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재택근무로 무거운 업무용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게 되면서 남편이 백팩을 사줬다. 전자기기를 담는데 최적화된 '인케이스'라는 브랜드의 가방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훌륭한 가방이다. 노트북을 담는 공간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데, 흠집이 나지 않도록 아주 부드러운 소재로 되어있다. 그 감촉이 정말 좋다. 등이 닿는 부분도 매쉬 소재에 폭신폭신하고, 적당한 두께의 어깨끈이 하중을 적당히 분산시켜 무거운 노트북을 메도 거뜬하다. 그 어떤 가방보다 기능적으로 만족스럽다.
처음에는 노트북 가져가는 날만 메려고 했는데 백팩을 매력에 빠지니 벗어나기 어렵다. 겨울이라 주머니에 손 넣기도 좋다. 노트북을 두 개까지 넣을 수 있다. 순서가 좀 이상하긴 한데, 백팩을 사고 나서 노트북을 새로 샀다. 파이널컷프로를 사용하고 아이클라우드로 연동된 작업을 고려해서 중고로 맥북프로를 샀다.(나의 첫 애플 노트북!) 맥북 중에서도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부담이 거의 없다.
물건이 생활 패턴을 바꿔놓는다. 노트북이 생기니 아침에 출근 전 카페에 들러 이런저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하는 영어 지문 암기도 폰 대신 노트북으로 하니 작업이 수월하다. 전자책 원고를 쓸 때도 좋다. 맥 컴퓨터는 윈도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부팅이 빨라 핸드폰처럼 즉각 열어서 쓰고 닫기도 좋다. 틈틈이 영상 편집도 할 수 있고, 이메일도 쓴다. 스마트폰을 주로 쓰는 콘텐츠 소비자의 삶에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생산자의 삶으로 조금 옮겨온 기분이랄까.
백팩이 생기고 텀블러도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담아 출근하면 저녁까지 온기가 유지된다. 앞으로는 일회용 컵에도 보증금을 물린다고 하니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해야겠다. 이제 도시락도 싸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자차 이용자들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별 것 아니겠지만 나 같은 뚜벅이는 '소지품의 경량화'가 최우선 과제였기에 백팩을 메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다.
■ 마케팅 더 잘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제 노하우를 담은 책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