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이케아(IKEA)는 여러모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기업이다. 이케아의 이름이 한국에 널리 알려진 것은 불과 1년 남짓이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거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지만, 누구나 아는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내가 이케아 매장에 처음 간 것은 2014년 여름 스웨덴 스톡홀름점이다. 당시만 해도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이라 꽤 기대가 컸다. 이케아 스톡홀름점은 스톡홀름 기차역에서 셔틀버스로 30분 거리에 있었다. 이케아는 도심에 입점하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매장 크기 때문에 도심에는 공간이 부족한 탓도 있고,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다. 이케아 제1의 가치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도심 한가운데서 싼 값에 물건을 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 1호점 역시 서울이 아닌 인접 도시인 광명에 냈다.
이케아의 고향은 스웨덴이다. 다국적 기업에 국적을 따지는 것이 해묵은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세금 등의 문제로 본사는 네덜란드에 있지만 이 회사의 정신적 뿌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스웨덴이다. 로고만 봐도 그렇다. 이 회사는 파란 배경에 노란 로고 혹은 노란 배경에 파란 로고를 쓴다. 스웨덴의 국기를 똑 닮았다.
이 기업의 정신은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스웨덴의 정체성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케아는 자사의 제품을 소개할 때 ‘민주적인 디자인’이라는 문구를 쓴다. 단번에 와 닿지 않는 표현이다. 뜻을 풀어 보자면, 아름다운(이케아 제품이 아름답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디자인을 가진 이케아의 제품을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공짜는 없다. 이케아에서는 고객이 직접 가구를 차에 실어야 하고, 조립도 직접 해야 한다. 그 정도의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돈이 많지 않은 사람도 이케아의 디자인을 내 방에서 향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것이 내가 이해한 이케아의 ‘민주성’이다.
껄끄러운 얘기도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케아 본사인 인터 이케아 시스템즈(Inter IKEA Systems)는 1982년 스웨덴의 높은 세금을 피해 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겼다. 네덜란드 정부는 네덜란드 소재 기업이 해외로 지불하는 이자와 로열티는 원천 과세에서 제외하는 등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법인세율이 높았던 스웨덴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었다. 지금은 22%까지 떨어졌지만 한때 스웨덴 법인세는 65%나 됐다. 기업이 100만원의 수익을 내면 65만원은 세금으로 냈어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이케아의 이름 뒤에는 세금을 피해 스웨덴을 이탈했다는 오명도 따라붙는다.
이케아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 가구와 비교했을 때 저렴한 가격, 그보다 더 저렴한 이케아 레스토랑에 환호를 보낸다. 반면 창고형 매장에서 직접 가구를 가져와 조립까지 해야 하는 번거로움, 박람회장을 방불케 하는 복잡한 분위기에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도 많다. 비단 한국 이케아에서만 나오는 얘기는 아니다. 전 세계 누구라도 싸게 사고 싶다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라는 것이 이 회사의 모토다.
5년 내 한국에는 4개가량의 이케아가 더 들어설 조짐이다. 경기 고양시 2호점은 부지 매입까지 마쳤고 서울 강동구는 최근 이케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매장을 짓기로 했다. 세종시, 부산광역시 등 수도권 이외의 지역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케아 스톡홀름점 쇼룸 모습. 이케아의 쇼룸은 가정 내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혜원
헤네스 앤드 모리츠(H&M)
스웨덴 브랜드 H&M. 사진은 핀란드 헬싱키의 H&M. 화장품도 판다. ©이혜원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SPA 브랜드로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한국에도 전국 22개 매장을 두고 있다. 국내에는 의류 브랜드로 알려져 있으나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파는 H&M홈, 화장품을 파는 H&M코스메틱도 사업 분야 중 하나다. 2014년 말 한국에도 H&M홈이 들어섰고, 화장품은 아직이다. H&M의 화장품 역시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로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 몇 개 품목을 비교해보니 같은 H&M이라도 스웨덴보다는 핀란드의 가격이 쌌다. 핀란드 물가 수준이 낮은 탓이다. 핀란드 H&M 가격은 한국과 비슷했다. 몇몇 품목은 더 저렴하기도 했다. 여행 중 H&M에서 1만원짜리 옷을 여러 벌 사서 아주 잘 입었다. 이럴 줄 알고 한국에서 옷을 조금만 챙겨왔다.
마리메꼬(marimekko)
핀란드 헬싱키의 마리메꼬 매장. ⓒ이혜원
큼직큼직하고 화려한 디자인이 특징인 핀란드 브랜드다. 커다란 꽃무늬가 촌스러워 보일법한데도 묘하게 매력이 있다. 테이블웨어, 옷, 가방, 액세서리 등을 판다.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 헬싱키의 마리메꼬 매장에 들어갔다가 너무 예쁜 원피스를 발견해 눈이 돌아갔다. 약 15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지는 못할 테고 피팅룸에서 입어만 봤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정식 매장을 냈다. 서울 삼성역 파르나스몰점, 잠실 롯데월드타워점, 판교점이 있다.
이딸라(iittala)
핀란드 헬싱키의 이딸라 매장 내부 모습. ⓒ이혜원
핀란드의 주방용품 브랜드다. 핀란드의 식당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이딸라의 제품들이 많이 등장해 한국 여성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무민 캐릭터를 넣은 제품들이 인기가 많다. 이딸라는 1881년에 핀란드 이딸라 지역의 유리공장에서 출발했다.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한 것은 2014년 9월. 롯데백화점 잠실점, 영등포점, 일산점, 광복점, 롯데 동부산몰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매장을 두고 있다.
스칸딕(Scandic)
스칸딕 호텔 일부 지점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이혜원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 230개의 지점을 둔 호텔 체인으로 본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다. 북유럽 식사를 고르게 즐길 수 있는 조식이 훌륭하고 헬스장, 사우나, 휴식공간 등도 잘 갖춰져 있다. 조식에서는 스웨덴의 악명 높은 요리인 청어요리도 볼 수 있었다. 청어를 숙성시킨 요리라고 보면 된다. 겁이 나서 한입만 살짝 먹어봤는데 큰 감흥은 없었다. 스칸딕 숙박료는 체인에 따라 다르며 10~20만원선이다.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스칸딕에 처음 묵은 뒤 이 호텔에 반해 스웨덴 스톡홀름, 말뫼에서도 스칸딕을 이용했다. 셋 중에는 스톡홀름점이 가장 비쌌는데 시설은 가장 낙후되고 방도 좁았다.
노키아(Nokia)
핀란드 헬싱키 시내 한 전자제품 매장에 전시된 노키아 휴대폰. ©이혜원
올해로 창립 150주년을 맞은 핀란드 최대 기업이다. 한때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나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며 위기에 봉착, 휴대폰 사업을 접었다. 최근에는 프랑스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는 등 통신장비업체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한국 SK텔레콤과 5G 네트워크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