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대기업 입사하면 생기는일

by 일곱시의 베이글

직원 2명, 매출 0원의 소기업에 다니다 2년 만에 매출 2조원인 대기업 직원이 되었습니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중견기업으로 이직했는데 사업구조 개편으로 중소기업 직원이 되었고, 불과 1년만에 회사가 망해 대기업에 흡수합병 됐습니다. 직장생활 10년차, 파란만장한 저의 회사 생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다면 브런치북에 들어와 좋아요 하트 표시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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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2명, 소기업에 다녔다

01. 정리해고 통보받던 날

편집장이 그 얘길 꺼냈을 때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저 멍했다. 지금 저 양반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실감이 안 났다. 편집장은 우리 얼굴 볼 면목이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렇게 드라마틱한 상황 속에서도 난 별다른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못했다. 너무 큰 일이라, 아직 내 머리가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정리해고 절차는 시작됐다


02. 솔직히 말해서 나는, 대기업에 가고 싶었다

주변에서 취업 계획에 대해 물으면 나는 '대기업 갈 생각 별로 없다'라고 했다.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나 보다. 4학년 때도 취업 자리를 알아보기보단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유럽 미술사 책만 들입다 읽었다. 한국의 치열한 취업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돈은 조금 못 벌더라도 여유 있게, 좋은 것만 보며 외국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 엄마의 반대에 나는 쉽사리 꿈을 꺾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안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도전이 두려웠는데 부모님의 반대라는 적절한 핑곗거리가 생겼으니 말이다.


03. 내가 만난 최악의 리더들 (믿을 수 없겠지만 실화)

"여긴 내 왕국이야. 따르기 싫은 사람은 나가" 스물다섯 살에 인턴기자로 첫 직장에 입사했다. 동기 중에 서른두 살 늦깎이 인턴이 있었다. 편집장이 하는 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던 나와는 달리, 그 동기는 늘 대립각을 세우며 번번이 부딪혔다. 입사한 지 한 달쯤 되었을까, 드디어 일이 터졌다. 편집장이 업무지시를 했고 그 동기는 못하겠다고 맞섰다.




중견으로 점프, 어쩌다 다시 중소기업으로

04. 5년간 기자생활을 하고 회사원이 되었다

오늘 회사 미니워크숍 때 자기소개 발표를 했다. 입사 후 1달. 이제 신입사원으로서의 적응은 어느 정도 마친 것 같다. 처음 회사에 왔을 땐 모든 것이 신기했고, 모든 일에 촉수가 예민했다.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재빨리 분위기를 흡수해갔다. 이전 회사들과 달라진 점들이 많아 적어두려 한다. 벌써부터 적응을 해버려 많은 것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05. 야근이 힘들다는 투정,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새벽 3시쯤 깼다. 스탠드 불은 켜져 있고, 화장도 그대로고, 브래지어도 입은 채 잠이 들었다. 화장 지울 정신까진 없고 브래지어만 벗고 스탠드를 끄고 다시 잤다. 2. 5시 58분에 알람이 울렸다. 평소보다 방안 공기가 차다. 온몸이 쑤시다. 엊그제 1시간 동안 트램펄린 수업하면서 낑낑거렸던 게 이제야 오나보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06 언론사와 일반회사

점심시간 11시40분부터 1시까지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와퍼를 시켜먹고 나니 12시다. 1시간이나 자유시간이 생겼다. 사무실은 고요하다. 사원증 입사 일주일 만에 드디어 나왔다. 입사를 위한 과정들이 얼추 마무리된 것 같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참 많은 시작과 등록과 약속의 과정들이 있었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


07 팀원은 참 쉬웠는데 팀장은 너무도 어렵구나

누군가에게 일을 시킨다는 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일을 선척적으로 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렇다. 일을 너무 많이 주면 버거워하고, 너무 주지 않으면 신뢰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의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것도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다. 내 생각이 맞는 걸까? 자꾸만 의심을 하다 보니 싫은 소릴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못마땅해도 꾹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 그 일을 내가 하고 만다.


08 퇴근길 낯선이 앞에서 뻥하고 터져버린 울음

예상보다 일찍 지하철역에 도착해 맥도날드에 갔다. 맥모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회사의 다른 팀 과장이다. 오며 가며 인사만 했을 뿐 대화해본 적은 거의 없는 사람이다. "아침 드시러 오셨나봐요" 예의상 몇 마디를 주고받고, 각자 아침을 먹고 출근했다. 그런 날이 있다. 평소와 똑같이 일을 하는데 갑자기 회의가 드는 날.


09 서초동 생활 4년 청산, 이제 삼성동으로

첫 직장 정리해고 후 4개월을 쉬고 서초동에 두번째 둥지를 틀었다. 강남 치곤 외곽이긴 하지만 대로변 평지에 사무실이 있는 게 좋았다. 이전 직장은 언덕 위에 있었는데 아침마다 언덕을 오르는 게 너무 고되었기 때문.. 서초동 첫 출근하던 날이 생각난다.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스쳤는데 그게 참 좋았다.



얼떨결에, 대기업

10. 사무실을 옮기고 달라진 10가지

출근길 6시 반에 집에서 나왔다. 집에서 서울시내까지 가는 고속도로는 아주 원활하다. 월요일치고도 나쁘지 않다. 출근시간이 30분 앞당겨졌는데, 교통상황이 나아져 좋다. 지하철 내부 상황도 한결 낫다. 역에 내리니 7시 35분. 회사 근처 지하철역은 이 시각에도 사람이 꽤 많다. 출근 시간이 빠른 직장인들이 많은 것 같다.


11. 제아무리 미친놈도 큰 회사 가면 순한 양이 된다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겪게 되는 설움 중 하나는 미친놈을 만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끔찍한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되면 둘 중 하나는 그만두는 수밖에 없는데, 상대가 상사라면 높은 확률로 내가 그만두게 된다.


12. 덜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아무래도 번아웃 증후군인 것 같다. 퇴근할 때면 늘 녹초가 되고 피곤하고 기력이 없다. 항상 시간에 쫓기고, 마감에 시달린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일이 주어지고 새 일을 끝마치기 전에 또 다른 일이 생긴다. 오전에는 비교적 내가 정한 스케줄에 따라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오후가 되면 회의가 많다.


13 재택근무의 장점

재택근무를 하니 낮에 여유가 생겨서 좋다. 오늘은 퇴근하자마자 관리사무소에 가서 입주민 전용 앱 승인 요청을 했다. 불과 1분이면 처리할 일이지만 재택근무가 아니었다면 휴가를 따로 쓰거나 이런저런 본인 인증 서류를 냈어야 할 거다. 지난주 관리사무소에 차량 등록을 할 때도 전입신고된 신분증이 필요해 이래저래 애를 좀 먹었다. 결국 성공하긴 했다.


14. 재택근무의 단점

퇴근이 없다. 업무 시간이 끝났는데 아 오늘 하루도 잘 마쳤구나! 하는 느낌이 없다. 물론 대중교통 지옥에서 2시간 동안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는 건 눈물 나게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다. 이것저것 적다 보니 재택근무를 하면 모든 일이 밋밋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출퇴근 스트레스는 없지만 일에 대한 집중력은 사무실보다 떨어지고, 뭐 그렇다.


15. 18시간만의 귀갓길에 만난 최고의 택시운전사

아침 6시 30분 집을 나선지 18시간만에 집에 돌아왔다. 가벼운 두통에 불쾌한 생리통, 종일 서있던 탓에 다리 근육통까지. 몸 상태가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이다. 칼퇴를 한 날엔 귀갓길 광역버스 안에서 쿨쿨 잘도 자건만, 이렇게 극도의 피로 상태에선 오히려 정신이 또렷하다. 23시 20분. 한치의 망설임 없이 회사 앞에서 잡은 카카오택시를 탔다.


16. 아무리 똑똑해도 연봉이 낮은 이유

연봉과 업무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연봉은 학력과도 비례하지 않는다. 물론 업무 능력과 학력이 높을수록 연봉이 높을 확률은 높겠지만 말이다. 연봉은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떤 업을 영위하느냐에 따라 일차적으로 좌우된다. 5년간 언론사에서, 4년간 유통회사에서 일하며 깨달은 사실이다. 내가 몸담았던 언론사에 있던 선배들은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17. 기자에서 마케터로 직종을 바꾼 방법

기자생활은 만족스러웠다. 그럼에도 나는 자주 직종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이 애써 만들어놓은 결과물을 평가하는 일에 지쳤다. 욕을 먹어도 좋으니 내 손으로 제품이든 서비스든 무언가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 기사가 아닌 무언가를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 본 적이 없으면서 모든 것을 아는 양 글을 쓰는 일에 회의가 들곤 했다. 공개된 자료를 잘 가공해서 기사를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 순위를 매기고 실적을 비교하는 일은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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