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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n 14. 2018

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을 비판하기란 쉽다. 하지만 막상 닥치고 나면, 소위 '옳다'고 말하는 것들을 그대로 지키기란 쉽지 않다.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가령 이런 거다. 나는 우리집 고양이 밤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반려동물의 중성화 수술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 어떤 생명체도,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 중성화 수술 받기를 원하지는 않을 거다. 중성화 수술이라는 단어 자체도 인간 편의적이다. 중성화는 무슨, 불임수술이고 자궁적출수술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단어보다는 중성화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쓰면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고 보호자들의 심기를 덜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집 고양이 밤이는 첫 발정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성화 수술을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수의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중성화 수술을 해야한다고 한다. 우리 보호자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려 중성화 수술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암컷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하면 유선종양, 자궁축농증 등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암컷고양이는  발정이 올 때마다 무척 고통을 느끼며 - 단순히 불편이 아니라 여성의 생리통같은 고통 -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게 반려동물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모두 좋다는 것이다.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나 문제 뒤에는 늘 변명이 따라붙는다. 마취로 인한 위험이 없냐는 물음에는 그럴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는 답이, 중성화 후 호르몬 변화로 살이 찌지 않냐는 걱정에는 집에서 장난감을 통해 놀아주고 사냥놀이를 해주고 식이조절을 해주면 괜찮다고들 한다. 그렇게 안심을 시켜준다. 그래 고양아, 이게 다 널 위한거란다- 라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밤이. 배 중앙에 수술 자국이 보인다.

밤이는 중성화 수술 후 극도의 후유증을 보였다.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났는지 집에 와서도 계속 울어댔고, 간식을 줘도 솜방망이로 어퍼컷을 날려댔고 몸에 손을 대려고 하면 하악질을 하고 경계했다.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라 마취와 수술이라는 과정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하루 이틀 지나자 밤이의 상태는 예전으로 돌아왔다.


밤이의 중성화 수술을 선택한 건 내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중성화 수술에 장점이 있다는 건 알지만, 어쩌면 그건 수술을 결정하기 위한 자기 위안 같은 것이기도 했다. 앞뒤가 틀렸다는 거다. 고양이 건강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게 아니라, 중성화 수술을 해야만 하는데 하고 나면 이런 장점도 있다는 게 맞는 얘기다. 만약 고양이 건강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는데, 한 뒤에도 고양이가 목놓아 울어대고 엉덩이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녀도 보호자들이 수술을 결정할까? 단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아니다. 대부분은 고양이의 귀엽고 엉뚱하고 복실복실한 모습을 사랑해서 반려를 결정한다. 발정이 날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건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다. 인간이 보기에 '귀여운' 동물을 가축화시켜 함께하기 위함이다. 길냥이를 구조해 데려왔다고, 이게 다 너를 위한 일이었어-라며 위선을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건 참 불편한 이야기다.


아래는 6월 15일에 추가한 내용입니다. 댓글로 피드백을 하면 중복되는 내용이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적습니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이기심에서 비롯 된 것이 아니냐


맞습니다. 저도 그 부분을 얘기하고 싶었던 겁니다. 중성화 수술이라는 건 그 중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보통 길고양이들의 수명은 2~3년인 반면 집고양이들은 10년 이상 산다고 합니다. 집에서 크는 고양이들은 밥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안전한 환경에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죠.


그렇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다들 한번쯤 느껴봤으리라 생각하는데, 문득 '얘는 지금 집 안에 사는 게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보호자의 품 안에서 오래 오래 사는 게 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까? 더 오래 보고싶은 내 욕심은 아닐까?


사람 관점에서 던지는 바보같은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요. 밤이는 제가 직장에 가서 반나절 집을 비우는 동안 혼자 빈둥거리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냅니다. (함께 있을 때도 많이 자긴 하지만요.)  같은 '종'인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죠. 이 아이를 데려온 것 자체가 제 욕심이고 이기심이 아니었나라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


번식을 하지 않는 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게 그들을 위한 일이라는 점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 이유로 현실적인 선택을 내린 거구요. 일단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기로 결정했다면, 중성화를 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으니까요.


글을 쓴 취지는 이랬습니다. 그동안 중성화 수술에 부정적이었지만 나름대로 공부를 해본결과 수술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할지라도, 당초의 고민을 완전히 놓지는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내린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중성화의 장점에 대한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반대 입장은 애써 무시하지 말자는 거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같은 것이었습니다.


수십년 전 미국에선 고양이 발톱을 뽑는 수술이 흔하게 이뤄졌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발톱으로 보호자를 다치게 하고 집안을 어지럽히는 게 싫어서요. 그때는 그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요. 그런데 최근 들어선 발톱제거 수술을 법으로 금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손가락을 자르는 일일만큼 극도의 스트레스를 준다는 이유에서요. 해당 시기에 어떠한 정보가 정설로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보호자들의 견해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수의학적 지식이 없는 저같은 보호자들은 책이나 인터넷 검색, TV프로그램을 통해 정보를 습득할 수밖에 없고요.


중성화 수술을 해야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신 분들이 많아 제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제니의 첫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마케팅 부서 발령을 받았습니다. 5년간 기자로 일했기에 홍보 업무에는 자신이 있었고, 마케팅이라고 뭐 다를 게 있겠나 싶었습니다.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누구나 마케팅을 말하지만. 진짜 체계적으로 잘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며, 매우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5년차 마케터인 제가 감히 '전문가'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여러분과 같은 위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들을 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너무 기본적이라 주변에 물어보기도 부끄럽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아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최대한 모아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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