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오늘도 택시를 탔다. 어제 새로운 퇴근 루트를 하나 뚫었다. 나는 강남에서 2호선을 타고 사당역에 와서 빨간 광역버스로 집에 오고 있는데, 집 근처 IC에서만 30분은 지체가 된다. 집이 코앞인데 자동차로 가득 찬 도로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게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제 발견한 그 루트는,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내릴 수 있다. 그쪽 IC는 비교적 한산해서 사당역에서 하차 장소까지 2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자, 이제 문제는 그 하차 장소부터 집까지 어떻게 오느냐다. 지선버스를 타면 20분 정도 걸릴듯한데(안 타봐서 모른다) 배차가 15분 정도로 긴 편이다. 어제도, 오늘도 지선버스 타이밍이 맞지 않아 택시를 탔다. 7000원 정도 나왔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어제는 마침 점심을 안 먹어서 아낀 점심값으로 택시비 낸다 셈 치고 탔고, 오늘은 오늘의 핑계가 필요했다. 오늘은 운이 나쁘게도 빨간 버스에 사람이 많아서 좌석에 앉지 못하고 바닥에 앉아서 왔다. 서서 고속도로를 올 엄두는 안 나서 계단 같은 곳에 걸터앉아서 왔다. 엉덩이가 배겼다. 이렇게 퇴근 길이 고될 때면 어김없이 네이버 부동산에 접속해 회사 근처 부동산 시세를 본다. 단념한다. 택시를 탄다. 이사를 고민하는 것보단 7천 원 주고 택시를 타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밤바람을 맞으며 택시를 타고 귀가할 때면 해방감이 든다. 나에 대한 보상 같기도 하다. 7천 원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찰나의 행복.
그래, 누군가 그랬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그렇게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닌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