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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Sep 19. 2018

많은 경험이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는 환상에 대하여

카리브해.


백마디 칭찬과 격려의 말은 쉽게 잊히고 한마디 무책임한 말만 가슴에 꽂힌다. 뱉은 이는 기억조차 하지 못할, 허공에 던져진 말들만 마음에 맴돈다. 그날의 기분을 망쳐버린다. 왜 그렇게 쉽게 말을 내던지고 가버리는 걸까. 굳이 안해도 될 말을 해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걸까.

곱씹다 보면 원망하는 건 나 자신인 것 같기도 하다. 그 자리에선 좋은 날 분위기를 망칠까봐 아무말 못하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 여러 번의 큰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다 보니 이런 저런 말들에 자꾸만 상처 받는 나를 발견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큰일을 치르기 전엔 세상 쿨한척 하며 이런저런 소릴 하고 다닌 것 같다. 웃자고 한 얘기였지만 당사자에겐 웃지 못할 얘기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결혼에 전혀 관심이 없을 땐 다른 사람의 결혼식이 그리 진지해보이지 않았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결혼하는 모습을 보며 별볼일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중 한명이 되어 결혼식을 치르고 나니 느낀다. 그렇게 시시해보였던 예식도 당사자에게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내가 경험하지 않은 타인의 삶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먼저 경험하면 남들의 경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것도 내 경험일뿐이며,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내 경험을 토대로 속단하고 훈계하려 드는 거, 그게 소위 말하는 꼰대 아닌가. 나는 이러했지만 너는 그러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인생에서 다양한 경험이 쌓이는 건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고를 편협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경험한 세계가 전부라 믿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을 위험이 크다.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끊임없이 경계하는 수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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