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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Nov 07. 2015

당신이 브런치에 궁금한 모든 것

[무비데이 후기] 브런치의 미래를 그리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당신의 글이 책으로 출간됩니다.”     


기막히게 잘 만든 문구다. 9월 어느 날, 브런치가 내건 저 한 문장에 이끌려 곧장 작가 신청을 했다. 크리스마스, 당신의 글, 책. 세 개의 키워드가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6일 저녁 브런치에서 주최한 무비데이 행사가 있었다. ‘나이트 오브 컵스’ 시사회와 브런치 담당자, 브런치 작가 커뮤니케이션을 겸한 자리였다. 영화보다 궁금한 건 브런치 그 자체였다. 어떤 사람들이 브런치를 만들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자기 얘기를 채워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이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이 있겠구나 싶었다.    


참석자들을 위해 준비한 이름표. 별거 아닌 듯 보여도 작은 성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이혜원


온라인상에서 봤던 필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으니 신기했다. 나를 보고 먼저 인사해준 분도 있었다. 필명이 적힌 목걸이를 받은 브런치 작가들이 질문을 던지고 브런치 담당자가 답변을 했다. 브런치 서비스 황선아 총괄이 진행과 답을 했다. 답변이 성의가 있고, 가능한 솔직하게 말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답을 할 때마다 질문한 이에게 ○작가님, 하고 호명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작가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편집이나 예약발행 등 기술적인 문제부터 브런치 작가들의 수익모델,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브런치의 지향점 등 깊이 있는 얘기들이 오갔다. 놓치기 아까운 얘기들이라 노트북을 꺼내 적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기억나는 내용을 최대한 적어본다.     



작가 선정의 딜레마


브런치는 운영진의 선택을 받은 사람만 ‘작가’로서 글을 발행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지금까지 어디에 어떤 글을 써왔는지(말하자면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합격 여부를 알려준다. 다음에서 운영하는 티스토리도 비슷한 구조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블로그를 개설할 수 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많이 했는데, 예상외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글을 정말 잘 쓰는 친구에게 함께 하자고 권했는데 거절을 당했다고 했다. 하자고 옆구리를 찔렀는데 못하게 됐다니 괜스레 미안해졌다. 취재원 한 분은 정기적으로 언론사에 기고를 하고 책까지 낼 정도로 탄탄한 콘텐츠를 가졌는데, 그분 역시 거절 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브런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걸 봤다. 작가를 걸러내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러다 잠재적 이용자가 등을 돌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운영진도 이런 불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작가 신청이 너무 많아 모두 받아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브런치팀의 답변이다. 추후에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향후 6개월간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브런치는 글쓴이에게 블로거나 이용자가 아닌 ‘작가’라는 이름표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선별 방침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겐 중요하다
예약발행 / 양쪽정렬 / 유입경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왜 예약발행을 지원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담당자는 예약발행 기능을 넣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며, 이런 요구가 꽤 있어 현재 검토 중이라고 했다.  


글쓰기 모드에서 양쪽 정렬이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브런치는 왼쪽 정렬과 가운데 정렬만 지원한다. 글의 일부만 정렬을 변경하는 것도 안 된다. 양쪽 정렬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브런치 웹과 모바일, 아이폰 앱과 안드로이드 앱 모두에 최적화된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수천 뷰가 나와서 채널에 들어가 봐도 어디에 내 글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혜원


내가 던진 질문은 유입경로 파악 문제였다. 브런치는 게시물별로 유입경로를 알려준다. 유입경로는 ①검색(다음, 카카오, 네이버, 구글) ②SNS(카카오톡, 카카오톡 채널,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③브런치 ④기타로 나뉜다. ‘브런치’로부터의 유입은 단순한 편이다. a.구독자가 구독목록(피드)에 뜬 내 글을 보고 클릭 b.실시간 글 목록(브런치나우)에서 구독자가 아닌 사람이 클릭 c.브런치 첫 화면에 편집된 경우 등이다. ‘기타’ 유입은 글 링크를 타고 직접 들어오는 경우로 보인다. 내 글이 다음 첫 화면에 편집된 경우 기타로 분류된다.     


문제는 SNS다. 어떤 글은 반응이 하나도 없는데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수십 건 공유됐다고 적혀있다.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는 폐쇄적인 SNS라 검색해도 알아낼 수가 없다. 내 글이 어디에서 어떤 코멘트와 함께 떠돌고 있는지 궁금한 건 당연하다.     


브런치 측에서 외부 SNS는 유입경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카카오스토리는 같은 카카오에서 하는 서비스라곤 해도 엄연히 부서가 다르고, 페이스북은 아예 국적 자체가 다른 서비스다.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줘야 유입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수긍이 간다.     


어떻게 하면 첫 화면에 걸리나요?
브런치 첫화면에 편집됐던 북유럽 유랑기 글들. 첫화면 편집은 당장의 조회수보다도 앞으로 내 글을 읽어줄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혜원


편집 기준에 대한 질문이다. 다음 첫 화면과 카카오채널은 브런치에서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니 논외로 치고, 브런치 첫 화면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가에 대한 물음이 나왔다. 브런치에서도 나름대로의 편집 방침은 있을 터이나 일단은 “절대적인 편집 기준이란 없고, ‘몇 줄 이상 써야 한다’와 같은 물리적인 기준은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브런치 첫 화면 편집은 여러 명의 담당자가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다. 한 사람이  도맡아할 경우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편집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어서다. 편집 과정에서의 고충도 털어놨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올리고 있는데, 글이 아닌 그림을 첫 화면에 자주 게재했을 경우 글 쓰는 작가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더 의미심장한 건 첫 화면도 개인화될 것이라는 예고였다. 사용자 이용 이력 등을 바탕으로 주제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해 해당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글을 첫 화면에 노출시킨다는 얘기다. 가령 여행이나 맛집에 대해 글을 많이 쓰고 구독도 많이 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그런 류의 글이 첫 화면에 보이고,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는 사용자라면 그런 내용이 보인다. 같은 브런치 앱을 써도 이용자별로 다른 화면이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비단 브런치만의 시도는 아니다. 중고차 거래 앱 ‘첫차’를 인터뷰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새 사용자가 유입되면 어떤 차를 검색했는지, 어떤 가격대를 원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 데이터가 유효할 정도로 축적되면 나중에는 첫 화면에 사용자가 선호할만한 정보를 자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모바일 서비스들이 개인화돼 가고 있다. 카카오채널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브런치 황선아 총괄의 말이다.     


브런치로 돈 벌 수 있을까


섣불리 입 밖에 꺼내진 않지만 다들 궁금해하는 건 작가들의 수익모델이다. 돈을 벌기 위해 브런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수익이라는 당근이 필요하다. 티스토리의 구글 애드센스처럼 광고가 될 수도 있고, 다음의 뉴스펀딩처럼 독자들의 후원이 될 수도 있다.      


브런치에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카카오 전체 서비스에서 수익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브런치 역시 그 일부라는 것이다.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이번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출판사에서 작가들과의 접촉을 원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브런치 콘텐츠를 통해 작가들이 책을 내고, 브런치가 프로모션을 도와준다면 작가들의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광고, 유료화 등 구체적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브런치가 사라지면 어쩌죠


다음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를 거쳐 브런치에 안착했다. 나는 브런치와 티스토리에 같은 글을 동시 게재하고 있다. 티스토리는 닷컴 계정을 구입한 만큼 개인 포트폴리오의 성격도 부분 있다. 포트폴리오라서 동시 게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브런치가 서비스를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다. 브런치에만 공들여서 글을 올려놓았는데 “그동안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공고가 나오면 꽤 난감할 테다.     


나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이날 무비데이 행사에 참가한 한 작가는 다음 블로그, 티스토리 등 블로그 등을 10년간 해왔는데 브런치가 계속될지에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런 생각도 무리도 아닌 것이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많은 기존 서비스들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다음 클라우드, 마이피플, 다음뮤직, 다음 V3 등이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하물며 베타(beta, 시범서비스) 단계인 브런치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브런치에서는 일단 노력해본다는 입장이다.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콘텐츠, 이미지 위주의 화려한 콘텐츠가 아닌 ‘글’ 자체가 가진 힘을 믿는다는 것이다. 나도 그 가능성을 믿고 지켜볼 참이다. 애정합니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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