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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l 23. 2021

재택근무자 아침 산책의 효과

요 몇 주간 긴장감이 높은 상태였다. 출근길 버스에서도 쉬이 잠이 안 오고 심장이 쿵쾅쿵쾅.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픔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제 퇴근하고 짜파게티를 거하게 먹고 밤 9시쯤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재택근무하는 날이라 아침 산책을 하러 나왔다. 그동안은 늘 다짐만 하고 실천하기 어려웠는데 일찍 자니 일찍 눈이 떠지는구나.


버스 타고 집 앞 산에 갈까 하던 차에 카페가 보였다. 원두향을 풍기며 나를 유혹한다. 넘어가 줘야지. 1500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샀다. 카페 앞 야외 테라스에 앉아 빈 속에 차가운 커피를 마신다. 아침 7시 30분인데 벌써 기온은 29도다. 매미는 맴맴 운다. 행복하다.


카페테라스에 앉아 출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걷기 시작했다. 내가 매일 광역버스를 타는 정류장 근처로 갔다.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버스를 타러 뛰어오는 여자가 보인다. 어제까지의 내 모습이다. 오늘도 광역버스를 타고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경기도민들을 (나 혼자) 배웅했다.


 뚫린 공원 벤치에 앉았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새소리도 들리고 바쁘게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마트에선 배추 포기가 납품 중이고 치킨집에는 콜라 더미가 쌓이고 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과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주민들이 보인다.  시간에 산책하는 사람  상당수는 강아지와 함께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풀냄새도 난다.


느긋하게 벤치에 앉아 빠르게 달리는 차들을 본다. 조급했던 나를 보는 것 같다.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돌아보니 그렇게 치열하게 살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페이스대로 가자. 자,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다. 나의 홈오피스로 출근할 시간. 오늘 하루는 왠지 좋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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