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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an 19. 2017

5년간 기자생활을 하고 회사원이 되었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삶인가?

오늘 회사 미니워크숍 때 자기소개 발표를 했다. 입사 후 1달. 이제 신입사원으로서의 적응은 어느 정도 마친 것 같다. 처음 회사에 왔을 땐 모든 것이 신기했고, 모든 일에 촉수가 예민했다.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재빨리 분위기를 흡수해갔다. 아, 여긴 이렇게 하는구나. 아,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하는구나. 이전 회사들과 달라진 점들이 많아 적어두려 한다. 벌써부터 적응을 해버려 많은 것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1달이 더 지나고 나면, 아마 뭐가 달라졌는지조차 헷갈릴 것 같다.


일을 하며 참으로 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정답은 없지만 정답에 가까운 선택은 하려 노력 중이다.


[선택의 기로 1] 사내 소통 방식 : 이메일? 메신저? 유선? 대면?


사내 소통의 원칙은 이메일이다. 팀 내에서는 구두로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요한 내용은 이메일로 해서 자료를 남겨놓는다. 바로 근처에 있는데 이메일을 쓰는 게 귀찮을 때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


팀과 팀 간의 소통은 이메일로 반드시 한다. 너무 많은 업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그쪽이든, 우리 쪽이든) 구두로 업무 요청을 해놓으면 나중에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이메일로 자료를 남겨놓아야 나중에 확인할 수 있다.


면대면 소통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미팅을 요청해서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이메일로 하는 것보다 전화로 요청하는 정도로도 충분한 간단한 업무도 있다. 개발팀에선 해줬다는데 내 자리에선 제대로 안 보일 땐 원격으로 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한 회사 안에 있으면서 왜 원격이 필요하지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편리하다.


급할 땐 뛰어가서 그냥 얘기하기도 한다. 사내 메신저로 얘기할 때도 있다. 부서에 따라, 담당자에 따라 선호하는 소통의 방식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가며 하고 있다. 조직이 크니 어쩔 수 없다.


예전 회사에선 거의 모든 소통이 구두로 이뤄졌다. 기다릴 필요 없고, 바로바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나중에 서로 딴소리를 하는 경우도 간혹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 회사에 와서 휴대전화로 회사 사람과 통화나 문자, 카톡을 한 적은 거의 없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번 글과는 1도 관계없는 사진. 2016년 8월, 환승차 잠깐 들린 영국 브리스톨.


[선택의 기로 2]  업무 우선순위 정하기


기획안이 나와도 곧장 반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디자인에 코딩도 해야 하고, 개발도 해야 한다. 기획에도 이슈가 여러 가지다. 지금은 베타 서비스 단계라 문제점이 보이면 그때그때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곧장 반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팀 간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니 가장 중요한 걸 먼저 요청해야 한다. 팀장이 나한테 하는 말도 그거다. "우선순위를 정하세요, 중요도를 판단하세요, Things to do를 정리해보세요."


엑셀에 할 일을 적고 중요도를 표시한다. S, A, B. 일의 난이도를 표시한다. S, A, B. 중요도라는 건 사실 지시 주체가 누구냐에 달려있다. 대표 지시사항이면 무조건 S, 부장 지시면 A, 팀장 지시면 B다. 난이도가 낮아서 금방 처리할 수 있어도 중요도가 낮으면(나 혼자 느끼는 불편 같은 것들.. C등급 정도 되려나) 후순위로 밀린다. 중요도에 따라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일하면서 주어지는 선택의 기로 중 하나다.


기자 일만 할 때와는 뇌를 다르게 쓰고 있는 느낌이다. 다양한 종류의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 중요도를 정해 퀘스트 깨듯 하나씩 지워나가야 한다. 스케줄을 잘 짜는 게 중요하다. 급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실수하는 경우도 있고, 중요하지 않은 일인데 하기 쉬운 일이라고 먼저 하는 경우도 있다.


글을 써내야 하는 부담감은 덜하다. 내가 생산하는 텍스트의 양은 급격하게 줄었다. 앞으론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맘이 편하다. 때때로 '이렇게 정말 기계적으로 계속 써도 되는 건가'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보도자료를 베껴 기사를 찍어냈다는 의미가 아니라, 취재 방법과 글쓰기 방식이 정형화됐다는 뜻이다. 의심하지 않고 익숙하게 일정 양의 기사를 찍어냈다. 글을 써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다. 집중도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물이 너무나 달리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 글을 쓸 에너지는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9 to 6 글 쓰는 일에 온 힘을 쏟아부을땐 퇴근 후 도무지 쓸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물론 지금이 일은 더 많이 하지만, 글 쓰는 에너지는 여전히 내 안에 갖고 있는 느낌이다. 퇴근하면 지쳐 못 쓰고 잘 때가 많지만 말이다.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정말 힘든 날은 집에 오자마자 코트도 입은 채로 침대에 쓰러져 운다. 너무 몸이 힘들어서 그냥 눈물이 줄줄 난다. 그렇게 1분 정도면 울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리프레시가 된다. 그럼 그때부터 샤워도 하고, 밥도 먹고, 한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이혜)원대리가 된 기념으로 입사 즈음 갔었다. 온통 햐얘서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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