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딜러는 나의 힘, 350명 일일이 삼고초려
삼고초려(三顧草廬).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등용하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갔다는 일화다. 중고차 거래 앱 ‘첫차’ 버전의 삼고초려에는 수백 명의 대한민국 중고차 딜러들이 제각각의 공명으로 등장한다. 낯선 사람이 오자 손님인 줄 알고 반겼던 딜러들은 사업 제안을 하러 왔다는 말에 별안간 안면을 바꾸기 일쑤였다. 문전박대만 수차례, 삼고가 아니라 사고 오고까지 거듭 잊지 않고 찾았다. 그제야 ‘얘기나 한번 들어보자’며 자리를 내 줬다. 그 뒤는 삼국지와 다를 바 없다. 힘들게 연을 맺은 중고차 딜러들은 끈끈한 사업 파트너가 됐다. 먼저 묻지 않아도 연락을 해 와 요즘은 어떤 차에 대한 문의가 많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알려준단다.
첫차는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20~30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고차 앱이다. 지난해 12월에 서비스를 시작해 이제 6개월에 접어들었다. 앱은 출시 100일 만에 5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출항은 순조로웠지만 절대 만만히 볼 시장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크기와 소비자들의 신뢰는 비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앱을 운영하는 ㈜미스터픽의 공동대표인 송우디씨와 최철훈씨는 이 지점에서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진짜 믿고 쓸 수 있는 중고차 매매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포부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삼고초려에 마음 연 딜러들
취지는 좋았지만 첫발을 떼기란 쉽지 않았다. 일단 오프라인 중고차 딜러들을 앱으로 결집시키는 것이 문제였다. 최대한 많은 딜러들을 모으는 것은 이들의 목표가 아니었다. 진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판매자를 찾아야 했다. 그게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다.
“처음에는 딜러들이 차가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굴하지 않고 계속 찾아갔죠. 결국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사업방향을 자세히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기존의 것과 다르다는 점을 빠르게 잡아내더군요” (최철훈)
“중고차 앱 같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는 오프라인에 ‘마사지’를 잘 하는 게 관건입니다. 사업을 준비하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중고차 단지에서 발품을 팔았습니다” (송우디)
이들은 앱에서 차를 파는 모든 딜러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했다. 앞서 말한 대로 ‘다다익선’이 아니라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판매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지금 첫차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는 딜러는 350여 명. 앱이 입소문을 타자 이제는 딜러들이 먼저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첫차 앱에 접속하면 딜러의 사진과 전화번호, 소개글이 꼼꼼하게 적혀있다. 아무리 담이 센 사람이라도 본인 얼굴을 걸어놓고 버젓이 사기를 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차를 파는 사람들은 일단은 믿어도 좋다는 미스터픽의 판단을 받은 이들이다. “직접 딜러들을 만나 어떻게 차를 팔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한 사람당 최소 1시간 이상씩 얘길 나눴죠. 그렇게 딜러들을 만난 이야기를 회사 블로그에 탐방기 형태로 게재했고요” 최 대표의 말이다.
O2O 불모지인 중고차 시장 ‘틈새 공략’
두 사람이 창업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중고차인가’다. 최 대표는 네오위즈, 넥슨 등 게임회사 출신이고, 송 대표는 네이버에 다니다 UX 전문회사를 차려 10년간 경영을 했다. 중고차와 그나마 관련이 많은 것은 최 대표 쪽이다. 집안이 3대째 자동차정비업을 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차에 대한 애증과 이해가 깊은 편이었다. 차를 워낙 좋아해 중고차 구입만 다섯 번 이상 해 본 덕에 주위 사람들에게 중고차 구입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자면 송 대표는 중고차 거래에 유감이 많은 편이다. 택시를 개조한 차량을 속아서 구입해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송 대표는 기존 중고차 시장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중고차 매매 사이트가 종사자들이 만든 것이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면서 “첫차는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허위매물을 걸러내기 위해 자체적인 필터 시스템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송 대표는 “딜러들이 허위매물을 올려도 막을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첫차에서는 ‘클린 엔진’을 개발해 중고차 가격이 잘못되거나 정보가 틀렸을 경우 필터링을 시키도록 했다. 정확한 매물정보만 올라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앱의 갑질? “진정한 파트너라는 생각 있어야”
스타트업에 가장 난처할 질문인 매출 얘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현재 첫차 앱은 딜러와 사용자 모두에게 무료다. 첫차 앱을 통해 고객을 유치한 딜러들은 감사의 뜻으로 “광고비를 주겠다”고 자진해서 나서기도 한단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NO’다. 수익모델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료화는 앱에 입점한 유통업자와 운영사의 상생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민감한 이슈다. 배달음식, 부동산 등 최근 다양한 중개 앱들이 활성화되며 그에 따른 문제점도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앱 개발사들이 유통업자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갑질’을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미스터픽의 생각이 궁금했다.
“플랫폼이라는 건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모두가 사용해야 존재할 수 있습니다. 둘 중 누가 먼저냐고 따진다면 역시 서비스 제공자인 딜러들인데, 단순히 돈을 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그들도 영업하는 사람들이라 우리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딜러들은 이 시장에서 함께 커나가는 파트너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철훈)
유료화 시기는 내년 이후로 잡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와 딜러들의 앱 이용패턴을 추적하고 있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당장 돈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초 기술보증기금에서 창업자금을 지원받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의 ‘스타트업 얼라리언스’에도 선정돼 서버 등 인프라 지원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고정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말이다. 이밖에도 IBM,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교육·마케팅·인프라 지원을 받고 있다.
창업한지 6개월.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게 최철훈 대표의 말이다. 지금까지 성과를 평가하자면 별 5개 만점에 5개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우리들끼리는 ‘선수들’이 모였다는 표현을 씁니다. 최소 5년 이상 업무 경험이 쌓인 사람들이 모였다 보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송우디 대표는 조금 더 신중한 입장이다. “멤버(직원)들에게 지금도 우리는 ‘베타 서비스’라고 말합니다. 이런 서비스는 자리 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최소 1~2년은 다듬어야 비로소 완성된 모습이 나옵니다. 이제 6개월이니 답을 얻었다고 보긴 어렵죠. 계속 고민하고 발전시킬 예정이니 지켜봐 주십시오”
중기이코노미에 2015년 5월 16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