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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Aug 20. 2020

35km 자차 출근, 물류센터 외근.

이사 오고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35km로 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버스든 지하철이든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다. 처음에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분노하고 슬퍼하고 악다구니를 써봤지만 별 수 없다. 이사를 다시 하거나, 이직을 하거나인데.. 둘 다 쉽지는 않다. 이 악물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적응이 되어버렸다. 이런.


오늘은 동탄 물류센터에 외근이 있어 차를 가지고 나왔다. 강남에서 동탄까지 차로는 한 시간이 안 걸리는데 대중교통은 접근이 어렵다. 지금까지는 늘 택시를 타고 갔었는데 택시비가 아깝기도 하고, 짐도 많고 해서 차로 출근을 하기로.


6시 15분에 집에서 나섰다. 차가 많기는 하지만 정체가 일어날 정도는 아니다. 차로 출근하니 무엇보다 좋은 한 가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쾌적하게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환승을 안 해도 된다. 다만.. 늘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나는 버스에서 자고 있었는데 잘 시간에 운전을 하니 조금 피로하긴 하다. 고속도로 운전은 집중력을 요한다.


집에서 선암 TG까지는 30분 정도만에 도착했다. 문제는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일. 차가 겁나게 많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도 출근들을 많이 하는구나. (나를 비롯하여) 안타까운 중생들. 대부분은 경기도민이겠지.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는 데만 1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편도로 1시간 5분 정도 걸렸다. 초행길이라 약간 헤매서 시간이 더 걸린 것을 감안하면, 1시간 정도면 올 수 있는 것 같다.


회사에 지정 주차 구역이 있지만 나 같은 평사원에게는 주차 공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일반 주차 구역에 차를 댔다. 중간에 주유를 하려고 차를 한 번 뺐는데, 2시간 주차했는데 요금이 11,000원이더라..... 이거 하루 종일  대면 얼마인 거지. 오늘은 외근 때문에 법인카드로 결제할 수 있지만 평소에는 내 돈 주고 주차해야 한다. 이래서 사무실 밀집 지역에는 차 끌고 출퇴근하기가 곤란한 것 같다. 주유비, 톨비보다 주차비가 무섭다.


동탄을 찍고 집까지 오려면 기름을 넉넉히 채워놔야 할 것 같아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에 갔다. 도착하고 보니 셀프 주유소다.. 혼자서는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어 진땀을 흘렸다. 혼자 해보며 시행착오를 견디기엔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이었다. 셀프 주유소엔 아무리 찾아봐도 직원이 없다. 잠시 자리를 비웠나 보다. 주유소를 느린 걸음으로 배회하는 다른 손님 한 명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아저씨 한 분이 친절하게 사용법을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기름을 가득으로 채우고 나니 마음이 넉넉하다.


오전 11시 팀장을 모시고 동탄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누군가를 태우면 혼자 갈 때보다 몇 배는 긴장된다. 다행히 팀장은 훌륭한 조수석 승객이다. 내가 위험한 짓을 하거나 길을 잘못 들기 직전만 아니라면 이러쿵저러쿵 간섭하지 않는다. 괜찮아, 천천히 가. 어찌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동탄 근처에서 팀장과 설렁탕을 한 그릇 먹고 동탄물류센터에 도착했다.


오늘 물류센터 방문 목적은 물류 트럭 도색 결과물 점검이다. 4년 만에 전국 물류센터 트럭 전부를 리뉴얼하면서, 디자인을 바꿨다. 이전의 물류 트럭은 흰색 배경에 물류사 이름이 크게 적혀있고, 우리 회사 이름은 작게 들어가 있다. 물류사는 우리 계열사 물류만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물류사 자체를 홍보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하여 우리 브랜드를 전면에 노출하기로 했다. 회사 이름 커다랗게 넣고, 화물칸 부분은 검은색과 빨간색을 적절하게 섞어서 세련된 느낌을 줬다. 마음에 든다.


원래는 운전석이 있는 트럭 전면부도 검은색으로 도색을 진행하였으나, 샘플 도색을 본 배송 매니저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검은색 트럭은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 그래서 흰색으로 디자인을 바꿨다. CJ대한통운에서도 진회색으로 트럭 디자인을 바꿨다가 사고 위험 때문에 원복을 한 사례가 있었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안전은 언제나 우선순위가 1번이다. 전면부를 흰색으로 교체함과 동시에 후면과 측면에도 고휘도 반사필름을 둘렀다. 1톤 탑차는 법적으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제 디자인 결정은 완료되었으니 전국 물류센터 차량에 적용할 차례다. 상반기에 시작해서 하반기에 마무리될 프로젝트. 가시적인 결과물이 있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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