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원 Sep 16. 2020

역시 사람은 출근을 해야 활기가 생겨

지난주 금요일 오전 근무만 하고 집에 돌아온 뒤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원래는 오늘까지 재택근무였지만 오후에 회의가 잡혀 오전에는 집에서 일을 하고 점심시간에 회사에 갔다. 오전 11시 30분에 출근을 하니 도로 상황도 순조롭고 여유가 있어 좋다.


역시 사무실에 오니 일이 잘 된다. 오랜만에 동료들 얼굴도 보니 반갑고 신이 났다. 집에서 혼자 일하고 밥 먹고 생활하다 보면 엄청 적적하다. 남편의 출타로 일시적 1인 가구인 터라, 사람하고 말할 일이 없다. 늘어가는 건 고양이와 대화하기 그리고 혼잣말이다. 모든 생각에 멜로디를 붙여 혼잣말을 하게 된다. 그렇게 지내다 사람하고 대화를 하니 어찌나 좋은지. 팀장님께 잘 지내셨냐고 먼저 인사도 건넸다. (팀장님은 그 질문을 매우 어이없어했다.) 업무 회의도 하고, 커피도 사 마시고, 시간 압박에 쫓기며 보고서도 썼다. 이래저래 밀린 일들을 처리하며 1시간 초과근무도 하고. 그래도 몸이 가볍다.


퇴근길에는 집에서 1.5km쯤 떨어진 곳에서 미리 하차했다. 밤바람이 참 좋은 계절이라 걸어서 집에 왔다. 오랜만에 동네 마트도 갔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마켓컬리를 달고 살아 집에 택배 박스가 9층 석탑을 이루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되었고 하니 오래간만에 오프라인 쇼핑에 나섰다. 문득 카레가 먹고 싶어 카레용 돼지고기와 감자, 당근, 카레가루를 샀다. 유통기한도 꼼꼼히 살펴보고, 다른 브랜드랑 비교도 해보고, 잘 볼 줄도 모르지만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실한 놈으로 골랐다. 이 모든 과정이 즐겁다. 온라인 쇼핑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실물 쇼핑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다. 그만이 주는 매력이 있다.



집에 도착하니 8시 반이 다 됐다. 밥 먹기는 너무 늦은 시간이지만 집에서 제일 큰 솥을 꺼내서 야채를 썰어 넣고, 고기는 미리 한번 볶아 물에 빠트렸다. 음.. 2~3인분 정도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야채가 생각보다 많다. 5인분쯤 돼 보인다. 열무김치에 카레를 맛있게 먹고 나머지 4인분은 지퍼백에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뒀다. 오늘은 왠지, 그러고파서 레시피도 안 보고 감으로 만들어봤는데 뭔가 좀 아쉽다. 엄마 찬스로 이것저것 물어보니 야채도 미리 한번 볶은 다음 끓이면 훨씬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꿀팁. 야채 볶을 때 마요네즈를 넣고 하면 더더 맛있다고. 다음번에는 그렇게 해봐야지.


밀린 재활용 쓰레기도 버리고, 밤이 밥그릇과 물그릇도 새 제품으로 교체해주었다. 퇴근하고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집안일을 하고 나니 밤 11시 30분. 자야 할 시간이다. 오랜만에 몸을 많이 움직였더니 기분이 좋다. 역시 사람은 출근을 해야 활기가 생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되면 내가 한 일, 못 되면 니가 한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