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현실적인 사랑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by 일곱시의 베이글

나는 사랑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다른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나를 설레게 만든다. 사랑의 감정을 샘솟게 만든다.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 이야기는 특별할 것이 없다. 너무 뻔한데도 자꾸만 보게 되는 건, 어떤 사랑 영화를 봐도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이 되살아나서다.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며 내가 겪었던 비슷한 상황들을 떠올린다. 나의 인생 멜로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비포 선 라이즈'. 23살의 너무 사랑스러운 대학생 '줄리'가 기차 안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져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는 얘기다. 24살 첫 홀로 유럽여행을 가기 직전 이 영화를 보고 엄청난 기대를 품었었다. 내게도 이런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고. 똑부러지게 소신을 얘기하는 줄리를 동경하며 나도 그런 여자가 되고싶다 생각했다.


like crazy3.JPG <라이크 크레이지>

이번에 본 사랑 영화는 '라이크 크레이지'다. 퇴근 후 상영관 앞에서 파는 맥주 한 캔과 함께 영화를 봤다. 얘기는 참 단순하다. LA로 공부하러 온 영국여자 애나와 미국남자 제이콥의 사랑 얘기. 숨겨진 비밀이나 오해, 두 사람을 방해하는 훼방꾼도 없다. 젊고 아름다운 두 남녀가 자연스럽게 이끌려 사랑에 빠지고 장거리 연애를 하며 겪는 어려움들이 주된 내용이다.


두 사람이 맞닥뜨린 상황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불치병이나 재난이 둘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몸이 떨어져 있다 보니 너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처음엔 헤어짐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어찌됐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일상이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오랜만에 만나면 너무 좋지만 이제 떨어져 있어도 죽을만큼 힘든 건 아니다. 그러니 떨어져 지낼 때는 서로가 다른 사람을 만나며 연애감정을 채운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알지만 헤어지지도 못한다. 두 사람이 쌓아올린 처음의 기억들, 반짝반짝 빛났던 순간들을 잊지못해서다.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젊음을 함께한 존재이니까.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재회한다.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둘 모두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참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다.


내 마음대로 뽑은 인생 사랑 영화 TOP10

1. 비포 선 라이즈 시리즈

2. 냉정과 열정 사이

3. 500일의 썸머

4. 어바웃 타임

5. 더 리더

6. 가장 따뜻한 색, 블루

7. 이터널 선샤인

8. 미드나잇 인 파리

9. 러브 액츄얼리

10. 이프 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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