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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Oct 12. 2018

나는 행운을 바라지 않는다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터진다. 조짐도 없이 정말 갑자기. 길을 걷다 땅이 무너져 발이 쑥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그만큼 내 인생에 큰 타격을 주는 일은 아닌 것 같은데도, 그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무서워진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다가도 갑자기 불안해진다.


나쁜 일을 겪으면 내가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초한 일이라 생각하고 싶다. 내가 잘못했기에 일어나는 일이었으면 한다. 어떻게든 원인을 찾아서, 아주 작은 잘못이라도 했기에 이런 일을 겪는거라 생각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원인을 알면 고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재수없이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거라 생각하면 진짜 절망적인 마음이 든다. 그건 대비하려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행운이라 부를 만한 일들도 몇 가지 있었지만, 역시나 생각해보면 마냥 기쁘지 않다. 하나를 주면 다른 하나를 빼앗아갈 것만 같다. 결국 인생은 내가 한만큼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긴 행운이나 불운은 제로섬 게임인 것 같다. 내가 남들보다 운이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 건 없다고 믿는다. 아니, 그래야 마음이 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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