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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원 Sep 15. 2020

재택근무의 장점

재택근무를 방해하는 존재

재택근무를 하니 낮에 여유가 생겨서 좋다. 오늘은 퇴근하자마자 관리사무소에 가서 입주민 전용 앱 승인 요청을 했다. 불과 1분이면 처리할 일이지만 재택근무가 아니었다면 휴가를 따로 쓰거나 이런저런 본인 인증 서류를 냈어야 할 거다. 지난주 관리사무소에 차량 등록을 할 때도 전입신고된 신분증이 필요해 이래저래 애를 좀 먹었다. 결국 성공하긴 했다. 이사한 지 3개월. 아직 입주 초기라 이런저런 시스템들이 잡혀가는 과정이다. 낮에 슬리퍼 신고 터벅터벅 걸어 관리사무소에 가 입주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느긋하게 집에 돌아오는 일이 꽤 기분이 좋다.


어제는 고장 난 소파 수거도 있었다. 이것도 집에 사람이 없었더라면 아주 곤란했을 일이다. 빈 집에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들어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토요일에는 이 분들도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5분이면 될 일인데 직장인이라면 시간 빼기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집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니 잠깐 짬을 내서 가구회사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소파는 수거됐다.. 아, 지난주에는 정수기 점검 방문도 있었다. 아파트로 이사를 오고 살림을 제대로 꾸리니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아진다. 이런 사소한 이벤트들도 재택근무를 하니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어 참 좋다.


직장인들은 은행이나 병원을 마음 놓고 가려면 휴가를 써야 한다. 점심시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업무 시간에 지장을 주니 눈치가 이만저만 보이는 게 아니다. 나는 퇴근이 5시로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그래도 병원이라도 갈라치면 부리나케 달려가야 한다. 재택근무하고 좋아진 점이 있다면 비교적 낮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근무시간 내 자리를 비운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나는 그 정도로 간이 크진 않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집 근처에서 처리할 일들을 하기가 참 좋다.


처음에는 재택근무에 잘 적응하지 못해 집중력이 떨어졌었는데 이제는 집에서도 일을 잘한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집중력의 100% 만큼은 아니어도, 80%는 되는 것 같다. 적응할만하니 재택근무도 잠정적으로는 끝이다. 정부 지침을 잘 준수하는 우리 회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되자 재택근무도 철회했다. 내일부터는 다시 사무실행이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집밥을 해 먹는 즐거움도 있었다. 오늘은 소불고기를 해 먹었다. 양념 냉동 불고기를 사서 집에 있는 냉장고를 탈탈 털어 야채를 쏟아부었다. 깻잎,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숙주, 청양고추, 파, 양파,.. 500g짜리 고기에 야채를 듬뿍 넣으니 3인분이 됐다. 잡곡밥도 지었다. 반찬은 김치 하나면 충분하다. 엄마가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를 보내줘서 그걸로 차렸다. 소불고기에 김치를 얹어 먹으니 밥 한 그릇 뚝딱이다. 회사에서 먹는 짬밥하고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맛있다. 먹고 싶은 거 다 넣어서 갓 지은 밥으로 식사를 하니 맛이 없을 수가 있나.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한 이상 일하는 문화가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이런 문화가 정착된다면 회사의 인력 구성도 바뀔 거다. 정보 공유 시스템이 잘 정립된다면, 관리자는 예전보다 덜 필요할 거다. 각자가 일당백을 하며 업무 성과를 결과물로 증명해야 할 거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도 있겠지만 현재 사무직 인력의 다수가 집에서 일하게 된다면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의 좁은 집에서 살지 않고 보다 나은 주거환경에서 여유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부동산은 일자리를 따라가는데, 그 일자리의 개념이 오피스 단지라는 물리적인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거니까. 서서히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그 시기가 온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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