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냥이를 데려왔다. 박스에 들어있던 네 마리 중 한 녀석이다. 정말 너무너무 작아서 고양이가 아니라 쥐인줄 알았다. 손대면 바스라질 것 같아 제대로 만지지도 못하겠다.
2.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성별은 여아, 이빨의 모양으로 봤을 때 생후 7주가량 된 것 같다고. 발톱을 깎아주고, 귓속을 검사하고, 체온을 재고, 상태를 확인했다. 건강하고 성격도 온순한 편이라고 했다. 성격이 나쁜 아이들은 동물병원에 처음 데려오면 의사를 물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얘는 그러지 않는다고.
예방접종을 시키러 갔는데 오늘은 하지 말자고 했다. 가족들과 떨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와 공포상태여서, 예방접종까지 시키면 안 된다고. 면역력이 있어야 주사도 효과가 있는데 지금 얘 상태로는 주사를 맞아봐야 소용이 없다면서. 일단 집에 데려가서 적응을 좀 시키고 일주일 후에 데려오라고 했다. 고양이 밥, 고양이 우유, 고양이 샴푸를 사서 집에 왔다.
3. 다른 건 몰라도 얘가 계속 바르르 떠는 게 걱정이다. 의사선생님은 어미와 떨어져 두려워서 그런거니 너무 걱정하지 말란다. 갑자기 너무 미안해졌다. 가족들하고 잘 살 수 있는 애를 내가 괜히 생이별하게 만든건 아닌지.. 집에 왔는데도 계속 벌벌 떨고 안심을 못 한다. 주변을 경계하고 숨으려고만 한다. 이녀석이 과연 적응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4. 동물병원에서 사온 우유를 줬는데 안 먹는다. 손에 찍어서 주니 조금씩 핥아먹는다. 기분이 아주 좋다. 몇시간이 지나니 얘도 마음이 놓였는지 더이상 떨지 않는다. 자꾸 와서 엉겨붙는다. 얘는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는 절대 있지 않는다. 허벅지 옆이든, 배 위든, 이불 옆이든 어딘가에 몸을 기대고 있으려 한다. 지금 이걸 쓰는 도중에도 계속 노트북 위에 올라와서 놀아달라(?)고 한다. 계속 옆으로 떼어놓으니 이제 내 다리 옆에서 잠이 들었다.
5. 진짜 묘한 기분이다. 혼자 있던 집에 또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기분. 이 공간에 내가 아닌 누군가의 심장이 뛰고 있는 느낌. 안정감이 들고 포근하다. 너무 약해서 부서질 것 같은 아이지만 그렇다. 이 녀석의 이름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