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아니라고 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그걸 못해서 참고 속앓이를 하다 결국 도망친다. 싸워보지도 않고 '에이 안 될 거야, 그런 불편한 상황을 만드느니 그만두고 말지 뭐' 라고 한다.
떠나고 나서 보니 내게도 기회는 많았다. 그저 말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말해 보지도 않고 그저 안 될 거라 지레짐작했던 것 같다.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힘들고 버거우면 그렇다고 말하면 된다. 못 한다고 말하는 건 무능한 게 아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말할 줄 아는 게 똑똑한 거다.
뭐가 되었든 그만두는 것보단 조금 불편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게 낫다. 12시 퇴근길에 스친 생각이다. 과속하는 택시 안에서 사고가 날까 걱정하기보다는 많이 안 다칠 정도로만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상황이 나를 휘몰아치게 두지 말고 나 자신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