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원 Dec 28. 2016

언론사와 일반회사

'일반회사'에서 쓰는 일기

1. 점심시간

11시40분부터 1시까지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와퍼를 시켜먹고 나니 12시다. 1시간이나 자유시간이 생겼다. 사무실은 고요하다.


2. 사원증

입사 일주일 만에 드디어 나왔다. 입사를 위한 과정들이 얼추 마무리된 것 같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참 많은 시작과 등록과 약속의 과정들이 있었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 그룹웨어 계정 만들기, 명함 발급, 자리 이름표 달기, 근로계약서, 연봉계약서, 입사서약서(소프트웨어 사용책임 서약, 정보보호 서약), 노트북 사용 등록, 내선번호 등록, ..


3. 미니 워크숍

미니 워크숍이란 걸 매달 한다. 신규직원이 5분간 파워포인트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다. 이번 달 워크숍 땐 보기만 하고, 다음 달에 발표하기로 했다. 나를 무어라 소개해야 할까?

4. 언론사? 일반회사?

그동안 다녔던 회사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언론사도 회사지만 기자조직이란 느낌이 더 강했다. 이전 두 회사 모두 회계, 총무 등의 경영관리 업무는 본사에서 해줬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엔 기자들뿐이었다. 직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국장도 기자고, 신입도 기자다. 선후배 사이다. 그런데 여긴 기자가 나 혼자뿐이다. 한 사무실에 일하는 이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들 역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딱히 관심도 없다.  


5. 업무협조

지난 일주일간 업무협조라는 걸 꽤 많이 했다. 앞으로도 많이 할 듯싶다. 우리 부서에서 이런 일을 하는데, 좀 도와 주십사 하는 거다. 같은 일을 부탁해도 어떤 부서에선 매우 협조적이고 어떤 부서에선 귀찮아한다. 해야 할 일이 늘어나니 당연한 일이다. 다른 부서에서 협조 요청을 해오기도 한다. 되도록 성실히 응하고 있다.(신입 나부랭이니 응당 그래야 한다.)


6. 서비스기획팀, 디자인팀, 개발팀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내가 속한 서비스기획팀과 디자인팀, 개발팀과의 미팅이 있었다. 서비스기획에서 얼개를 짜면 그 내용대로 디자인팀에서 제작을 해주고, 개발팀에서 적용해 사이트를 구축한다. 내가 제작한 콘텐츠가 실제로 구현된 모습을 보니 신기방기했다. 나로선 처음 해보는 일이라 모든 게 흥미롭다. 팀 간의 기싸움도 약간은 있고, 업무 조율도 하고, 어쨌든 우리회사 일이니 다 같이 잘해보자는 으쌰으쌰의 느낌도 있다.


디자인 요청을 하다 보니 학보사 시절이 생각났다. 레이아웃을 짜서 조판소에 넘기면 디자이너들이 만들어줬다. 개떡같은 레이아웃을 보고 찰떡같이 예쁘게 만들어주던 디자이너 언니들(우리끼리는 언니들이라고 불렀다)이 생각난다. 사진팀이 있었던 첫 직장에 사진 동행취재를 요청했던 기억도 난다. 학보사 할 때도 그랬고 첫 직장에서도 그랬고 사진과 동행취재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내가 원하는 사진의 느낌을 잘 설명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일에 상당히 서툴고,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결과물은 확실히 낫다. 전문가들이 해주는 일이니까.


이전 직장에선 인포그래픽을 직접 만들었다. 디자이너가 없기도 했고, 그게 편했다. 혼자 이것저것 보고 발전시키다 보니,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것과 얼추 비슷하게 따라만들 수 있게 됐다. 여기엔 디자이너가 있으니 내 업무가 아니다. 원하는 이미지를 전달해 제작을 요청해야 한다. 이것도 많이 안 해본 일이라 아직은 어렵다.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부탁을 해야 하는 건지. 각자 분야를 나눠 분업을 하고 이들이 모여 하나의 조직을 이루는 게 아직은 신기하기만 하다.


8. 저녁이 없는 삶

소중한 내 저녁시간은 사라졌다. 당분간 일지, 앞으로도 계속 일지 모르겠다는 게 좀 절망적이다.




이전 05화 야근이 힘들다는 투정,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