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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Apr 01. 2018

팀원은 참 쉬웠는데 팀장은 너무도 어렵구나

중간관리자가 버거운 요즘.

요즘 회사생활에서 가장 큰 고민이다. 중간관리자 역할을 한다는 것. 파트장(직무대행)으로서 일한 지 4개월. 커진 권한만큼 스트레스도 많아졌다. 최근에 중간관리자에 대한 글을 읽던 중 아주 공감한 구절이 있었다. '팀원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던 사람이 팀장이 된 후에는 성과도 떨어지고 평판도 나빠진다는' 점이다. 평판이 나빠졌는지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팀원 시절에는 내 몫의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늘 있었다. 팀장의 신뢰를 받았고 일을 잘 한다는 얘길 곧잘 들었다. 그런 평가는 자신감을 북돋고 일하는데 동기부여가 됐다. 


중간관리자가 되면 내가 일을 잘 하는 게 아니라 잘 시켜야 한다. 우리 팀에 100만큼의 일이 주어지면 누가 몇씩 나눌지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나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자 업무를 겸하게 되면서도 예전과 일을 똑같이 하려고 아등바등한다는 거다. 누가 그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스스로를 옭아매며 일하고 있다. 그게 내 마음이 편해서다. 하지만 이게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회사에서도 팀장(편의상 팀장이라고 쓰겠다)이 일을 많이 한다고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회사가 팀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실무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 나누고, 팀원들의 관리를 잘 하는 일이다. 


버리지 못한 실무에 대한 욕심, 좋은 관리자란 뭘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너무 신경을 써서인 것 같다. 첫 직장 다닐 때부터 주변 직원들이 많이 하던 말 중 하나가 "우리 팀장은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러려니 했다. 팀장들은 티 안나는 일들이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팀원들은 그런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가 없으니 일이 많을 때마다 불만을 토로한다. 팀장은 뺀질거리면서 놀기만 하고 나한테만 일을 다 시킨다고.


난 그런 팀장이 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실무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일을 조금 더 해도 좋으니 실무도 하고, 관리 역할도 조금씩 해나가고 싶었다. 예전 직장에 있을 때 대표가 나에게 팀장을 달아주며 이런 얘길 했었다. 이게 너한테 꼭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너무 빨리 데스크를 달면 주저앉게 되고 기자로서 성장하기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표는 팀장직을 주고도 실무를 충분히 할 수 있게 해줬다. 지금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다.


신영은 작가의 작품. / 글과는 관계없지만, 그림이 마음에 들었어서.


지금 회사는 상황이 좀 다르다. 지금 우리 매체의 최종 데스크는 대표지만, 일단 실무적으로 봤을 땐 내가 데스크라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취재도 나가고, 기사를 많이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만 나를 괴롭힌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킨다는 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일을 선척적으로 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렇다. 일을 너무 많이 주면 버거워하고, 너무 주지 않으면 신뢰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의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것도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다. 내 생각이 맞는 걸까? 이게 틀린 건 아닐까? 자꾸만 의심을 하다 보니 싫은 소릴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못마땅해도 꾹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 그 일을 내가 하고 만다. 


회사생활을 하려면 피할 수 없는 일


연초 인사평가 면담 때 대표가 그런 질문을 했었다. 파트장(직무대행) 일을 하는 게 많이 버겁냐고. 뭐라 답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관리라는 건 참으로 예민하고 어려우면서도 성과를 인정받기는 어려운 분야다. 회사 입장에서 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선뜻 싫다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이, 이제 내게 그런 일들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3년 차 주니어였다면 "저 못해먹겠어요"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벌써 8년 차다. 대기업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 정도 규모면 중간관리자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연차긴 하다. 그러니 하기 싫다고 도망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 회사가 아니라도 내가 직장생활을 계속할 거라면 언젠간 겪어야 할 일이다. 좋은 팀원이 되는 건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좋은 팀장이 되는 건 참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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