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시작한지도 5년, 브런치 프로젝트 응모 경험 2번, 당선 경험 0번. 그럼에도 무의미한 경험은 없다. 사실 첫번째 응모는 제대로 했다기보다 지금까지 써놓은걸 그대로 냈던 거였고, 두번째 응모는 나름대로 생각이라는 걸 하긴 했다. 원래 써놓은 글을 더 많이 활용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목차도 만들고 기획도 해서 응모했지만 탈락.
실패는 실패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성장한다. 글 한편을 쓰는 건 (나같은 사람에게) 일도 아니지만, 여러 개의 글을 타래로 엮어 한 편의 책을 구성한다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해보니 알겠다. 글을 쓰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타겟을 잡고 기획안을 만들고 적절하게 배치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더 중요하다. 그 기획만 잘 잡혀있다면 안에 들어갈 글을 쓰는 건 부차적인 과정에 불과하다.
여튼 작년 11월에 응모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낙선하고 상심하고 있었는데 한 전자책 회사에서 전차책 출간 의뢰가 왔다. 내가 응모했던 분야는 회사 생활 전반에 대한 에세이였는데, 출간 의뢰가 들어온 건 직무에 대한 가이드북 개념이다. 내가 이 직무에 대해 그런 걸 쓸만한 역량이 될까 싶어서 어려울 것 같다고 회신하였는데, 괜찮으니 해보란다. 해보기로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이메일로 제안이 왔고, 줌 화상회의로 첫 미팅을 했다. 업무 회의, 워크샵, 친구들과의 만남, 직무 컨설팅을 화상회의로 해보기는 했지만 업체와의 첫 미팅을 화상으로 한 건 처음이었다. 업체 쪽에서 능숙하게 툴을 다뤄서 리드한 덕분에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서비스에 대한 소개와 계약 조건을 화면 공유 기능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고, 중간 중간 궁금한 것들을 질문해가며 진행했다.
계약서 날인도 온라인으로 했다. 업체에서 계약서 초안을 써서 내게 보내주면 내가 채워야 할 공란을 적어 넣고, 서명까지 해서 전자 계약이 이뤄진다. 우리 회사에선 아직까지 계약서 인쇄해서 날인/간인/계인하고 퀵서비스로 계약서를 보내고 있는데..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다.
기획안 및 목차 초안에 대한 리뷰도 온라인으로 했다. 구글 DOCS에 내가 문서를 업로드하면 업체에서 리뷰하고 공유해준다.
이런 기술들이 생기기 이전 책 내는 과정을 짐작해보면 참 재밌는 변화다. 아마도 과거에는 출판사와 작가가 만나서 미팅을 하고(술도 한잔 하고) 작가는 원고를 들고 출판사에 가서 제출하곤 했을텐데.
전자책을 출판할 사이트는 탑기밀(TOPGIMAIL)로,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하우를 전달해준다는 컨셉의 전자책 서비스다. 흥미있는 주제들이 아주 많다. 전자책 작성 과정은 브런치에도 꾸준히 적어 기록을 남겨두려고 한다. 돌이켜 보니 내 장점은 실패에 크게 개의치 않고 오뚝이처럼 또 시도한다는 데 있는 것 같기도 하네.
■ 마케팅 더 잘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제 노하우를 담은 책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