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으며 읽으세요
『스크랩』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미국의 신문과 잡지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일본 독자들에게 소개한 글이다. 1980년대에 4년간 ‘스포츠 그래픽 넘버’라는 스포츠지에 연재했던 것 중 일부를 발췌해 책으로 냈다. 《에스콰이어》, 《피플》, 《뉴욕타임스》 일요판, 《피플》, 《롤링스톤》 등 다양한 매체가 등장한다. 당시 미국의 분위기를 상상해볼 수 있어 재미있다. 대개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다. 라면 먹으면서 읽기 좋다.
그래서 ‘롤링 스톤’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작가로는 노먼 메일러, 앤 비티, 존 어빙, 수잔 손택, 닐 사이먼, 할버스탬 등이 있고 음악가로는 리자 미넬리, 주빈 메타, 키스 자렛, 퀸시 존스, 스틱스, 폴 사이먼, 엘비스 코스텔로, 팻 베나타 등이 있다. 그 외에 키스 해링, 앤디 워홀, 제인 폰다, 칼 세이건, 바바라 월터스 같은 이름들이 올라 있다. 맞다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물도 있을 테고, 그런가 하는 정도로 생각되는 사람도 있다. 인종으로 보면 유태인이 많은 것 같다.
「1980년대는 ‘잡동사니’와 ‘위조품 범람’ 시대인가」 p.94-95
특이한 모임의 예를 들어보자. 이를테면 ‘짐 스미스 클럽’이라는 것이 있다. 전국의 짐 스미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으로, 일본으로 말하자면 ‘야마다 이치로 협회’쯤 될 것이다. 회원수는 현재 1218명이며 클럽의 목적은 짐 스미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 참고로 덧붙이면, 이런 때 한자리에 모인 짐 스미스 씨들은 서로를 주소로 부른다고 한다. 네바다 스미스,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경이로운 짐 스미스 협회」 p.100-101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이제부터 앞을 다투어 등장하게 될 끈질긴 매스컴의 논평이다. (…) 이겼든 졌든 따뜻하게 선수들을 맞아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안 해도 좋을 논평을 하는 것은 야구 하나로 족하다. 이런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만, 일본 매스컴이 올림픽을 가지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좀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림픽 가지고 야단법석 떠는 비정상적인 매스컴」 p.218-219
『스크랩 : 그리운 80년대의 추억』 (200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