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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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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Sep 13. 2015

손 떨리는 북유럽 물가, 이정도입니다

유럽 국가별 물가수준 전격 비교

코펜하겐 여행 중이니? 여기 어떤 것 같아?

- 글쎄요. 방금 기차에서 내려서 어떤지 잘…

내가 알려줄게. 여기 있다 보면 싫어질 거야. 물가가 엄청 비싸거든
덴마크 코펜하겐 역. ⓒ 이혜원


스웨덴에서 국경을 넘어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하자마자 들은 얘기다.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편의점이 보이기에 들어갔더니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가 계산을 해주며 코펜하겐이 싫어질 것이라는 악담을 해주셨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편의점을 걸어 나왔다. 그때 계산한 생수 한 병은 덴마크 돈으로 18.45DKK(크로네, 덴마크 통화), 당시 환율로 3450원이었다.     


북유럽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처음 던진 질문은 그거였다. “거기 물가 비싸지 않아?” 여행 전에 사전 조사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비싸 봐야 얼마나 비싸겠어”라며 호기롭게 체크카드만 들고 비행기를 탔다. 처음 도착한 핀란드 헬싱키에서부터 북유럽의 물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여행자가 갈만한 중저가 레스토랑을 기준으로 보자면 평균적인 점심식사 비용은 1만5000원 안팎이었다. 서울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평균적으로 6500원 정도 든다고 하니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대중교통비도 무시 못할 금액이었다. 1250원에 환승까지 이용할 수 있는 서울의 대중교통시스템이 얼마나 저렴한 것이었던지. 

핀란드에선 노면전차인 ‘트램’의 1회 이용료가 3€(당시 환율로 약 4100원),
버스비가 5€(약 6900원)였다.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 대중교통을 한 번쯤은 타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딱 한 번씩만 타 봤다. 도시 간 이동을 제외하면 여행 중에는 대부분 걸어서 이동했다. 튼튼한 두 다리가 가장 훌륭한 동력이었다.   


핀란드, 헬싱키, 채식주의자용 햄버거세트 7.2€(약 1만원) © 이혜원


핀란드, 헬싱키, 펍의 또띠아 5€(약 6900원), 맥주 7€(9700원) © 이혜원


핀란드에서 스웨덴, 덴마크 순서로 이동했는데 갈수록 체감 물가는 높아졌다. 느낌이 아닌 실제 수치가 궁금해져 찾아보니 유럽연합통계청에서 내놓은 2013년 기준 EU 국가별 소비재와 서비스물가지수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국가별로 비교해보니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원자료 http://appsso.eurostat.ec.europa.eu/nui/show.do. 연도별, 국가별, 항목별 가격 지수를 비교해볼 수 있다. ⓒ 이혜원


유럽연합 28개국 평균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북유럽 국가들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덴마크가 139, 스웨덴이 132, 핀란드가 123이다. 유럽연합에 속해있지는 않지만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는 157로 평균보다 50% 이상 비싼 걸로 나타났다.


북유럽의 물가가 겁난다면 동유럽에 가는 편이 낫겠다. 


유럽연합 국가들간 물가지수 차이는 굉장히 큰 편인데 동유럽 국가들의 물가지수는 북유럽의 절반도 안 된다. 심지어 불가리아의 물가(49)는 노르웨이의 3분의 1 수준이다. 루마니아는 54, 폴란드는 56, 체코 69, 그리스는 89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프랑스(110)나 독일(102), 스페인(94)의 물가는 평균의 10% 안팎 수준이다.     


이처럼 물가 차이가 크게 나타나 인근 지역으로 ‘직구’를 나서는 북유럽 사람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특히 핀란드는 주류에 대한 세금을 많이 부과해 술이 비싼 편. 주류·담배·마약류 가격지수는 136으로 유럽연합 평균보다 35% 이상 높다. 때문에 핀란드의 애주가들은 주말이 되면 동유럽 에스토니아의 탈린으로 술을 사러 간단다. 에스토니아의 주류·담배·마약류 가격지수는 84로 핀란드보다 50% 이상 싸다. 헬싱키 항구에서 탈린까지의 거리는 약 90㎞로 쾌속선으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핀란드 헬싱키 항구부터 에스토니아 탈린까지는 배로 1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때문에 핀란드의 애주가들은 주말에 탈린에 가서 술을 사오곤 한다. <사진=구글 지도 캡처>


여행에서 돌아오고 보니 역시 남는 건 사진이다. 식사 전마다 사진 찍기라는 신성한(?) 의식을 거쳤고, 고된 여정에도 매일 밤 가계부를 적어 놓은 덕에 여행 중 먹은 것들의 가격을 정확히 남길 수 있게 됐다. 아래는 북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공개하는 음식 사진과 각각의 가격표다. 환율은 여행 당시 유로화인 1380원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핀란드, 헬싱키, 점심메뉴인 케밥과 쌀밥. 뷔페식. 9.8€(약 1만3500원) © 이혜원


핀란드, 헬싱키, 일식집의 초밥세트 20.5€(약 2만8000원), 보드카 1잔 4.2€(약 5800원) © 이혜원
스웨덴, 스톡홀름, 닭가슴살 샐러드 195kr(약 2만9000원) © 이혜원


스웨덴, 스톡홀름, 이케아 핫도그 5kr(약 750원) © 이혜원


스웨덴, 스톡홀름, 미트볼정식 192kr(약 2만9000원) © 이혜원


덴마크, 코펜하겐, 햄샌드위치와 칼스버그 맥주 총 133DKK(약 2만4000원) © 이혜원


덴마크, 코펜하겐, 스위트소스 치킨밥 59DKK(약 1만1000원) © 이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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