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김난도 트렌드 : 멀티 페르소나란 무엇인가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by 일곱시의 베이글

김난도 교수의 ‘미리 보는 2020’ 강연회에 브런치 작가 초청으로 다녀왔다. 김난도 교수는 ‘욜로’, ‘소확행’, ‘가심비’ 같은 신조어들을 시장에 제시하며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화제의 인물이다. 내게는 매년 스쳐 지나갔던 얘기들인데, 올해는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되기도 하였고, 직접 그의 입으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강연회에 신청을 했다. 김난도 교수가 2020년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한 ‘멀티 페르소나’가 인상이 깊어 짧게 소개한다.


멀티 페르소나 : 나, 그리고 나 자신들(Me and Myselves)


#정체성의모듈화 #다층적 #유동적 #다매체시대


김난도 교수는 요즘 세대들을 두고 ‘모드 전환이 빠르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딴짓을 하다 상사의 발소리가 들리면 빠르게 Alt+Tab 버튼을 눌러 화면을 전환하는 것처럼, 자아를 시시때때로 능숙하게 바꾼다는 말이다. 9-6 직장인을 기준으로 보자면 8시 59분까지 존재하는 ‘나’와 직장인으로서의 ‘나’, 그리고 6시 00분 퇴근과 동시에 등장하는 ‘나’가 다르다는 거다. 각각의 자아가 구분되어 있고, 거기에 맞게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요즘 회사의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에게 그런 불만이 있다고들 한다.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안 한다는 거다. 에어팟 끼고 모르는 척한다는 것. 김 교수는, 에어팟이 단순한 이어폰이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는 방패이자 가면일 수 있다고 했다. 업무 시작 전인 8시 59분까지는 에어팟을 끼고 있을 테니 ‘내 프라이버시를 침범하지 말아줘’. 하지만 9시가 되면 유능한 직장인으로 기능할거야-라는 것.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매체마다 다른 자아를 표출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전 세대들은 ‘아이러브스쿨’(너무나 오래전 얘기..)을 하다 ‘싸이월드’가 나오면 예전에 플랫폼에 있던 정보를 모두 새 플랫폼으로 옮기는 등 하나의 플랫폼만을 고수했지만, 요즘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인스타그램엔 맛집과 그럴듯한 나의 모습을 올리고, 페이스북엔 정치글을 올리고, 트위터에선 덕질을 하고.. 심지어는 한 채널 내에서도 본계정이 있고 부계정이 있다. 본계정에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 부계정에선 차마 드러낼 수 없는 어두운 면들을 쏟아낸다. 진짜 내 모습은 부계정에 담겨있는 아이러니.


초저가 햄버거와 프리미엄 버거가 동시에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을 보는 관점도 흥미로웠다. 기존의 담론대로라면 돈 많은 사람은 프리미엄을 먹고 돈 없는 사람은 싼 것을 먹는다는 ‘양극화’로 해석했겠지만, 김난도 교수는 이를 ‘양면화’라고 봤다. 초저가 햄버거를 먹는 사람과 프리미엄 버거를 먹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선택을 한다는 거다. 혼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할 땐 초저가 햄버거를 사 먹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기분을 내고 싶을 땐 프리미엄 버거를 먹는다는 것. 마찬가지 이치로 평소에는 커피 마실 돈도 아껴가며 초근검절약 모드로 살다가, 한번 여행을 갈 때 진짜 럭셔리하게 간다. 그게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다. 경험을 사는데 지불하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마케터의 관점에서 보자면, 초개인화시대라는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마케팅을 할 때 소비자를 정량적인 지표들로 구분했다. 나이는 30대이며, 소득 수준은 어느 정도고, 거주지역은 어디이고를 기준으로 분류해 각 타깃에 맞는 메시지로 마케팅을 했다. 고객관계관리(CRM)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이 경우에 사람이 1명이면, 고객도 1명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마존 같은 빅데이터 기반 온라인 커머스 회사들은 0.1명 단위로 시장을 나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0개의 시장(고객)이 있다는 거다. 개인의 정량적인 프로파일이 1개의 시장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취향이나 생활방식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키를 좋아하는 나, 퇴근 후에 검도를 하는 나, 건담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 이런 ‘나’들이 모여 시장을 형성하니, 한 명의 사람은 1개의 시장이 아니라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10개, 혹은 그 이상의 시장이 될 수도 있다


이전 세대들은 성장 과정에서 무언가를 가져본 적이 없으니 딱히 취향이랄 게 없었다. 그러다 중년층이 되어 돈이 생기면 좋은 집이나 큰 차로 부를 과시했다. 밀레니얼은 경제적 곤궁 속에 자란 세대가 아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했다. 그 풍요 속에서 무엇을 고를 것인가를 매 순간 선택하면서 자랐다. 이들에게 있어선 소비도 가치 있어야 하고, 윤리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나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멀리하는 것, 새벽 배송해주는 업체의 과대 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라 본다.


김난도 교수가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나(I) #워라밸 #트위터 #소확행 #인스타그램 #비혼 #감성 #해시태그 #욜로(YOLO)

#개성 #스마트폰 #자유 #가심비 #디지털네이티브 #여행 #뉴트로 #자기만족


*멀티 페르소나가 완전히 새로운 단어라 보기는 어렵다. 같은 말이라도 현재 상황에 맞게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 내년 소비 트렌드는 '멀티 페르소나'라는, 2008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리포트.

http://www.etnews.com/200811170221?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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