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5년이 넘었다. 그때 나는 동료들과 이런 자조 섞인 얘기를 하곤 했다. '글 쓰는 건 돈 안돼'. 이걸로 먹고 살기 어려워. 그리고 5년이 흐른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돈을 주지 않지만 이 플랫폼은 확실히 많은 기회를 만들어준다. 의미 있는 제안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중요한 건 기회가 생긴다는 그 자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원고 의뢰다. 브런치에서 글을 보았는데 재미있었다며 글을 써달라고 하는 것. 작년에는 <월간 에세이>에서 제안이 와 코로나 19 관련 에세이를 써서 냈다. 주제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았고, '에세이'라고만 해서 오히려 조금 난감했다. 돈 받고 쓰는 글이 매번 참으로 어렵다. 이렇게 브런치에 생각나는 대로 적는 건 쉬운데 각 잡고 쓰면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글이 잘 안 나온다. 이런 경우에는 업체에서 제안할 때부터 원고료를 정해두고 제안을 한다. 잡지사가 곤란해질 수 있어 원고료를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다. 내가 외주로 글을 써서 받는 원고료는 글의 종류나 분량에 따라 다르지만 5~30만 원 사이 정도인 것 같다.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에 전문 게재해도 되겠냐고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퍼 날라도 내가 알지 못할 수도 있는데 정중하게 묻고 허락을 구한 뒤 글을 게재해도 되겠냐고 한다. 그럼 나야 언제든 흔쾌히 좋다고 한다. 내 이름이나 필명도 기재해주고, 원문 출처를 기재해주는 경우도 있다.
생각보다 가장 많은 게 이 유형이다. 예를 들면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필자 등록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 오디오북 플랫폼을 만들었으니 원고를 제공하고 목소리를 녹음해달라는 제안 등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정말 많은 스타트업과 신규 서비스가 생겨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기획자나 마케터가 필진을 구하는데, 브런치 같은 곳을 모니터링하다가 괜찮다 싶은 사람들에게 제안을 하는 것 같다. 다들 정중하고 업무 매너도 좋다. 보통 이 단계는 정식으로 서비스를 론칭하기 전이라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요청에 응해서 글을 보내주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고 몇 달 후에 보니 사라진 업체도 있었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탈락했지만 이때 직무에 대한 글을 쓴 이후로 각종 제안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책 업체에서 제안이 와 전자책을 써볼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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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내가 멘토를?' '내가 컨설팅을?' 하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내가 가진 일부의 직무경험이나마 신입이나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커피 챗'이라는 플랫폼에서 멘토로 이름을 올려달라고 요청이 와서 했는데, 실제로 한 분과 연결이 되어 상담을 진행했다. 이쪽 직무에서 누군가가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챗'을 요청하면, 화상회의 앱 '줌'을 통해 20분간 대화를 나눈다. 얼굴은 안 보고. 구매자가 그 20분에 지불하는 비용은 14,900원이고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떼어가고 난 나머지를 나에게 준다.
이게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 챗'을 구매한 사람은 나에게 사전 질문지를 보내준다. 그럼 나는 면접을 준비하듯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적는다. 1시간 정도 고민해서 답변을 적어보면서 내 직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공부도 된다. 실제로 처음 말을 트면서는 조금 어색했지만 얘기하다 보니 20분이 너무 짧단 생각이 들었다.
흔치 않은 경우지만 이런 경우도 있었다. 나는 이력서에 브런치 주소를 넣는 편인데 (해당 직무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한 기업에서 링크드인에서 내 이력을 보고 연락이 왔다. 나는 면접 제의가 오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는데 '왜 저에게 제안을 주셨냐'라고 물었더니 브런치에 쓴 글을 보고 면접 제의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 브런치는 이직을 도와줄 수도 있다.
마케팅 더 잘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제 노하우를 담은 책을 썼습니다.
마케팅 부서 발령을 받았습니다. 5년간 기자로 일했기에 홍보 업무에는 자신이 있었고, 마케팅이라고 뭐 다를 게 있겠나 싶었습니다.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누구나 마케팅을 말하지만. 진짜 체계적으로 잘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며, 매우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5년차 마케터인 제가 감히 '전문가'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여러분과 같은 위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들을 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너무 기본적이라 주변에 물어보기도 부끄럽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아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최대한 모아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