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대 공구세트는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면
DIY는 더 이상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글로벌 홈퍼니싱 브랜드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하고서부터다. 이제 의자나 책상 정도는 직접 만들어 쓰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조명, 스위치, 문 손잡이, 콘센트 커버도 쉽게 바꾼다. 지금까지의 집은 한번 짓고 나면 모든 것이 완결되는 정형화된 존재였다면, 이제는 거주자의 취향에 따라 여러 빛깔을 입는다. 가정의 커스터마이징이라고 할까.
공구는 집 유지와 꾸미기에 필수적인 물건이다. 못을 박을 때 쓰는 망치부터 나사를 풀 때 쓰는 드라이버, 샤워기를 교체하기 위한 스패너, 정밀한 물건을 집기 위한 라디오 펜치 등 다양한 공구가 필요하다. 가정용 공구세트는 이제 막 DIY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이다. 중급 이상의 사용자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구성이 아니지만 이제 막 독립한 이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상품이다. 1만원대의 착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이케아와 노브랜드의 공구세트를 비교해봤다.
구입 가격은 이케아 제품이 9,900원, 노브랜드 제품이 11,800원이었다. 이케아 제품의 정가는 14,900원이지만 이케아 패밀리 회원가입을 하면 할인가에 구입할 수 있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9,900원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리뷰를 진행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 제품이 얼마쯤 할 것 같냐"고 물으니 대부분 2~3만원대를 언급했다. 1만원 안팎인 두 회사의 제품인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자취족들에게 무척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이케아와 노브랜드 제품은 구성이 거의 동일하다. 망치, 망치에 끼울 수 있는 고무, 플라이어, 드라이버 몸통, 몽키스패너, 드라이버에 끼울 수 있는 비트다. 차이가 있다면 이케아의 비트가 12개로 노브랜드(10개)보다 많다는 점 정도다. 비트 숫자까지 모두 합쳐 이케아는 17종, 노브랜드는 15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케아와 노브랜드의 공구세트 구성품을 망치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망치 & 장도리
왼쪽이 노브랜드의 망치, 오른쪽이 이케아의 망치. 망치 대가 노브랜드 제품은 플라스틱으로, 이케아 제품은 쇠로 돼 있다.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망치다. 못을 박을 수 있는 망치와 못을 뺄 수 있는 장도리(일명 빠루)로 이뤄져 있다. 빠루망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길이는 노브랜드 제품이 조금 더 길고, 무게는 이케아 제품이 더 무겁다. 망치머리와 손잡이를 잇는 부분이 노브랜드 제품은 플라스틱이라서다. 노브랜드 망치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손잡이 부분을 오돌토돌하게 처리한 점이 인상적이었고, 잡았을 때의 느낌은 유선형의 이케아 망치가 더 좋았다.
이케아와 노브랜드 모두 공구세트에 고무마개가 들어있다. 망치에 고무마개를 씌우면 고무망치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표면이 고무로 된 고무망치는 쇠붙이를 때려도 흠이 생기지 않고 쇳소리가 나지 않는다. 못을 박을 때는 쇠망치를 사용해도 되지만 구부러진 표면을 펴거나 정밀한 기계를 다룰 때는 고무망치를 쓰는 경우가 많다.
플라이어
왼쪽은 이케아의 플라이어, 오른쪽은 노브랜드의 롱노즈 플라이어. 물림 부분이 길어 긴 코(long nose)처럼 보인다고 해서 롱노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브랜드는 브랜드 정체성이 드러나는 노란색 띠를 공구 곳곳에 둘렀다.
사실 펜치는 플라이어의 한 종류다. 니퍼, 롱노즈, 펜치 등 집게붙이로 된 공구를 플라이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냥 펜치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스파게티는 파스타 중 기다란 면만을 일컫는데도 서양 면요리는 스파게티라고 퉁쳐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이케아와 노브랜드 플라이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이케아 제품은 일반 플라이어고, 노브랜드 제품은 물림 부분이 길고 뾰족하게 생긴 롱노즈(long nose) 플라이어다. 롱노즈 플라이어는 물림 부분이 가느다랗고 길어 좁은 부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라디오 조립처럼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해서 라디오 펜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드라이버 + 비트 세트
드라이버는 DIY를 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도구다. 드라이버는 나사못이나 작은 나사를 돌려 박는데 쓰는 공구로 일자(-)와 십자(+) 형태가 기본이다. 하지만 나사에 따라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별모양 등도 있다. 가정에서는 제각각인 나사머리에 맞는 드라이버를 모두 구비할 수 없으니, 드라이버 몸통에 비트만 교체해쓸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이케아와 노브랜드의 비트 구성은 거의 동일하다. 여러 가지 크기의 일자, 십자, 육각 비트, 송곳 등으로 구성돼 있다. 노브랜드는 10종, 이케아는 12종으로 이케아가 2종 더 많지만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규격은 아니라는 것이 공구 전문가의 설명이다. 노브랜드 비트 세트 받침에는 나사 모양과 규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흰색으로 표시해 놓았다. 이케아 제품에도 나사 모양을 표시해놓았는데, 양각으로 돼 있어 사진상으로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비트와 드라이버는 자성이 있어 가까이 가져가면 저절로 달라붙는다.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단, 드라이버에 비트를 물려서 쓸 경우 비트와 드라이버 사이에 약간의 유격이 있어 전문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다양한 종류의 드라이버를 구비하기 어렵고, 가끔씩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가정용으로 적당한 제품이다.
몽키렌치, 몽키스패너
마지막 공구는 렌치다. 스패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너트나 볼트를 죄고 풀고, 물체를 조립하고 분해할 때 쓰는 공구다.
이케아와 노브랜드의 가정용 공구세트에는 몽키렌치(몽키스패너)가 들어있다. 개구부 나사를 돌려 너비를 조정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일반 렌치는 규격에 맞아야만 사용할 수 있지만 몽키 렌치는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여러 규격의 렌치를 갖출 필요가 없다.
이케아와 노브랜드의 렌치의 길이는 150mm에 디자인도 거의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노브랜드 제품은 손잡이가 일자로 뻗어있는 반면, 이케아는 둥그스름하게 만들어 그립감을 높였다.
공구세트 박스가 노브랜드는 노란색, 이케아는 주황색이다. 주변에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노브랜드 제품의 색깔이 더 예쁘다는 반응이 많았다.
박스는 노브랜드 제품이 더 크다. 덕분에 풍성해 보이는 장점은 있지만 좁은 집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랍 안이나 선반 위에 공구함을 보관해야 하는데 크기가 지나치게 크면 보관이 불편한 문제가 있다.
1만원대 저렴한 공구세트에 품질을 크게 기대해선 안 되겠지만, 두 제품 모두 마감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노브랜드 망치는 접착제로 머리와 대 부분을 연결해 놓았는데, 접착제가 흘러나온 흔적이 눈에 띄었다. 플라스틱과 쇠의 접착부가 허술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들었다. 이케아 망치는 매장에서 구입해 갓 뜯은 제품임에도 사용한 것처럼 긁힌 자국이 남아있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보자면 노브랜드의 박스 뚜껑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케아는 열고 닫는 뚜껑인 반면, 노브랜드는 '밀어서 잠금해제' 하는 미닫이 방식이다. 그러나 여는 방식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어 뚜껑을 열려고 애쓰다 결국 뜯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리뷰를 찾아보면 어떻게 여는지 몰라 그냥 뜯어버렸다는 후기가 꽤 많이 올라와 있다. 밀어서 여닫는 게 공구를 사용하기 편리한 방식이 아닌데,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에 의문이 남는다.
이케아와 노브랜드의 공구세트는 가격도, 구성도 거의 동일하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제품을 구입해도 무방하다. 품질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이제 막 독립해 기초적인 공구가 필요한 1인 가구
- 공구에 큰돈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경우
- 저렴한 집들이 선물을 고민 중인 경우
- 1만원대 공구세트는 어떨지 정말 궁금한 분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지 않습니다.
- 일정 수준 이상의 DIY 작업을 할 경우
- 제품의 품질이나 마감에 민감한 경우
글·사진│이혜원 기자 (won@qubridge.com)
도움말 │아이마켓 신도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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