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 나쁜 영화, 불편한 영화
우리는 왜 영화를 볼까?
이 영화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을 위해 코미디 영화를 보고 찡긋한 울림을 위해 멜로 영화를 보고, 정보를 얻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한다. 그럼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같은 영화는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불편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을 만큼.
참으로 묘하다. 이 영화에는 직접적인 폭력이 드러나지 않는다. 좀비영화처럼 피가 낭자하는 것도 아니고,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공포영화처럼 갑자기 무언가 등장해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불편함을 안겨준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아이의 감정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그 장면을 지루하리만치 오랫동안 보여준다. 계속 쳐다보기 힘들게 말이다. 영화 중반쯤 되었을 때는 난생 처음 영화를 보다 나갈까 하는 고민까지 했다. 그땐 단지 영화가 지루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모두 보고나니 그 이유를 알겠다. 그 불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는 걸.
이혼한 엄마와 아빠 사이의 아들. 아들은 엄마와 함께 살며 주말에는 아빠와 시간을 보낸다. 아들에게 그 시간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아빠는 주말이면 늘 같은 차를 몰고 아들을 데리러 온다.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차 안에선 엔진 소리만 요란하다. 그 소리마저 굉장히 공포스럽게 들린다. 대사도 그리 많지 않고 자극적인 장면도 많지 않지만 최소한의 장면과 묘사로 최대의 불안감을 이끌어낸다. 아마도 그것이 연출의 힘이겠지.
우리는 왜 영화를 볼까? 누군가 요즘 주말에 볼만한 영화 뭐 있냐고 물으면 당연히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관객이 영화를 통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줄만한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가 나쁜 영화이냐고 물으면 그것 또한 결코 아니다.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미쳐 날뛰는 남편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화장실에 숨어 욕조에 누운 뒤 아들을 끌어 안고 되뇌이던 그말. "이제 끝났어, 끝났어, 끝났어."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