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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Nov 01. 2020

내가 만난 최악의 리더들 (믿을 수 없겠지만 실화)

"여긴 내 왕국이야. 따르기 싫은 사람은 나가"


스물다섯 살에 인턴기자로 첫 직장에 입사했다. 동기 중에 서른두 살 늦깎이 인턴이 있었다. 편집장이 하는 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던 나와는 달리, 그 동기는 늘 대립각을 세우며 번번이 부딪혔다. 입사한 지 한 달쯤 되었을까, 드디어 일이 터졌다. 편집장이 업무지시를 했고 그 동기는 못하겠다고 맞섰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동기는 머리를 삭발을 하고 귀에 피어싱을 잔뜩 하고 나타나선 짐을 싸서 나갔다. 와,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리고 편집장은 전체 회의를 소집했다. 기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말했다. "여기는 내 왕국이고, 너희는 말이야. 내 뜻에 따르기 싫은 사람은 지금 당장 나가." 끄덕이(상사들의 모든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던 시절)였던 나는 그 말조차 수첩에 적으며 잠자코 있었다. 사실 당시에는 그게 큰 문제라는 생각조차 못 했다. 지금에 와 생각하면 기가 차는 일이다. 편집장이라고 해 봐야 어쨌든 그 사람도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이고, 회사 직급으로는 차장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신문사업의 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그곳이 자신의 '왕국'이라니. 정말 오만한 일이다.


중소기업이 끔찍한 이유는 가족 경영 때문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 편집장은 본인이 오너도 아니면서 본인 가족들을 직원으로 앉혔다. 연예부 팀장은 편집장의 아내였다. 그 팀장도 굉장히 히스테릭하고 어마무시한 사람이었는데, 여름철에 발에 매니큐어 바른 직원들을 보고 '너네가 술집 여자냐 왜 발에 매니큐어를 바르느냐'라고 했다. '솔직히 너네가 어디 가서 이런 회사를 다니겠냐. 감사한 줄 알라'고도했다 (..)


객원기자라는 사람이 주기적으로 기사를 올렸는데, 우리는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 객원기자는 편집장 아내의 동생 이름이었다. 말년은 좋지 않았다. 회사에서 신문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편집장의 배임/횡령을 결정적인 사유로 내걸었다. 회사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편집장은 본인 계좌에서 나한테 50만 원가량 되는 돈을 보내주면서 '3년 근속 수당'이라고 했다. 나에게 할당된 근속 수당을 본인 통장으로 꽂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 급하게 전달한 듯 보였다. 편집장과 팀장(아내)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인사도 없이 회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나를 제외한 전 직원이 하루 만에 퇴사했다


같이 일하던 직원 5명 중 4명이 하루 만에 모두 퇴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거짓말 같은 얘기다. 금요일 오후였고, 나는 취재 때문에 외부에 나와있었다. 단톡 방에서 다급한 대화들이 오갔다. 기자 2명이 별안간 퇴사를 하겠다며 짐을 싸고 있다고 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경력 기자 1명이 대표와 계속해서 부딪히고 있었는데, 그날 사달이 난 거다. 대표는 그 경력 기자와 언쟁을 하다 너무 화가 나서 욕을 하고, 전화기를 비롯한 주변에 있는 물건을 마구 집어던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그만두라고. 그렇게 1명은 해고되었고, 그 장면을 목격한 3명은 넋이 나가버렸다. 저런 인간하고 한 순간도 같이 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평소에도 이상한 조짐은 있었다. 건물 경비원과 주차 문제로 자주 싸웠고, 심한 날에는 욕을 하고 침을 뱉는 등 매우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까지 그런 짓을 하니,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어 그만둔 거다. 나도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단 참았다. 직접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기에 충격이 좀 덜해서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직 자리를 알아보지 않고 하루아침에 회사를 그만두는 건 너무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동안 대표와 단 둘이 작은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숨 막히는 시간이었다. 같이 일해온 동료들을 배신한 것 같다는 죄책감도 있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직원이 뽑혔고, 나는 그 후로도 1년이나 그 회사를 더 다녔다. 오전에만 잠깐 출근을 하고 외부 일정이 잦은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실내 흡연하다 직원한테 신고당한 사장님


세 번째 회사의 대표는 애연가였다. 실내 흡연이 금지된 지 꽤 되었건만, 끈덕지게 대표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회의가 길어지면 직원들 앞에서 피울 때도 있었다. 본인은 전자담배이니 이건 괜찮다고 했고, 창가에 가서 피우긴 했지만 간접흡연당하는 비흡연자 입장에서는 열 받는 일이었다. 직원들 앞에선 전자담배를 피웠고 아무도 없을 땐 연초담배를 태우는 것 같았다. 일하다 보면 이따금씩 담배 냄새가 솔솔 사무실로 흘러 들어와 머리가 지끈거리곤 했다. 비염이 있는 나는 담배 냄새에 더 민감한 편이라 정말 싫었다.


우리 지역 보건소에도 두 차례나 신고가 들어갔다. 직원 중 누군가 대표를 실내 흡연으로 신고를 했고, 보건소에서 점검을 나와서 과태료 처분도 받았다. 보건소 직원들은 금연 스티커를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갔다. 그럼에도 꾸준히 담배를 피웠다. 세 번째인가, 보건소에서 출동을 했을 땐 피해서 숨기까지 했다. 그리고 어떤 놈이 신고했느냐며 소리를 소리를 질러댔다. (담배를 안 필 생각을 해야지.)


매주 한 번씩 대표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겨울엔 그 시간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 없었다. 담배 냄새가 밸까 봐 대표는 한겨울에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따금씩 선풍기를 돌리기도 했다. 그러니 추울까 봐 난방기를 빵빵하게 틀어놓았는데, 회의 때마다 머리카락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회의 들어갈 때마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갔고, 내부 공기는 차가운데 전열기 때문에 머리카락과 등짝만 불타는 듯한 경험을 해야 했다.


내가 겪은 대표들에 대해 적다 보니 참으로 파란만장한 회사생활을 해왔구나 싶다. 고생 많았네, 나.



제니의 첫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마케팅 부서 발령을 받았습니다. 5년간 기자로 일했기에 홍보 업무에는 자신이 있었고, 마케팅이라고 뭐 다를 게 있겠나 싶었습니다.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누구나 마케팅을 말하지만. 진짜 체계적으로 잘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며, 매우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5년차 마케터인 제가 감히 '전문가'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여러분과 같은 위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들을 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너무 기본적이라 주변에 물어보기도 부끄럽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아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최대한 모아서 작성했습니다.

https://bit.ly/topgimil_m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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