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주간 나를 괴롭혔던 인터뷰가 오늘로 끝났다. 날아갈 듯 홀가분하다. 인터뷰 일정이 촉박하게 잡혀 질문지를 작성할 시간이 부족했고, 외국 인터뷰이라 소통에 대한 부담도 상당했으며, 체감하는 압박감에 비해 팀 내 업무 중요도는 낮은 편이었다. 신경 쓸 게 많은 일이지만 잘한다고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잘해야 본전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기대되는 부분이 있어 설렜다. 지난해 말 자료조사로만 접했던 업체의 담당자를 직접 만나 궁금했던 것을 물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띄엄띄엄이지만 그동안 준비해온 영어회화를 써먹어볼 기회였다.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해외 담당자를 한국에 초청해 장소를 마련하고, 장비를 대여하고, 미팅 스케줄을 짜고,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는 것.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다. 기자 시절에는 해외 인터뷰이를 만나도 모두 세팅된 자리에 몸만 달랑 가서 1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면 그만이었다. 그 1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역시나 생각했던 것과 실제는 다르다. 일단 통역의 문제. 이 업무의 주무 부서에서 사전 질문지 번역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주었는데, 우리 팀(마케팅)에서 한국어로 질문하면 그 팀에서 영어로 전달해주기로 했었다. 인터뷰이의 답변도 한국어로 통역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언어는 크게 걱정하지 말자, 내용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인터뷰할 때가 되자 인터뷰이가 굳이 동시통역을 해줄 필요 있느냐고 했다. 그래서 인터뷰는 예상치 못하게 영어로 진행된 것이다..
또 인터뷰 녹화를 위해 훌륭한 장비를 대여해왔으나, 장비값만큼의 영상 퀄리티는 나오지 못했다. 채광이 좋은 회의실을 미리 빌려놓았으나 마침 오늘 날씨가 무척 흐려 자연광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반사판이나 조명이 필요하겠나 싶었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니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밖에도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수없이 많겠으나, 이 또한 경험이고 경험치가 쌓이면 보다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요즘 전시회 참여를 준비하며 많은 것을 느낀다. 좋아 보이는 것들에는 그만큼의 자본과 정성이 들어있다는 당연한 사실이다. 벽면을 도장하는 것과 도배로 마감하는 것은 그리 큰 차이가 아닌 듯 보이지만 묘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예산 절감을 위해 전시장에 조명을 한두 개를 덜어내는 것은 별거 아닌 듯 보여도 약간의 차이가 난다. 그 작디작은 차이들이 모이면 전체 결과물의 퀄리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를 준비해본 사람들은 대번에 알고, 준비해본 적 없는 손님들은 은근한 느낌으로 안다. '좋아 보이는 것들'에는 그만한 이유와 노력이 있다. 운 좋게 되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