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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Oct 26. 2015

교과서, 변호인, 그리고 표현의 자유

영화 ‘변호인’ 보고 한국 부러워하는 중국인들

국정교과서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 아이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으니 ‘올바른’ 단일 국사 교과서를 배포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국정교과서 도입 여부를 두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입법예고 기간이건만, 정부는 애초부터 테스크포스를 꾸려 운영하고 있었단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것을 막고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들을 끌고 가려는 속내가 보인다. 비단 교과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던 와중 영화 ‘변호인’을 본 중국인들이 반응이라는 게시물을 보게 됐다. 변호인은 국가라는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우는 변호사의 얘기를 그린 영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 영화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잔뜩 상기된 모습이다. 중국에선 절대 이런 영화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다음 카페 '한류열풍사랑'의 회원 daydream이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번역해 올린 글 중 일부를 발췌했다.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우리와 한국의 거리는 30년에 그치지 않는구나. 우린 심지어 아직 한국의 80년대야.”
“이런 게 경험으로 나온다는 것이구나. 한국도 오늘날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구나.”
“한국인이 민족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에 감탄했어.”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우리도 민주의 하루를 살아봤으면.”
“이 영화의 좋은 점은 사건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없다는 거야. (중략) 인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인민을 두려워해야 해.” 
“’사람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니 변호사라도 해야지요. 그게 변호사의 가장 큰 의무입니다’ 이 말을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배우게 하자!” (중국 공무원들의 비리가 심각한 모양.)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여러 정당이 존재하지만 실제 운영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다. 방송, 영화, 책 등 사람들의 사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는 철저하게 검열한다. 중국에 ‘치맥’ 열풍을 불고 온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된 건 TV가 아닌 동영상 사이트였다. 방송에 대한 공안 당국의 검열이 까다로운 탓이다.


중국에서 외국 드라마를 방영하거나 외화를 개봉하려면 ‘광전총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기관이다. 광전총국은 특히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철저하게 검열한다. 외국인은 중국에서 언론사, 출판사, 방송국, 영화제작사, 배급사 등에 투자할 수도 없다. 방송, 영화 등의 매체가 가진 파급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때문에 중국의 시청자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중국에서 영화 제작을 하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 방송국 관계자들도 작품을 만들면 방송국 대신 중국 인터넷 동영상 업체들을 먼저 찾아간단다. 


이런 중국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한국은 비교적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구나 싶다. 그러나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누군가의 피와 땀에 의해 얻어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는 언제라도 다시 빼앗길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여행하고 사랑하고 원하는 옷을 입고 살고 싶은 곳에 살고 신념을 지키거나 버릴 수 있다. 가끔 이런 자유를 쉽게 당연시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이지 감사한다.”

루이 나이즐리, ‘유럽의 시간들’(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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