업종은 저임금이라고 하는데 최저임금을 달리 하면 더 안 가려할 거다. 경영계가 업종별 차등화를 주장하는 건 결국 최저임금이 부담된다는 얘기다. 깎자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욕을 먹으니 업종을 거론하는 거다.


-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며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경영계에서는 노동계가 국회의 힘을 빌려 최저임금을 올리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국회, 국민 등 누구의 힘이라도 빌리고자 한다. 그러나 국회가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노사정 3자, 당사자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 결국 최저임금의 열쇠는 공익위원이 쥐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노사 위원 수가 같으니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익위원이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면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위촉한다. 국책연구기관 출신들이 대부분이니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소속 때문이다.


- 전체 사업장 중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장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이 10%가 넘는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반드시 지키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만율이라는 말부터가 틀렸다. 법 위반율이라고 불러야 한다. 법 위반율은 0%인 게 맞다. 법치국가에서 10%가 넘는 건 말이 안 된다. 고용 당국이 단속을 제대로 안 하고, 사업주들은 법을 우습게 봤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서 못 지킨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권별로 보면 이명박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장 낮았는데, 법 위반율은 그때가 가장 높았다. 정부에서 기업 친화적이라는 사인을 주고 단속의지를 보이지 않아서다. 최저임금에 대한 시각은 그 사회의 품격이요, 노동자를 바라보는 수준이다. 임금을 떼어먹는 사업장은 반사회적 범죄로 다스려야 한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7월 25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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