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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Aug 26. 2020

재택근무의 단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다시 3부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인원을 줄이기 위해 3개 조로 나눠서 조별로 이틀씩 재택근무를 한다. 3~4월에 했다가 코로나가 비교적 수그러들면서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그때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이라서 그런 것 같다.


재택근무의 장점. 8시까지 출근인 나는 평소 5시 50분쯤 일어나서 6시 10분에 집을 나서는데, 오늘은 두 시간이나 더 잘 수 있었다. 원활한 업무를 위해 어젯밤 컴퓨터는 미리 다 세팅을 해두었다. 업무용 노트북에 hdmi케이블을 연결해 듀얼 모니터로 만들고, 무선인터넷을 잡은 다음 VPN에 로그인한다. 회사 네트워크 내에서만 접속할 수 있는 그룹웨어, 영업관리시스템 등을 외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어젯밤 이 모든 과정들을 마치고 잠을 청했다.


재택근무의 장점. 여유롭게 집밥을 먹을 수 있다. 아침밥은 평소처럼 간단하게 먹었다. 바나나와 샐러리, 닭가슴살 스테이크(정말 맛없다)다. 특히 샐러리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채소인데 먹을 때 소리가 크게 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는 불가다. 그 사랑스러운 아삭거림이 타인에게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8시 30분까지 출근일 때는 회사 근처 카페에서 여유를 부리며 아침밥을 먹고 노닥거렸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출근 시간을 8시로 조정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아침을 먹는 신세가 되었다. 메뉴 선택에 제약이 생긴다. 냄새 안 나고, 소리 덜 나는 음식. 스타벅스에서 파는 비닐에 담긴 바나나는 최악이다. 얇은 비닐이 어찌나 바스락거리는지 포장을 뜯을 때 기분 나쁜 소음을 만들어 낸다. 한 개씩 담겨있어서 참 좋은 메뉴인데 그런 이상한 이유 때문에 나는 못 사 먹는다. 스타벅스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이유겠지.

곤약볶음밥 진짜 맛있다.

점심에는 친구들이 사준 올리브유에 레토르트 볶음밥을 볶았다. 마켓컬리에서 곤약볶음밥이라는 수상하게 생긴 메뉴를 처음 주문해 봤다. 보통 일반 식품을 다이어트식으로 만들다 보면 아주 불쾌한 음식이 탄생하곤 한다. 곤약면 콩국수라거나.. 고단백초코바라거나.. 정확하게 말하면 식감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걸 먹고 나면 늘 찜찜하고 제대로 된 '몸에 나쁜' 음식을 먹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런 불안감을 안고 곤약볶음밥을 시켜보았는데 예상외로 아주 맛있었다. 탄수화물 함량을 줄이기 위한 식사 치고 괜찮은 게 아니라 그냥 맛있는 식사였다. 귀리나 병아리콩처럼 톡톡 씹히는 식감을 좋아하는데, 내 취향을 딱 저격한 메뉴였다. 볶음밥만 먹으면 아쉬우니 냉동실에 있던 닭가슴살도 썰어 넣고, 달걀도 한 개 풀어서 달걀 볶음밥으로 만들었다. 아침에 먹다 남은 샐러리랑 같이 즐겁게 먹었다.


재택근무의 단점. 정서적인 환기가 안 된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1~2시간에 한번 일어나서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마시고 미팅을 하면서 수다도 떨고 그런다. 집에서 혼자 일하니 화장실에 가도 1분이면 돌아오고, 제 자리에서 커피를 마셔봐야 크게 리프레시되는 느낌도 없다. 공간을 이동하고 몸을 움직여가면서 정신적으로 환기를 좀 하고 나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재택근무할 때는 오히려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는 강박이 커서 움직이면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기 어렵고 (메신저가 올까 봐) 컴퓨터 주변에 맴돈다. 회사에서 제대로 집중할 때는 100만큼 집중하고 쉴 때 0이 된다면, 집에서는 50 정도의 집중력으로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느낌이다.


재택근무의 단점. 퇴근이 없다. 업무 시간이 끝났는데 아 오늘 하루도 잘 마쳤구나! 하는 느낌이 없다. 물론 대중교통 지옥에서 2시간 동안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는 건 눈물 나게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다. 이것저것 적다 보니 재택근무를 하면 모든 일이 밋밋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출퇴근 스트레스는 없지만 일에 대한 집중력은 사무실보다 떨어지고, 뭐 그렇다. 이것도 다 익숙해지면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나름의 방법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한 게 내일은 출근할 때처럼 옷을 적당히 갖춰 입고 재택근무를 해볼까 한다. 잠옷 입고 일하는 것과 자세와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다. 결과는 해보고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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