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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Nov 27. 2015

죽은 사람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를 보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애정하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았던가?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두둔하는 사람보단 조롱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기본적으로는 망자에게 명복을 비는 것이 예우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과하다는 인상도 받는다. 죽고 난 뒤에 제 평가를 받게 된 것인지, 죽어서 생전의 일이 미화가 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 안에는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죽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네와 확연히 다른 듯 보인다. 2013년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이 사망하자 수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환호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북아일랜드인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곡인 "딩동, 마녀가 죽었다(Ding Dong The Witch is Dead)"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마가렛 대처를 마녀에 비유한 것은 물론이다. 이 노래는 차트를 역주행해 영국 아이튠즈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매체의 보도사진을 보면 그들은 진심으로 즐거워 보인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시청광장의 분위기처럼 들떠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예우 따윈 없다. 편안히 잠들기를 바란다는 뜻인 'Rest In peace'를 'Rust In Peace'로 바꾼 표어도 보인다. rust는 부식되다, 녹이 슬다라는 뜻이다. 


한국에선 국민을 학살한 전 대통령이 죽는다 한들 거리로 나와 환호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 같다. 그게 우리네 정서다. 착하다고 해야 할까, 죽음에 대해 진지하다고 해야 할까. 



마가렛 대처의 죽음에 환호하는 사람들. ⓒ Tom Ross
런던 브릭스톤에 있는 한 영화관은 시위대의 놀잇감이 됐다. 영화관 간판에 "마가렛 대처가 죽었다ㅋㅋㅋ(LOL)"고 적혀있다. ⓒ Andy Thorn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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